'사내맞선'부터 '재벌집막내아들'까지 웹소설·웹툰IP 빛난 올해
BL·무협 마이너 취향 IP도 주목받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국식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매력을 보여준 '사내맞선'과 시청률 26.9%를 기록하며 연말을 달군 '재벌집 막내아들'. 2022년 시작과 끝을 장식한 두 인기 드라마의 공통점은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으며 웹툰화에 이어 영상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올 한해 웹소설·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지면서 지적재산(IP)의 확장이 활발히 이뤄졌다.
확장 방향도 다변화됐다. 영화·드라마가 거꾸로 웹툰으로 만들어지거나 웹소설이 영상과 웹툰으로 거의 동시 제작되는 경우가 눈에 띈다.
BL(Boys Love·남성 간 연애를 다룬 장르), 무협 등 웹툰 독자들 사이에서 소수 취향으로 여겨졌던 장르도 주목받고 있다.
웹소설·웹툰 원작 영상화 활발…드라마 대박에 원작 재유입도
올 한해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둔 드라마와 영화가 여러 편 쏟아졌고, 화제가 된 작품도 많았다.
연초부터 네이버웹툰 원작의 '지금 우리 학교는'이 1월 2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뒤 보름간 글로벌 TV 프로그램 부문 정상을 지키며 포문을 열었다.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사내맞선'은 2월부터 공개돼 넷플릭스에서 3주(3월 14일∼4월 3일) 연속 비영어권 시청 시간 1위를 달성하며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은 문피아 웹소설이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26.94%를 기록하며 JTBC 역대 드라마 가운데 최고시청률 2위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내과 박원장', '안나라수나마라', '내일', '징크스의 연인', '금수저', '가우스전자', '사장님을 잠금해제', '유미의 세포들 2', '약한영웅' 등 올해 나온 웹툰 원작 드라마는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웹소설에서 웹툰을 거쳐 드라마 된 경우도 '어게인 마이 라이프', '키스식스센스',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 등을 비롯해 적지 않았다.
영화의 경우 조석 작가의 '문유'가 중국에서 영화화돼 올해 흥행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국내에서는 모션체어를 활용한 4DX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을 만났다.
또 '모럴센스', '아부쟁이'가 웹툰에서 영화로 재탄생했고, '시맨틱에러'가 드라마의 성공에 힘입어 극장판으로도 제작됐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웹툰 '외모지상주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비영어권 10위 TV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수많은 웹소설·웹툰이 영상화되면서 '웹툰 원작'이라는 수식어가 더는 차별점이 되기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라마가 크게 성공하면 원작 웹소설과 웹툰에 독자가 재유입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사내맞선' 웹툰은 올해 카카오페이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웹툰 탑3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준으로 웹툰 누적 조회 수는 1억6천만 회를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원작으로의 재유입이 두드러졌는데 특히 인도 웹툰 플랫폼인 크로스코믹스에서는 '사내맞선' 드라마 방영 마지막 주 동명 웹툰 매출이 드라마 방영 직전주와 비교해 20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경우 드라마 인기 속에 원작 웹소설 매출이 약 두 달 만에 230배 증가했다.
이제는 드라마·영화 원작 웹툰도…'우영우' 웹툰화는 혹평
종전까지는 웹소설에서 웹툰, 웹툰에서 드라마·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드라마·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웹툰이 여러편 제작됐다.
리디는 장재헌 감독의 작품으로 2019년 개봉한 오컬트 영화 '사바하'를 웹툰으로 만들었다.
2014년 개봉작인 범죄 스릴러 영화 '끝까지 간다'도 리디에서 웹툰으로 재탄생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웹툰화다.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를 웹툰으로 만든다고 해 화제를 모았지만, 이미 드라마로 방영된 서사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신선함이 떨어지고 드라마와 비교해 자폐 변호사의 모습이 생생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웹툰 '우영우'의 별점은 6.60점(10점 만점)으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11월 30일부터 휴재에 들어갔으며 내년 상반기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외에도 드라마 '연애의 발견'과 '굿닥터'가 바이포엠 스튜디오에서 웹툰으로 제작돼 연재됐으나 모두 인기를 끌지 못하고 조기 완결됐다.
드라마와 웹툰을 동시 연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티빙 시트콤 '내과 박원장'은 원작 웹툰 연재 도중에 드라마화됐고, '재벌집 막내아들'은 원작 웹소설을 거의 동시에 웹툰과 드라마로 선보였다. 동명 웹툰은 9월 28일부터, 드라마는 11월 18일부터 공개됐다.
동시 공개의 경우 드라마 시청자가 다음 내용이나 다른 연출을 궁금해하며 웹툰으로 유입되는 등의 유입 효과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BL·무협 등 소수 취향에도 주목
웹툰 플랫폼에는 로맨스판타지와 학원물 장르밖에 없다는 지적이 해를 넘어 거듭되는 가운데 올해는 몇몇 마이너 장르도 주목받았다.
우선 리디 BL 웹소설 '시맨틱 에러'가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돼 흥행하면서 웹툰업계 전반에서 BL 장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시맨틱 에러'는 2월 공개 이후 왓챠에서 8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대본집은 출간 직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고, 포토에세이는 8만 부가 판매됐다.
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극장판을 공개하기도 했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BL '비밀사이'가 오디오웹툰으로 제작된 데 이어 드라마 제작을 확정 지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크래들스튜디오가 참여한다.
무협도 꾸준한 열독률 속에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시리즈의 '화산귀환'은 플랫폼 내 1위 웹소설로, 누적 다운로드 수 4억8천만 회를 기록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동명 웹툰은 올해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카카오웹툰에서 독자 투표를 통해 선정된 올해의 웹툰에도 무협 '아비무쌍'이 선정됐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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