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신들린 연주를 닮은 바르베라 스트라디바리오의 탄생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2. 12. 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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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 ‘라 캄페넬라’로 세계적 명성 얻어/와인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피에몬테 명가 바바/대량생산 저가 와인 바르베라 품종으로 파가니니 연주 닮은 명작 스트라디바리오 만들어
스트라디바리오
1초에 18개음을 튕기는 현란한 고난도 테크닉. 청각세포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초고음. 청중들이 연주를 듣는 내내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로 극한으로 몰아넣는 이 곡은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연주자 니콜로 파가니니(1782~ 1840년)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b단조 중 3악장 론도, 일명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입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첫 소절만 들어도 알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  파가니니의 대표 작품이죠. 그는 세계적인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유럽을 순회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스트라디바리오
이런 파가니니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결합은 이탈리아의 한 와이너리에도 깊은 영감을 줍니다. 대량생산에 치중하던 저가 와인 바르베라(Barbera) 품종을 끊임없이 연구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능가하는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  와인, 스트라디바리오(Stradibario)를 탄생시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는 파가니니처럼, 바르베라를 악기삼아 최고의 바르베라를 빚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와인 명가 바바(BAVA)로 떠납니다.     
영화 파가니니 포스터.
◆악마에게 영혼을 판 남자 파가니니

2014년 개봉된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파가니니 역을 맡은 배우는 데이비드 가렛(David Garrett). 그는 실제 독일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잘 생긴 외모의 가렛은 영화속에서 대역 없이 직접 연주를 하는데 마치 파가니니가 환생한 듯한 빼어난 실력을 보여 화제를 불렀습니다.

파가니니가 라 캄파넬라를 처음 연주했을 당시 청중들을 경악에 빠집니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불가능해 보이는 초절정의 기교를 선보여 ‘악마에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닙니다. 특히 파가니니의 다른 작품 ‘24개 카프리치오’는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불가능한 연주”라고 입을 모았을 정도로 고난이도로 유명합니다. 파가니니의 작품은 현재도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가장 어려운 곡으로 손꼽을 정도니 당시 그에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얘기가 사실로 믿어졌을 만하네요.
파가니니 초상화.
영화속에는 잘 생긴 배우가 등장하지만 실제 파가니니의 외모는 젓가락처럼 깡마른 체격에 어깨에 닿는 치렁치렁한 긴 머리, 돌출된 광대뼈와 매부리코까지 지녀 그가 무대에 오르면 소문과 맞물려 마치 악마의 조종으로 연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합니다. 그의 연주를 본 괴테는 “마법에 휩싸인 연주”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비에탕도 “숨을 제대로 못 쉴것 같았다.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고 혀를 내두릅니다. 독일 시인 하이네도 “파가니니의 연주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기에 가능하다”라고 말합니다. 파가니니를 묘사한 많은 그림 속에도 그는 기괴한 외모로 그려집니다.
이처럼 라 캄파넬라는 바이올린의 모든 표현과 기교가 집대성된 곡입니다. 파가니니의 등장으로 지금은 많은 연주자들의 경이로운 수준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지만 당시로는 불가능한 테크닉이 한곡에 대부분 담겼습니다. 한번에 여러음을 연주하는 도펠그리프, 왼손으로 현을 튀기는 왼손 피치카토, 한번의 활 충격으로 튕겨지는 횟수를 집게손가락으로 제어하는 리코세 등입니다. 심지어 파가니니는 1초에 18개음을 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파가니니 1831년 연주회 포스터.
이 곡은 리스트 덕분에 더 유명해집니다. 1832년 4월20일 파가니니는 콜레라로 죽은 파리시민들을 추모하는 콘서트를 열었는데 리스트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에 홀려 매일 10시간이 넘는 피나는 연습 끝에 피아노곡 버전을 작곡했는데 바로 종소리라는 뜻의 ‘라 캄페넬라’랍니다. 파가니니의 곡이 라 캄페넬라로 불리게 된 이유랍니다. ‘24개 카프리치오’ 역시 고난도 바이올린 기법이 총망라돼 이제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반드시 정복해야하는 작품이 됐답니다. 
스트라디바리오.
바바 와이너리 전경.
◆세계 3대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7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파가니니가 정식 레슨을 받기 시작한 것은 13살. 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14살때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을 기증받는데 바로  스트라디바리우스 랍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파가니니가 신들린 연주를 선보이자 그를 시기한 이들은 “파가니니의 출중한 연주는 명품 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덕분”이라고 깎아내리며 비아냥거립니다. 이에 화가 난 파가니니는 가짜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를 한 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자 무대에서 그 바이올린을 밟아 부서 버려 자신의 실력을 입증합니다.

과르네리, 아마티와 함께 세계 3대 명기로 불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가 만든 현악기로 현재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합쳐 600여대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2011년 영국 시인 바이런의 손녀가 소유해 ‘레이디 블런트’로 불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980만파운드(당시 환율 172억원)에 팔려 바이올린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답니다.
로베르토 바바.
바바 셀러.
◆와인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바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서쪽 피에몬테 아스티(Asti)의 코코나토(Cocoonato)에 있는 바바 와이너리로 달려갑니다. 승용차로는 1시간 50분 정도 걸립니다. 기차를 이용하면 일반 국철인 RV(레지오날레 벨로치타)를 타고 치바쏘(Chivasso)역까지 간뒤 버스를 이용해야 하며 3시간 정도 잡아야합니다. 몽페라토(Monferrato) 언덕에 오르자 오크통 4개마다 ‘BAVA’ 알파벳이 한 자씩 적힌 조형물이 와이너리에 도착했음을 알립니다.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와이너리 오너 로베르토 바바(Roberto Bava)가 직원과 함께 반갑게 맞아 줍니다. 역시 오크통 모양으로 디자인한 대문을 열자 와인 향기 그윽한 오크통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합니다.  그를 따라 셀러로 들어서면 와인을 발효하는 스테인리스 스틸탱크와 커다란 오크 탱크, 콘크리크 탱크가 줄지어 등장합니다. “스틸 탱크에서는 모스카토 다스티와 말바지아로 만드는 로세타 머스트(발효하기 전 포도즙)를 보관하고 있어요. 둘 다 주문을 받으면 바로 발효해서 만들어 내보내기 때문에 스틸 탱크에 보관합니다.”
셀러 재즈월.
포도밭 연주회.
바바 바르바레스코.
셀러 한쪽 벽은 ‘재즈 월(Jazz Wall)’로 꾸며져 와인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바바의 철학을 잘 보여주네요. 와인은 살아있는 생명체여서 아름다운 음악은 와인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여깁니다. 바로 바바의 오랜 철학인 ‘사운즈 오브 와인(Sounds Of Wine) 이론’ 입니다. 와인 셀러에 클래식 콘서트 홀을 만들어 놓은 이유입니다. 또 매년 포도 수확 후 포도밭에서 오케스트라 공연도 진행합니다. 특히 병 레이블에도 악기를 담아 와인을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바롤로는 깊고 풍부한 저음의 더블베이스, 바르바레스코는 매혹적인 우아한 첼로, 산뜻한 화이트 와인 가비는 호른, 달콤한 모스카토 다스티는  베이스튜바로 그립니다.  
포도밭 연주회.
바바 셀러.
“오랫동안 테이스팅을 하다 보니 레드는 현악기, 화이트 관악기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됐어요. 높은 산도는 높은 톤의 음악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데 바르베라는 마셔보면 금방 알아요. 곧바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 라 캄페넬라가  떠오르더군요. 묵직한 와인은 낮은 음역대의 더블베이스나 첼로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죠. 단순한 악기만 그려놓은 뒤 우리 와인은 음악과 관련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펴는 게 아니라 와인의 산도, 당도, 바디감에 따라 어울리는 악기를 정했답니다. 영어보다 전세계 사람들이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는 음악이라 생각해요. 와인과 사람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음악이 하는 거죠 .”
코코나토 전경.
바바 3형제와 부친.
◆바르베라의 명작 스트라디바리오의 탄생
6대에 걸쳐 와인을 빚는 바바 와이너리의 역사는 16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코나토의 몽페라토는 로마인들이 2000년전부터 정착해 살던 곳으로 로마시대의 돌 등 유물이 발견되고 있고 당시 교회 건물이 지금도 남아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습니다. 몽페라토에서 농사를 짓던 바바 가문은 1911년부터 와인을 본격적으로 와인을 빚기 시작합니다. “사실 와인을 만든지 오래됐지만 대외적으로 유명해지기까지 시간 많이 걸렸답니다. 와인 생산 초기에는 마차로 와인을 운반했는데 토리노까지 하루, 밀라노까지는 이틀이 걸려 와인이 맛이 없어져 버렸죠. 철도가 개통되면서 와인 산업 본격적으로 성장했답니다.” 바바는 몽페라토에서 포도밭 20ha를 직접 경작합니다. 
바바 와인.
스트라디바리오 1997, 1999, 2000, 2001 빈티지.
바바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단순한 품종 바르베라로 명작을 만들어내는데 바로 바이올린으로 풀어낸 스트라디바리오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Stradivario Barbera d’Asti Superiore)랍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네비올로 품종으로 빚는데 바르베라는 네비올로보다 산도가 더 높고 레드베리 같은 과일의 아로마가 풍부합니다. 반면 탄닌이 약해 바디감이 떨어지고 장기숙성할 수 없어 신선할때 가볍게 마시는 저가 와인으로 많이 만들어 집니다. 이 때문에 최소 10년은 묵혀야 제맛을 내는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가 익기를 기다리면서 마시는 와인 정도로 여겨졌답니다. 그런 바르베라의 품질을 바바가 2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획기적으로 품질을 끌어 올립니다. 
바르베라.
“원래 바르베라는 단순한 품종이었는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탄생한 것이 스트라디바리오랍니다. 1980년대 부친이 세계의 여러 와인 생산지를 둘러본 뒤 생산량을 대폭 줄여 풍미가 집중된 포도를 생산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ha당 1만5000kg이던 생산량을 9000kg까지 급격하게 줄였는데 생산량에 의존하던 당시 와이너리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였죠. 현재는 6500kg까지 줄였답니다. 두번째 변화는 배럴 사이즈입니다. 원래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은 대대로 상속되는 대형 푸드르를 사용해왔죠. 단순히 와인을 담는 보관함으로만 이용한겁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와인을 변화시키는 재료로 작은 오크배럴을 쓰는 것을 본 뒤 부친이 기존의 모든 배럴 버렸고 작은 새 프렌치 오크배럴을 사들여 셀러를 다시 짓는데 과감한 투자를 합니다. 배럴 안을 태우는 시즈닝은 보통 배럴 생산자들이 하는데 바바는 와이너리에서 직접 시즈징해 오크향의 밸런스를 맞춥니다. 이렇게  탄닌은 높이고 산도는 좀 줄여 밸런스 좋은 바르베라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스트라디바리오가 1980년대부터 바바의 르네상스를 이끌게 됩니다.” 바바가 이런 스트라디바리오를 세상에 내놓자 와인전문매체와 비평가들이 극찬을 쏟아내면서 바르베라가 비로소 새롭게 조명됩니다. 톰 스티븐슨의 ‘소더비 와인 엔사이클로페디아’에 대표적인 바르베라 다스티 와인으로 소개됐을 정도죠.
오크통 디자인 테이스팅룸 입구.
테이스팅룸.
◆20년은 거뜬히 버티는 바르베라
테이스팅룸에서 로베르토와 함께 스트라디바리오 2001을 시음합니다. 마시는 순간, 섬세하면서도 울림이 크고 우아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바로 떠오릅니다. 20년 세월에도 산도는 아직 놀랍도록 짱짱합니다. 풍성한 바디감과 복합적인 향들이 비강을 가득 채우는데 무엇보다 향수를 살짝 뿌린 여성같은 우아함이 돋보이네요. 탄닌은 실크처럼 부드럽습니다. 영한 바르베라는 체리, 블랙베리, 라즈베리 등 신선한 과일향이 특징입니다. 오크 숙성을 거치면 바닐라, 견과류, 후추 등 스파이시한 향이 더해지죠. 여기에 20년 정도 숙성되면 바롤로를 뛰어넘을 정도로 묵직하고 바르바레스코를 능가할 정도로 우아함까지 발산합니다. 숲속바닥, 젖은 흙, 가죽같은 애니멀 노트, 담배, 버섯 등 3차 풍미가 풍성하게 어우러집니다. 
테이스팅룸 셀러.
스트라디바리오 올드 빈티지.
로베르토는 2001년산은 좀 엘레강스한 빈티지이고 1999년과 2000년 빈티지는 파워풀하다고 설명합니다. 스트라디바리오를 제대로 즐기려면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20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와인입니다. 로베르토는 종이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합니다. 다른 와이너리 바르베라는 시음 적기가 되면 그 기간이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며 추락하지만 스트라디바리오는 10년∼20년 아주 오랫동안 이어진다고 하네요.
몽페라토 포도밭 전경.
몽페라토는 라틴어 ‘몬스 페라투스(Mons Ferratus)’가 어원으로 ‘비옥하고 풍요로운 산(Fertile and Rich Mountains)’이라는 뜻입니다. 대륙성 기후로 일교차가 크고 바다가 솟아 형성된 토양으로 석회질의 풍부한 미네랄을 움켜쥐고 있는 것도 최고의 바르베라가 생산되는 배경입니다. 몽페라토는 2014년 로에로(Roero)와 랑게(Langhe)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도 자랑합니다.
한국을 찾은 로베르토 바바.
로베르토 바바.
◆장인의 손과 시간으로 빚는 바르베라
스트라디바리오의 다양한 빈티지를 한 자리에서 테이스팅하면 장기숙성하면서 달라지는 바르베라 품종의 매력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한국을 찾은 로베르토와 함께 스트라디바리오 2012, 2001, 1997을 시음합니다. 2012는 현재 유통되는 빈티지로 10년 숙성됐지만 아직도 아주 어린 와인인 것처럼 굉장한 신선합니다.  “2012년은 겨울동안 춥고 8월에 섭씨 38도까지 오르는 기록적인 더위로 껍질이 아주 두꺼운 바르베라가 재배돼 장기숙성 와인으로 만들어졌답니다. 레드체리, 라즈베리, 담뱃잎, 흰후추 등이 다양하게 느껴지고 탄닌은 벨벳처럼 부드럽습니다. 1980년대 이전에는 타르 느낌 훨씬 강했는데 요즘은 과일향 위주의 바르베라를 만들고 있답니다. 2012는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느껴집니다.”
스트라디바리오 2001 빈티지.
다시 만난 2001년은 역시 명불허전이군요. 2012과 비교할때 와인이 숙성되면서 어떻게 큰 차이가 나는지 확연하게 보여줍니다. 역시 스트라디바리오는 20년은 지나야 지닌 매력을 모두 발산합니다. “2001년에는 4월에 섭씨 영하 5도로 떨어질 정도로 가장 추운 시기였어요. 기후변화가 포도나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다행히  8~9월은 굉장히 좋은 기후여서 평년보다 10% 높은 생산량을 보였지만 포도를 솎아내는 그린하베스트를 좀 더 강하게 해 생산량을 줄여 와인 품질을 지켜냈답니다.”
필터링을 하지 않기 시작한 1997년 빈티지.
스트라디바리오는 병입전에 필터링을 하지 않는데 1997년이 그런 스트라디바리오를 생산한 첫해입니다. 25년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잘익은 과실향이 잘 유지지고 있군요. “1997년은 스트라디바리오뿐 아니라 바롤로 등 여러 와인에서 잘 익은 과일향이 도드라집니다. 여전히 신선하면서도 산화 캐릭터 없이 균형감 좋은 와인이 잘 유지되고 있네요. 세개의 빈티지를 시음해보면 2012년은 여전히 마시기 좋은 상태지만 숙성해야 한다는 답이 나옵니다. 20년 숙성은 충분히 지켜봤는데 30년 뒤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네요.”
스카로네 포도밭을 설명하는 로베르토 바바.
바롤로 스카로네.
바롤로 스카로네.
◆콘트라베이스를 닮은 바롤로 스카로네
스카로네는 바롤로 카스틸리오네 팔레토Castiglione Falletto)의 포도로 빚는데 우아함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스카로네는 햇볕을 굉장히 많이 받는 좋은 포도밭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생산자가 2~3명밖에 없기 때문이죠. 스카로네에선 바바가 가장 메인 생산자랍니다.  이웃 비에티는 바르바레스코로 유명해요. 바롤로 포도밭도 그랑크뤼, 빌라쥐, 레지오날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바바는 빌라쥐와 크랑크뤼급만 만든답니다. 바바는 스카로네에 포도밭 5ha를 갖고 있고 생산량은 1만병도 채 안됩니다. 거의 매년 생산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면 바롤로 스카로네를 안 만든답니다.”
네비올로.
바롤로 스카로네.
2013, 2010, 2006년을 시음했는데 2010년이 확연하게 뛰어납니다. 제비꽃, 장미, 베리향, 캐러멜 노트로 시작되며 아주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서  커피, 말린 체리, 견과류, 다크 초콜릿 등 다양한 풍미가 따라옵니다. 묵직한 바디감과 오랜 숙성에서 얻어진 복합미가 풍부한 중저음을 내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상케 하는 군요. “10년 밖에 안됐지만 스카로네 특징을 잘 지닌 와인으로  한세대 한번 나올까 말까한 좋은 빈티지랍니다. 기후 조건, 소출량, 포도의 성숙도가 모두 작용한 결과죠.  굉장히 두껍고 탄닌이 강한 포도가 생산됐고 와인스펙테이터가 100점을 줄 정도로  장기숙성 가능한 와인입니다. 검은 과일, 버섯, 신선한 담뱃잎향이 많이 나고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도 인상적이네요. 오래 보관해 두면서 즐겨 보세요.”

피에몬테(이탈리아)=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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