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순양가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 현장 열기 엄청났다”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JTBC 주말극 《재벌집 막내아들》이 신드롬 끝에 막을 내렸다. 시청률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매회 화제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이성민의 압도적 연기력과 신예 박지현의 탄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준 박지현은, 알려진 바와 같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여 있는 '나무액터스' 소속 배우다. 극 중 학벌, 미모, 지성 어디 하나 모자람 없는 인물인 '모현민'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나 극 중 'MZ세대 재벌집룩'과 함께 빈틈없는 비주얼로도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종영 직후 박지현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먼저 큰 사랑을 받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종영 소감을 말해 달라.
"2021년부터 시작해 거의 1년 가까이 촬영했다.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들이 대단한 분들이어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아직 실감은 잘 나지 않지만 결과가 좋아서 행복하다."
드라마 안에서 존재감이 남달랐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낳은 스타다.
"기사나 지인들을 통해 얘기를 많이 듣긴 했다. 아직 얼떨떨하다. 아, 최근에 씨름선수 출신이라는 루머가 돌아서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씨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고, 어렸을 때 수영선수를 잠깐 하기도 했다(웃음). 인기? 아직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길에서 알아보시는 분도 거의 없다. 하하. 사실 집 밖에 잘 안 나가기도 한다. 무엇보다 저는 선배님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연극 구경하러 가듯이 현장에 갔다. 가족들이 다 모이는 장면에선 촬영이 길어져도 너무 흥미진진해 '돈 주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 순간이 배움이었다. 정말 엄청났다."
'모현민' 역할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오디션을 통해 합류하게 됐는데, 애초엔 역할을 열어놓고 오디션을 봤다. 제가 봤던 역할이 '서민영' '모현민' '레이첼'이었다. 근데 감독님이 절 보자마자 모현민 대사만 시키시더라. 당시에 감독님이 5화 공항신 장면에서 화술을 좀 쫀득하고 긴장감 있게 해달라고 주문하셨던 게 기억난다. 그 연기를 했고 바로 캐스팅됐다."
캐릭터 소개로만 봐도 학벌, 미모, 지성 어디 하나 모자람 없는 인물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해석하고 준비했는지도 궁금하다.
"일단은 대사들이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어서 이걸 어떻게 잘 살려볼까 하는 기대감 속에서 촬영 준비를 했다. 또 드라마가 시대적 배경이 있다 보니 비주얼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팀들과도 열심히 준비했다. 헤어나 메이크업의 경우는 결혼 전과 후로 나누었다.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시간의 흐름이 있다 보니까 미세하게라도 변화를 주려고 결혼 전에는 옆가르마, 후에는 앞가르마를 했다. 또 20대와 40대를 구분하고, 시대와 시간을 오가야 하기에 가발을 사용했다.
그리고 메이크업 같은 경우에는 그 시대의 메이크업들의 비주얼을 많이 찾아봤다. 다양한 컬러 섀도들과 진한 립스틱을 사용했었는데 조명이 강하다 보니 막상 화면에서는 컬러 섀도가 생각했던 것만큼 표현되지 않아 좀 아쉬웠다. 그리고 패션 부분은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스타일리스트팀과 상의해 제가 직접 빈티지 숍에서 구매한 옷들을 많이 입었다. 매 의상마다 네일까지 맞추느라 손톱이 많이 상했다. 제 스타일리스트가 엄청 고생을 많이 했다."
모현민이라는 캐릭터와 자신의 싱크로율도 궁금하다.
"0%. 하하. 저는 절대 현민이처럼 살지 못한다. '오늘만' '오늘부터' 일단 행복하자는 주의다. 앞을 내다보고 계산적으로 사는 삶은 오히려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라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그리 높지 않다. 사실 예전에는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욕심도 많았고 빨리 성과를 내고 싶었다. 당연히 스스로 자책하게 되고 나만 힘들어지더라. 어차피 평생 할 거라는 생각에 조급해하거나 욕심을 부리면 나만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때부턴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큰 욕심 없이 내가 맡은 역할, 나를 선택해준 스태프들의 기대에만 부응하자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은 특별한 계기가 있나.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다. 떨어질 때마다 항상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더라.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게 자신감인데 결국 나에게 득이 될 게 없었다. 그때부터 오디션에 떨어져도 나를 탓하지 않고 '이미지가 안 맞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정리했다. 저는 제가 오디션을 본 작품은 나중에 다 챙겨 보는데, 그런 걸 볼 때마다 그걸 느끼기도 했다. 제가 오디션 봤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이 왜 캐스팅됐는지 알겠더라. 그럴 때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어울리는 캐릭터와 작품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사실 박지현이라는 배우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미모도 미모지만 연기력 때문이었다. 연기 호평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대사였다. 착착 감기듯, 느리게 말하는 특유의 말투가 있다.
"사실 모현민이라는 캐릭터는 감정을 드러내는 친구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표정이나 눈빛을 최대한 덜어내고 신비롭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화술적인 부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아야 되고, 대사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그 속에서 갈등을 조성해야 되는 인물이라 다양하게 연습했다. 그러다가 중후반부부터는 자연스럽게 모현민이 됐던 것 같다."
극 중 남편으로 출연한 김남희 배우와의 촬영 후일담도 궁금하다.
"남희 선배님은 정말 천재다. 물론 제가 연기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거침없이, 또한 주도적·능동적으로 제시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슛이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정말 진성준으로 느껴져서 제가 리액션하기가 정말 수월했다. 그런 남희 선배님과 함께 연기해서 영광이었다."
방금 말한 김남희 배우의 상상력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제가 정말 소름이 돋아서 집에 가자마자 주변의 연기하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서 '김남희 선배님 최고다'라고 했던 적이 있다. 결혼식 전에 신부대기실에서 갈등을 빚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남희 선배님이 저를 도발한 후에 마지막에 표정이 확 바뀌면서 '먼저 나가볼게요' 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대본에 전혀 나와 있지 않은 장면이었다. 현장에서 소름이 돋을 만큼 놀라웠다."
비주얼적으로도 많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결혼식장 장면이 많이 화제가 됐다.
"제가 웨딩드레스를 처음 입어봐서 엄청 힘들더라. 드레스를 입고 높은 힐을 신었는데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일이어서 물도 안 마시고 버텼다.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는 클래식한 드레스를 골랐는데, 콘셉트가 좋아서 많은 분들이 예뻤다고 해주시는 것 같다."
월드컵 기간 때 카타르에서 포착돼 화제가 됐다.
"내 인생에 20대 때 언제 또 월드컵을 직관하겠냐는 생각으로 갔다. 제 남동생이 축구 광팬이다. '누나, 가자!' 하기에 그냥 따라갔다. 짧게 다녀왔다. 정말 월드컵만을 위한 일정이었다. 월드컵 직관은 처음이었고, 정말 감동적이었다. 국가대표 선수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2023년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미래가 아니라 하루하루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새해엔 《히든페이스》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이미 현장에서 행복했기 때문에 만족한다. 많은 분이 제 새로운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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