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아름다움 카메라에 담은 사진가 김중만씨 별세

김태훈 2022. 12. 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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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꼽혀 온 김중만씨가 폐렴 투병 끝에 31일 오전 10시쯤 별세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상업사진을 찍지 않고 대신 독도를 비롯해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에 매진하며 관련 전시회도 꾸준히 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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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 투병 끝에… 68세 일기로 타계
상업사진에서 예술사진으로 진화해
"한국 자연의 美 뒤늦게 깨달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꼽혀 온 김중만씨가 폐렴 투병 끝에 31일 오전 10시쯤 별세했다. 향년 68세.

독도 등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작가 김중만씨(1954∼2022). 스튜디오 벨벳언더그라운드 제공
1954년 강원 철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정부가 국제사회 기여를 위해 개발도상국에 파견한 의사였던 부친을 따라 아프리카, 프랑스 등에서 소년과 청년기를 보냈다. 프랑스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응용미술대에 진학해 서양화를 공부했다.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고인은 “그림과 사진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알고 보니 양쪽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며 “서양화에서 배운 지식이 좋은 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되어서, 이를 벗어나기 위해 처음에는 거의 10년 이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방황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인은 20대이던 1970년대 프랑스에서 신예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제법 이름을 알렸다. 1977년 프랑스 아를 국제사진페스티벌에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활동은 1980년대 중반 귀국전(展)을 여는 것으로 본격화했다.

처음에는 주로 유명 스타와 패션 사진을 찍었고 2002년 패션사진가상을 받는 등 한때 ‘상업사진의 대가’로 불렸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상업사진을 찍지 않고 대신 독도를 비롯해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에 매진하며 관련 전시회도 꾸준히 열어왔다. 이같은 변화와 관련해 고인은 언론에 “2008년 한국관광공사의 엽서사진 작업을 하면서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안동 병산서원과 눈 내린 한라산 기슭의 설경 등을 찍으며 내 땅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예술사진 쪽으로 돌아선 뒤 마크 오브 리스펙트상(2009), 한국패션 100년 어워즈 포토부문상(2011) 등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대외활동도 왕성하게 펼쳐 인천국제공항 명예 홍보대사(2009), 한국국제협력단 홍보대사(2010),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사진전 심사위원장(2011),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조직위원회 조직위원(2012) 등을 맡았다.
2010년 2월 마크 오브 리스펙트상 시상식에 참석한 사진작가 김중만씨(가운데)가 주최 측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인은 2009년 한 방송에 출연해 연예인 사진을 많이 찍던 시절을 회상하며 영화배우 전도연을 ‘카메라와 잘 어울리는 최고의 여배우’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당시 고인은 “다른 스타들 역시 나름대로의 개성과 카리스마가 있지만 전도연씨에게서 ‘이 친구는 정말 배우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그런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기회가 날 때마다 자신을 둘러싼 ‘상업작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진의 대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곤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받고선 “어떠한 장르의 사진이건, 시간을 두고 다시 봤을 때 아주 좋은 느낌을 주는 사진이 분명 있다”며 “이게 바로 이상적인 사진”이라고 답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1월3일. (02)923-4442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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