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모아 10년 동안 6개국을 여행했습니다②
지금은 둘이 결혼해서 아이를 하나도 낳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사교육비’입니다.
실제, 외국 언론이 OECD와 일본, 한국 등 다양한 기관의 조사 자료를 종합적으로 집계해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교육비는 대상 국가들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사교육비가 전체 교육비에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습니다.
그렇다면 ‘사교육’ 없이 아이를 잘 키우는 건 불가능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학습이 크게 뒤처지지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된 것도 아니었답니다.
다음은 사교육비를 모아 가족들과 10년 동안 6개국을 여행한 ‘평범하지만 특별한 엄마’ 이지영 씨가 말하는 ‘엄마표 학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Q. 첫 번째 여행을 떠날 때 아이가 6살, 8살이라고 하셨는데요. 10년 동안 여행을 다니신 거면 첫째 아이는 초·중학교를 학원이나 과외 없이 학습해 온 건데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교육을 언제까지 안 시켜야지’ 이렇게 정해 놓은 건 아니었어요.
‘언제든지 필요하면 이야기해라. 보내줄 거다’ 이야기했었는데 아이들도 친구들을 봤을 때 학원의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 학원 숙제를 들고 와서 쉬는 시간에 풀고 있다거나 숙제를 친구한테 대신 부탁하는 친구들도 있고...
또 저도 ‘학원에 가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 일단 저는 ‘꼭 상위권이어야 한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다지 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키운 다음에 세상에 내보내야겠다’는 생각했었는데, 아이들한테는 학습이 가장 큰 분야잖아요.
학습에서 자기 주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많은 부분에서 자기 주도가 이루어지기 힘드니까 일단 잘하지 않아도 자기 주도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Q. 알고 보니 ‘엄마표 영어’ 관련 책을 두 권이나 쓰셨던데, 혹시 교육 쪽 관련된 일을 하셨나요?
전혀 아니에요. 저는 원래 간호사였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을 그만뒀고, 다른 엄마들과 똑같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보통 엄마였어요.
제가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하니까 영어를 잘하나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도 영어가 잘 안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여행하면서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를 느꼈어요.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서 그렇게 고급진 표현들이 오갈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한테도 원어민처럼 해라 강요하지 않았고, ‘의사소통은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 되는 거니까 문법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Q. 지금 우리나라는 ‘에듀푸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많아요.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
저는 근본적으로 교육에 투자한 비용과 아이의 미래가 비례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불안감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남들은 다 시키는데 나만 안 시키면 우리 애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
‘모두가 시키고 있으니까 나도 시켜야 되겠다’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영어 같은 경우는 ‘나는 영어 책은 읽혀줄 수 있어. 그러나 내가 영어로 대화를 못하니까 영어책은 집에서 읽히고 영어로 대화하는 건 학원이나 화상영어를 해서 해결을 하자’ 이런 식으로 지금 실정과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서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제가 직장맘이라서 입장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웃음) 전업주부셨고, 엄마표 영어책을 쓰실 정도면 교육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셨던 것 같은데요. 나는 정말 그럴 여력이 없다 하는 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제가 늘 이야기하는데, 엄마표 영어책을 쓸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은 굉장히 많다. 책을 쓸 시간이 없었을 뿐이지, 엄마표 영어를 하고 계시는 분들은 너무나 많아요.
제가 전업주부로서 본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부분은 저는 오히려 전업주부라서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직장맘이신 분들은 아이랑 보내야 하는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딱 정해져 있더라고요.
저도 그래서 노력했던 부분이 아이들한테 영어책을 읽어주고 문제집 한 장 풀고 이렇게 규칙적으로 저녁 시간을 보냈어요.
직장 다니는 분들한테 다 엄마 표로 해라고 권하고 싶진 않아요.
직장도 다녀왔는데 이후 시간을 다 엄마 표로 투자하면 엄마의 삶이 너무 없잖아요.
다만, 학원에 모든 걸 의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학습을 다 맡겨서 엄마가 아이가 요즘에 뭘 배우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학원에 다니고 있고 그런 과정까지 모르는 상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에 우리 아이에게 어떤 게 필요한지 그걸 아는 것도 저는 엄마 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적당한 시점에 우리 아이한테 필요한 걸 찾아서 매칭을 잘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모두가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엄마는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 고민을 하다 보니 벌써 네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됐어요. 아이들도 잘 자라주었나요?
네, 제가 바랐던 건 ‘좋은 대학에 가라, 인 서울 해라’ 이런 게 아니라 좋은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었어요.
"연어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데, 죽어라 헤엄을 치는데도 1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연어를 보며 아이들도 안타까워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도 계속 제자리일 수도 있다는 슬프지만 흔한 현실을, 그 설명하기 어려운 사실을 연어가 알려주어 고마웠다. 그리고 그럴 가치가 있다면 설사 뒤로 살짝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히, 묵묵히 헤엄쳐야 한다는 사실도." -학원대신 시애틀, 과외대신 프라하 중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도 있어야겠지만 동료를 배려한다거나 공감을 잘한다거나 책임감, 성실함 이런 것들이 다 포함되잖아요.
지금 둘 다 성인이 되고 보면 그렇게 큰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도 ‘아이가 잘 살까?’ 그런 걱정을 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저는 그 걱정에서 마음이 좀 편안해진 것 같아요. 잘 살아줄 거라 그렇게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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