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로 '쪽박' 패닉인데···빚 탕감해 준다? [코주부]
이번 레터에서는 조금 무겁지만, 우울하지만은 않은 개인회생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달 초 서울회생법원이 올해 상반기 개인회생사건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3%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2030의 신청 비율(46.1%)이 전년 동기 대비 5%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긴축 여파로 암호화폐와 주가가 폭락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빚투족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안타깝지만, 회생신청은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도산법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고 온 에디터가 개인회생 제대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일정 소득이 있고, 재산보다 빚이 많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개인회생제도가 도입(2004년 9월)되기 전부터 도산 사건을 맡아왔던 국내 도산법 전문가 김관기 김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요건이 까다롭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다 거짓말이다.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낙오자를 구제하는 제도가 개인회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청 자격 등 기본적인 내용은 서울회생법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 위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일정소득이란?
개인회생 전문가인 배동환 변호사님에 따르면 최소한의 생계비 이상이어야 합니다. 소득이 있어도 생계비에 못 미친다면 3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빚을 계속 갚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매년 정부가 고시하는 중위소득 금액의 60% 상당액을 생계비 기준액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함께 사는 가족이 있더라도 채무자에게 법적 부양의무가 없다면 채무자 1인 가구로 인정됩니다. 부양의무가 인정되는 가족은 미성년 자녀, 고령의 경제능력 없는 부모님 등입니다.
신청 자격 못지 않게 변제율도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소득, 재산, 부채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김 변호사님에 따르면 최저 변제금액원칙을 이해하시면 어느 정도 탕감이 가능한지 알 수 있습니다.
◇최저 변제금액원칙?
채권이 5000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5% 이상, 그 이상인 경우에는 3%+100만 원은 갚아야
이론상 97% 가까이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10% 정도를 최저한도로 보면 됩니다. 그 이하일 경우 실무상으로는 회생위원이 권유해 파산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실제 변제율은 10%~100%(탕감률 0%~90%)에 이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정보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채무자는 가용소득(채무자의 월 실소득 금액에서 법원이 인정한 생계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전부 빚 갚는데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용소득이 80만원인데, 50만원으로 낮춰 변제 기간을 늘리면 안됩니다.
서울회생법원은 개인회생 절차에서 변제(빚을 갚음)해야 할 금액을 산정할 때 주식·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은 고려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실무 준칙을 제정해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회생 신청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내놓은 대책입니다. 새롭게 도입된 제도로 이전보다 많은 빚을 탕감받을 수 있게 됐지만, 판결이 아닌 준칙이다보니 법원에서 잘 따를지 신청인들 입장에선 알 수 없어 따로 정리했습니다. 준칙에 따르면 5000만 원을 빌려 투자했다가 4000만 원을 잃었다면 채무가 1000만 원으로 책정됩니다. 이전에는 5000만 원을 채무로 봤습니다. 다만 조사 결과 채무자가 투자 실패를 가장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청산 가치 산정에 투자 손실금을 반영합니다. 쉽게 말해 빚 총액에 손실금도 포함시킨다는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건 적용 여부입니다. 특히 지방에 있는 법원의 경우 개인회생을 보수적으로 바라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니까요.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7월부터 준칙을 적용해 판단하고 있으며, 지방법원과도 소통을 하고 있다. 지방에서도 이 준칙을 적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어요. 지방에서 회생 파산을 담당했던 현직 판사는 “회생법원이 준칙을 제정했으면 서울 판사들은 99%, 지방에서 근무하는 판사들도 시차가 있을 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어요. 지켜봐야 겠지만, 지방에 사시는 분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자격도 되는 것 같고 기본적인 지식도 익혔으면 다음 절차는 신청하기입니다. 크게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①나홀로 소송. 이런 분들은 첫번재 링크 참고하시면 됩니다. 다만 혼자 소송하기 불편하고, 신청이 기각되면 수임료를 환불해 주는 로펌도 많으니 굳이 혼자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②전문가의 도움 받기. 변호사뿐 아니라 개인회생 신청 대리권이 있는 법무사에게 도움을 구해도 됩니다. 변호사 구할 경제적 여건이 안된다? 포기하시지 마세요. 이런 분들을 위해 무료로 소송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회생법원홈페이지 참고하시면 됩니다.
변호사 고르는 꿀팁 없냐고요? 총수임료 명시, 추가 비용 없는 곳, 지나치게 싼 수임료 제시 변호사 피하기 등 여러 방법이 나와 있긴 합니다. 다만 변호사 보다는 신청자의 재정 상태가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수임료는? 변호사 맴입니다. 30만 원을 부르는 변호사도 있고 500만 원을 달라는 변호사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 본인도 힘들겠지만, 채권자에게도 고통을 안겨줍니다. 당연히 투자자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는 건 가혹합니다. 특히 앞길이 창창한 청년들에겐 더더욱 그렇겠죠. 그래서 개인회생 제도가 있는 겁니다. 법원도 적극 나서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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