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다이애나 빼고 다 인터뷰한 바버라 월터스 별세

김태훈 2022. 12. 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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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사 ABC를 대표하는 간판 앵커로 일하며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은 물론 범죄자까지 다양한 인물들과 만나 '인터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은 언론인 바버라 월터스가 30일(현지시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월터스의 타계 소식은 그가 생전에 오래 몸담은 ABC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자신의 이름을 딴 '바버라 월터스 스페셜', ABC의 간판 토크쇼 '더뷰' 등에서도 진행자로 활약하며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영량력 있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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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ABC '이브닝뉴스' 앵커 맡아… 女 최초
본인 이름 딴 스페셜 프로그램 오랫동안 진행
대통령부터 범죄자까지 다 만난 '인터뷰 여왕'
미국 방송사 ABC를 대표하는 간판 앵커로 일하며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은 물론 범죄자까지 다양한 인물들과 만나 ‘인터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은 언론인 바버라 월터스가 30일(현지시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국 ABC 방송의 간판 앵커로 ‘인터뷰의 여왕’이란 별칭으로 불린 바버라 월터스(1929∼2022). EPA연합뉴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월터스의 타계 소식은 그가 생전에 오래 몸담은 ABC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다만 ABC는 고인이 어디에서 어떻게 숨을 거뒀는지, 구체적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월터스는 1929년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둘 다 동유럽에 거주하다 반(反)유대주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의 후손이었다. 고인은 뉴욕의 사라 로렌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2015년 이 대학에 15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160억원)를 기부할 만큼 모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원래 부유한 집안이었으나 고인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었다. 이에 고인은 홍보회사에 비서로 취업해 그 월급으로 부모와 동생 등 가족을 부양했다. 보도자료 같은 홍보용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돼 1950년대 CBS에 입사해 ‘더모닝쇼’의 작가로 일했고, 1961년에는 NBC로 옮겨 ‘투데이쇼’의 대본 등을 쓰며 본격적으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글만 썼지만 뛰어난 말솜씨에 힘입어 1964년 ‘투데이쇼’의 정식 출연자가 되었고 10년 뒤인 1974년에는 공동 진행자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화제의 인물과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조금씩 유명해졌다.

1976년 ABC로 옮긴 것은 고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기가 됐다. ABC 입사와 동시에 이 방송사의 저녁 시간대 ‘이브닝뉴스’ 앵커가 되었다. 미 언론사상 여성이 저녁뉴스 앵커를 맡은 것은 고인이 처음이었다. 이후 1979년에는 시사 프로그램 ‘20/20’의 공동 앵커가 됐다. 자신의 이름을 딴 ‘바버라 월터스 스페셜’, ABC의 간판 토크쇼 ‘더뷰’ 등에서도 진행자로 활약하며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영량력 있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 했다.
미국 ABC 방송 앵커 바버라 월터스(왼쪽)가 2010년 7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뉴욕에서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 기간 고인이 만나 인터뷰한 유명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리처드 닉슨부터 도널드 트럼프에 이르는 미국 대통령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소련을 해체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쿠바 혁명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이끈 야세르 아라파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할리우드 스타에서 모나코 왕비로 변신한 그레이스 켈리, 빌 클린턴 전 대통령한테 성추행을 당한 모니카 르윈스키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2004년에는 자신의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어느 미국 여교사도 고인의 인터뷰 대상이었다.
훗날 고인은 “정말 얘기 되는 사람 2명과 인터뷰를 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그리고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전 부인 다이애나가 주인공이다. 둘 다 고인과 친분이 있었지만 재클린은 카메라 앞에 서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인터뷰를 기피했고, 다이애나는 찰스 3세와 결별한 뒤 첫 단독 인터뷰 기회를 영국 BBC에 줬다.
미국 ABC 방송 앵커 바버라 월터스(오른쪽)가 2001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크레믈궁에서 만나 인터뷰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모스크바=AP연합뉴스
고인은 2010년 심장 수술을 받은 뒤 건강상 이유로 거취를 고민하다가 84세이던 2014년 5월 방송 진행자석을 떠났다. 마지막 인터뷰 대상자는 대통령선거 도전을 앞두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었다. 은퇴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고인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울게 만들었지만 나는 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BC는 40년 가까이 회사에 기여한 고인을 기리고자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ABC 뉴스 빌딩 이름을 ‘바바라 월터스 빌딩’으로 바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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