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올해 '즉각 대응' 체계 구축에 전력…마지막 날에도 '대남 대응' 도발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올해 우리나라와 미국의 각종 군 관련 행보에 탄도미사일 발사, 포병 사격 등의 '즉각 대응' 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남 '대적 투쟁'을 선언한 이후 두드러지는 이 같은 기조는 내년 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오전 8시쯤 북한이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3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탄도미사일은 350여㎞를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북한이 12월31일에 미사일 도발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년을 결산하고 대내외 주요 정책을 논의·의결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진행 중 군사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 행보로 평가된다.
북한이 이미 기술적 완성 수준이 높은 SRBM을 쏘아 올린 것은 도발의 목표가 미사일의 개량보다는 '무력 대응'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방당국이 전날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실시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대한 맞대응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부 상황과 무관한 자체적인 국방력 강화에 힘쓰면서도 '적의 행동에 상응하는 행동을 한다'는 북한의 행보는 올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6월8~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에서 예고됐다. 북한은 회의에서 2년 만에 '대적 투쟁'을 언급했는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우리 국권을 수호하는 데선 한 치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 대(對) 강', '정면승부' 투쟁원칙"을 천명했다.
북한은 전원회의 직후인 6월12일 대남용 무기인 방사포를 쏘며 '대적 투쟁'의 본격화를 알렸으나, 7월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여름철 집중호우 여파로 7월엔 방사포 발사 외엔 뚜렷한 도발을 하지 못했다.
북한의 '즉각 대응' 기조는 9월부터 뚜렷하게 드러났다. 미국 해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CVN-76)이 23일 부산에 입항한 것을 계기로 한미 해군이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응해 이례적인 빈도와 방식으로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하루 앞두고 평안북도 태천에서 600㎞ 사거리의 SRBM을 쐈다. 이에 과거엔 미 항모의 한반도 인근 전개시 도발을 자제해오던 북한이 전략을 바꾼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특히 태천에서 600㎞ 거리는 부산에 입항한 로널드 레이건호를 겨냥한 시험발사로 해석됐다.
레이건함이 한반도 인근에서 우리나라 및 일본과 훈련한 시기와 거의 겹치는 9월25일부터 10월9일 사이 북한은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과 군용기 150여대를 동원한 '대규모 항공공격 종합훈련'을 벌였다.
이후 북한은 이달 5·6일엔 한미연합 전력의 다연장로켓발사체계(MLRS) 사격훈련에 동·서해 포격 도발로 응수하며 "전선 근접 지대에서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적반하장격의 입장문을 내는 등 자신들의 도발이 나름의 '실시간·비례대응' 기조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올해 최소 33차례에 걸쳐 약 7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순항미사일도 3차례 쏜 것으로 매체를 통해 확인됐다. 평균적으로 1주일에 1번은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도발의 일상화'를 이룬 것이다. 이달 26일엔 무인기 5대를 우리 영공으로 보내는 이례적인, 마치 모든 자산을 '총동원하는' 듯한 도발 양상도 보였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올해 자신들의 계획에 따른 도발, 한미일 주요 훈련에 대응하는 도발, 미군 주요 자산 움직임에 따른 도발을 모두 단행하며 도발 빈도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수단으로 설정된 목표를 타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북한의 도발이 그 강도에 비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오히려 소형 무인기의 영공 침투가 탄도미사일보다 더 큰 불안을 조성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날 전원회의 중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린 건 내년에도 대남 대적 투쟁 기조를 유지하겠단 의지 표명으로도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당 총비서는 지난 27일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국권 수호, 국익 사수를 위해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 원칙과 대적 투쟁 방향"을 천명했다고 한다.
북한은 올해 1월에만 극초음속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크스' KN-24, 장거리 순항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등을 동원해 7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자행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에도 이에 못지않은 '신년 도발'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에 직면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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