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택시 기사 살해 후 모르는 청년들에 시비…"사람 죽일 수 있냐"

영상=MBC보도화면 갈무리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신상공개가 결정된 이기영(31)이 살인 닷새 후 모르는 청년들에게 접근해 밥을 사주며 시비를 건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MBC는 지난 25일 오전 4시 30분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식당에서 찍힌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CCTV 영상에는 누군가에게 밥값을 결제하라는 듯 카드를 건네는 이기영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기영은 앞서 지난 20일 밤 11시쯤 택시 기사를 살해한 후 옷장에 시신을 은닉했다. 이후 닷새가 지난 성탄절날 이기영은 한 주점에서 젊은 남성 5명의 음식값을 대신 내주고 고기를 사주겠다며 접근했다.

이들은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고, 이기영은 웃는 얼굴과 거침없는 손짓으로 술자리를 주도하며 "건물이 8개 있다", "돈이 많은데 같이 일하겠냐"고 말하는 등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에 동석했던 청년 중 한 명은 "저희한테 이기영이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기영이 형이라고 저장해 놔'라고 했다. 또 '돈 주면 자기가 시키는 거 다 할 수 있냐'고 묻더니 '사람도 죽일 수 있냐'고 하더라"며 당시 대화 내용을 밝혔다.

영상=MBC보도화면 갈무리

식사가 끝난 뒤 이기영과 남성들은 식당을 빠져나왔고, 식당 앞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이기영이 남성 중 한명의 얼굴을 때렸다. 맞은 남성이 이기영의 멱살을 잡자 이기영은 머리를 들이받으며 계속해서 이 남성을 공격했다.

남성들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기영은 바닥에 넘어졌지만 계속해서 다가가 시비를 걸었고, 이상한 느낌이 든 남성들이 자리를 피하려 하자 이기영은 "끝까지 쫓아가 죽이겠다"며 계속해 행패를 부렸다.

이 시비를 끝으로 이기영은 CCTV 화면에서 벗어났고, 바로 몇 시간 뒤 옷장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동선을 추적해 식당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낮 12시쯤 근처 병원에서 다친 손을 치료받던 이기영을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기영은 "누군가와 시비가 붙어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당일 오전 이 남성들과의 시비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기영은 택시 기사 살해에 앞서 지난 8월 파주 집의 소유주이자 동거녀였던 50대 여성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기영에 대해 사이코패스 검사를 비롯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이기영의 통신기록을 통해 동선을 확인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주변인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신상정보를 29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