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만난 외계 행성같은 풍경…‘알울라 매직’ [전승훈의 아트로드]
전승훈 기자 2022. 12. 31. 14:00
‘제2의 중동붐’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뜨거운 모래 사막과 낙타 밖에 없을까? 1970~80년대 ‘중동 붐’ 당시 한국의 건설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던 곳.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광대국을 꿈꾸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살만(MBS)이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도 관광산업이다. 수도 리야드 공항에 내리는 순간, 사우디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 깨지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사막에 비를 몰고 온 손님
마중나온 현지 여행사 ‘디스커버 사우디(Discover Saudi)’의 직원 지야드 알말키 씨(25)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산을 써봤다”며 “여러분들은 귀한 비를 몰고 온 손님”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사우디는 남한 면적의 약 20배 정도로 큰 나라다. 홍해 해변이나 사막도 있지만, 알아흐사 같은 오아시스 도시에는 대추야자 숲이 정글처럼 펼쳐져 있다. 북쪽의 요르단·이라크와 가까운 타북 지방과 남쪽 예멘과 가까운 아시르 고원지대에는 겨울에 0℃ 가까이 떨어져 눈이 내리기도 한다. 사우디는 타북주 네옴시티 인근 트로제나 스키장에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도 했다.
사우디에서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거리에 히잡을 쓰지 않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걸어다니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란에서 히잡 반대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수많은 여성들이 체포되고 있는데,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를 수호하는 보수적인 국가인 사우디인데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2019년 여성들에게 운전면허가 허용된 이후로 여성들은 남편이나 아버지 같은 후견인의 허락없이도 자유롭게 외출하고, 취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2016년 빈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비전 2030’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이후 석유패권이 사라진 사우디가 석유없는 미래의 청사진을 담은 계획이다. 제1의 중동특수가 건설붐이었다면 빈살만이 이끄는 ‘제2의 중동 특수’는 문화, 관광, 금융, 신재생 에너지 등에 집중돼 있다. 네옴프로젝트 말고도 리야드 시내의 중동최대의 금융도시를 표방하는 ‘킹압둘라금융지구’를 비롯해 해양리조트를 짓는 ‘홍해프로젝트’, 할리우드 10배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시 ‘키디야프로젝트’ 등 사막과 해안에 엄청난 신도시를 짓느라 전국토가 공사 중이었다.
빈살만 왕세자의 네옴프로젝트 발표 이후 사우디에는 유럽발 관광열풍이 불고 있다. 비즈니스 업무 관련 비자 말고는 좀처럼 관광 비자를 발급하지 않던 사우디 정부가 2019년 온라인으로도 전자 비자를 발급해 관광의 문호를 활짝 열었기 때문. 사우디는 그동안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허용됐던 성지 메디나 방문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개방했다. (메카는 아직 이슬람 신자에게만 방문이 허용된다) 지난 9월부터는 인천~리야드~제다 직항 항공노선도 뚫려 한국인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새로운 여행지가 됐다.
사우디 여행 중에 만나는 가장 놀라운 풍경은 북서부에 있는 고대문명 도시 알울라(AlUla)다. 리야드에서 1100km 떨어진 알울라는 마치 화성과 같은 외계의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풍광에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5억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사암(砂巖) 산맥이 계곡을 이루고, 바람에 의해 풍화와 침식을 통해 기암괴석을 이룬다. 미국의 그랜드캐년 대협곡, 버섯모양의 신기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터키의 카파도키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중국의 장자계(장가계)를 화성에 펼쳐놓은 듯한 풍광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내셔널지오그라피에서 본 듯한 사진이 찍힌다.
2019년 12월 빈살만 왕세자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알울라 관광지 개막축제는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마라야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500석 규모의 좌석과 음향시설을 갖춘 콘서트홀에서는 일디보, 야니, 라이오넬 리치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찾아와 공연을 했다. 마라야(Maraya)는 아랍어로 ‘거울’이라는 뜻.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로 덮인 건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콘서트홀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마치 신기루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주변의 계곡과 바위, 모래사막을 거울로 반사해 비추기 때문에 마치 건물 자체가 없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알울라 코끼리 바위는 해질녘 노을빛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 코끼리 바위 앞에 있는 모래 사막에는 구덩이를 파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는데, 해가 지고 횃불이 들어오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위의 색을 감상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하다 보면 사막의 고요함 속에 빠져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두 번째로 놀랐던 것은 사막에 펼쳐진 수영장이다. 명상 수련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해비타스 알울라 리조트는 기암괴석의 협곡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이집트 레바논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출신 작가들이 만든 5개의 예술작품이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중앙의 커다란 바위 위에 파란색 히잡의 여인이 명상을 하고 있는 예술품이다. 이집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옆으로 코발트 블루 색으로 빛나는 수영장이 펼쳐져 있고, 빨간색, 초록색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막 한 가운데 인피니티풀장라니! 요즘 전세계 인스타그램에서 난리가 난 장면이다.
이처럼 알울라의 리조트는 최대한 자연적인 풍광을 살린 건축이 주목을 끈다. 기자가 이틀밤 머물렀던 ‘샤덴(Shaden) 리조트’는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바위로 둘러싸인 단층짜리 호텔이다.
밤이 내려면 사막의 별과 달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르고,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위 틈사이 구멍에 집을 짓고 사는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지저귀는 소리가 싱그럽다.
5개의 빌라, 40개의 주거 단지, 25개의 침실 과 레스토랑, 스파는 모두 동굴 내부에 위치하며, 80m 높이에 이르는 리프트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바람에 의해 풍화된 자연적인 바위 구멍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발코니는 사암 산맥의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뜨거운 모래 사막과 낙타 밖에 없을까? 1970~80년대 ‘중동 붐’ 당시 한국의 건설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던 곳.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광대국을 꿈꾸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살만(MBS)이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도 관광산업이다. 수도 리야드 공항에 내리는 순간, 사우디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 깨지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사막에 비를 몰고 온 손님
지난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착륙하지 못하고 몇바퀴 선회를 했다. 창 밖을 보니 활주로에 빗방울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사우디에서 소낙비를 맞게 될 줄이야! 이날 새벽부터 낮까지 내린 비로 리야드 시내는 물바다가 돼 버렸다. 불과 10~20mm에 불과한 비에도 배수시설이 부족한 사우디에서는 곳곳에서 맨홀이 역류하고 도로가 끊겼다.
마중나온 현지 여행사 ‘디스커버 사우디(Discover Saudi)’의 직원 지야드 알말키 씨(25)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산을 써봤다”며 “여러분들은 귀한 비를 몰고 온 손님”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사우디는 요즘 겨울이다. 해발 700m의 도시 리야드에서 비가 온 것도 신기한데, 날씨도 쌀쌀했다. 영상 12도. 모래사막을 예상하고 반팔만 가져왔는데, 추웠다. 자세히 보니 리야드 남성들은 패딩점퍼를 입고, 여성들은 양털로 짠 두꺼운 아바야(외출할 때 입는 로브 드레스같은 겉옷)를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사우디는 남한 면적의 약 20배 정도로 큰 나라다. 홍해 해변이나 사막도 있지만, 알아흐사 같은 오아시스 도시에는 대추야자 숲이 정글처럼 펼쳐져 있다. 북쪽의 요르단·이라크와 가까운 타북 지방과 남쪽 예멘과 가까운 아시르 고원지대에는 겨울에 0℃ 가까이 떨어져 눈이 내리기도 한다. 사우디는 타북주 네옴시티 인근 트로제나 스키장에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도 했다.
사우디에서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거리에 히잡을 쓰지 않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걸어다니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란에서 히잡 반대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수많은 여성들이 체포되고 있는데,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를 수호하는 보수적인 국가인 사우디인데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2019년 여성들에게 운전면허가 허용된 이후로 여성들은 남편이나 아버지 같은 후견인의 허락없이도 자유롭게 외출하고, 취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2016년 빈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비전 2030’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이후 석유패권이 사라진 사우디가 석유없는 미래의 청사진을 담은 계획이다. 제1의 중동특수가 건설붐이었다면 빈살만이 이끄는 ‘제2의 중동 특수’는 문화, 관광, 금융, 신재생 에너지 등에 집중돼 있다. 네옴프로젝트 말고도 리야드 시내의 중동최대의 금융도시를 표방하는 ‘킹압둘라금융지구’를 비롯해 해양리조트를 짓는 ‘홍해프로젝트’, 할리우드 10배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시 ‘키디야프로젝트’ 등 사막과 해안에 엄청난 신도시를 짓느라 전국토가 공사 중이었다.
빈살만 왕세자의 네옴프로젝트 발표 이후 사우디에는 유럽발 관광열풍이 불고 있다. 비즈니스 업무 관련 비자 말고는 좀처럼 관광 비자를 발급하지 않던 사우디 정부가 2019년 온라인으로도 전자 비자를 발급해 관광의 문호를 활짝 열었기 때문. 사우디는 그동안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허용됐던 성지 메디나 방문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개방했다. (메카는 아직 이슬람 신자에게만 방문이 허용된다) 지난 9월부터는 인천~리야드~제다 직항 항공노선도 뚫려 한국인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새로운 여행지가 됐다.
리야드 시내 외곽에는 ‘네옴 더라인(The Line) 체험관’이 있다. 더라인은 사우디 북서부 홍해인근 타북지방에 짓겠다고 하는 총연장 170km 짜리 500층 건물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체험관은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관처럼 네옴 더라인의 내외부 모습을 미리 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홍해 연안의 요트 계류장부터, 3차원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물 내부 모습, 거울처럼 반짝이는 외양, 인근 산맥의 트로제나 스키장까지 실물처럼 꾸며놓았다. 그러나 네옴 더라인의 미래를 살짝 엿볼 수 있는 비슷한 외관의 모델하우스는 사우디 북서부 사막지대인 알울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막의 고대도시 알울라
●사막의 고대도시 알울라
사우디 여행 중에 만나는 가장 놀라운 풍경은 북서부에 있는 고대문명 도시 알울라(AlUla)다. 리야드에서 1100km 떨어진 알울라는 마치 화성과 같은 외계의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풍광에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5억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사암(砂巖) 산맥이 계곡을 이루고, 바람에 의해 풍화와 침식을 통해 기암괴석을 이룬다. 미국의 그랜드캐년 대협곡, 버섯모양의 신기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터키의 카파도키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중국의 장자계(장가계)를 화성에 펼쳐놓은 듯한 풍광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내셔널지오그라피에서 본 듯한 사진이 찍힌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7세기 이슬람 문명 이후의 문화유산만을 국가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 문명이 얽혀 있는 문화유산은 외부인들에게 공개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비전2030’을 발표한 이후 알울라는 사우디 관광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또한 2021년 1월에는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를 알울라에서 개최해 빈살만이 알울라 공항에서 각국 정상을 영접하는 광경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빈살만 왕세자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알울라 관광지 개막축제는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마라야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500석 규모의 좌석과 음향시설을 갖춘 콘서트홀에서는 일디보, 야니, 라이오넬 리치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찾아와 공연을 했다. 마라야(Maraya)는 아랍어로 ‘거울’이라는 뜻.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로 덮인 건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콘서트홀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마치 신기루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주변의 계곡과 바위, 모래사막을 거울로 반사해 비추기 때문에 마치 건물 자체가 없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건물은 네옴 프로젝트의 ‘더 라인(The Line)’의 외양과 닮았다. 총 연장 170km에 이르는 ‘더 라인’도 외벽을 거울처럼 반사되는 태양광 패널을 붙여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도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가 그만큼 생산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막의 풍경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알울라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는 코끼리 바위(Elephant Rock)다. 프랑스 북부 에트르타 해변에 있는 코끼리가 사막으로 걸어 온 듯한 풍광이다.
알울라 코끼리 바위는 해질녘 노을빛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간다. 코끼리 바위 앞에 있는 모래 사막에는 구덩이를 파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는데, 해가 지고 횃불이 들어오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위의 색을 감상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하다 보면 사막의 고요함 속에 빠져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두 번째로 놀랐던 것은 사막에 펼쳐진 수영장이다. 명상 수련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해비타스 알울라 리조트는 기암괴석의 협곡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이집트 레바논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출신 작가들이 만든 5개의 예술작품이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중앙의 커다란 바위 위에 파란색 히잡의 여인이 명상을 하고 있는 예술품이다. 이집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옆으로 코발트 블루 색으로 빛나는 수영장이 펼쳐져 있고, 빨간색, 초록색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막 한 가운데 인피니티풀장라니! 요즘 전세계 인스타그램에서 난리가 난 장면이다.
메마른 사막에서 과연 물은 어디서 구했을까. 해비타스 리조트 세일즈매니저인 로완 씨에게 혹시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얻은 물이냐고 물었다. 그는 “해비타스, 반얀트리 리조트가 있는 이 지역은 ‘아샤르 밸리’로 불리는 오아시스 지역”이라며 “땅을 파면 얻을 수 있는 천연 지하수”라고 말했다. 스파 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사막의 수영장은 최근 인도의 볼리우드 영화도 2편이 촬영을 마쳤다.
이 수영장에는 스위스, 인도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사우디의 공공해변에서는 얼굴과 몸통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만, 프라이빗 수영장이나 해변에서는 비키니도 가능하다는 것이 리조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수영장에는 스위스, 인도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사우디의 공공해변에서는 얼굴과 몸통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만, 프라이빗 수영장이나 해변에서는 비키니도 가능하다는 것이 리조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알울라의 리조트는 최대한 자연적인 풍광을 살린 건축이 주목을 끈다. 기자가 이틀밤 머물렀던 ‘샤덴(Shaden) 리조트’는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바위로 둘러싸인 단층짜리 호텔이다.
밤이 내려면 사막의 별과 달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르고,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위 틈사이 구멍에 집을 짓고 사는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지저귀는 소리가 싱그럽다.
사막의 오아시스에는 대추야자를 비롯한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미처 몰랐던 사실 중 하나였다.
2024년에 완공 예정인 ‘샤란(Sharaan) 리조트’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발표한 알울라의 핵심프로젝트다. 루부르 아부다비를 설계했던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맡았다. 알울라의 모래 언덕, 바위 윤곽, 절벽 등 알울라의 초현실적인 자연풍광을 최대한 살리고, 모든 인공적 시설물은 바위 속으로 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5개의 빌라, 40개의 주거 단지, 25개의 침실 과 레스토랑, 스파는 모두 동굴 내부에 위치하며, 80m 높이에 이르는 리프트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바람에 의해 풍화된 자연적인 바위 구멍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발코니는 사암 산맥의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된다.
“사막은 언제나 신비로움과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다. ‘살아있는 박물관’인 알울라의 풍경은 바람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순수한 자연풍경 속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특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풍경을 변화시키거나 방해해선 안된다. 단지 시적으로, 철학적으로, 감성적으로 건드릴 뿐이다.” (장 누벨)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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