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우승’은 이들처럼 … ‘3연속 보기’ 출발 김수지, ‘쿼드러플 보기’ 시작 김주형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오태식 골프포위민 기자(ots@mk.co.kr) 2022. 12. 3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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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사진 KLPGA 제공>
현재는 꾸준히 과거로 움직이고, 미래는 계속 현재로 밀려온다. 그렇게 2022년이 가고, 2023년이 오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고,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시름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어두운 터널 끝에는 밝은 빛이 비추고 있을 것이다.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일궈냈던 2022년 두 선수의 ‘불굴의 우승’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골프팬들에게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하고 있다.

1라운드 1번홀부터 보기가 나왔다. 보기는 2번홀과 3번홀로 이어졌다. ‘3연속 보기’ 출발이다. ‘아,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은 내게 오지 않은 것일까’ 생각했을 것이다.

2022년 9월 말 세레니티CC에서 열린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김수지는 당시만 해도 지독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2022년 하반기 들어 김수지의 샷은 무척 뜨거웠다.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4위, 한화클래식 3위, KG ·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진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첫날 공동42위로 시작했지만 공동11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리며 대회를 마친 터였다.

3연속 보기 출발은 김수지를 망연자실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수지는 실망하지 않았다.

연속 보기 이후 전반 6개 홀를 파로 마무리한 김수지는 후반 9홀에서 버디 3개를 잡고 이븐파로 만회하면서 공동37위로 첫날을 마쳤다.

당시 김수지는 “샷 감은 나쁘지 않은데, 1라운드 초반에는 코스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 같다. 1라운드 후반에 들어 코스 적응이 됐다”고 했다.

2라운드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 김수지 이름 석자가 올랐다. 하루에 버디 10개를 잡으면서 보기 1개를 곁들여 9언더파 63타를 몰아친 것이다. 1타차 단독선두에 나선 김수지는 최종일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치고는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2라운드와 3라운드 유일한 보기가 모두 1번홀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1번홀의 지독한 심술을 극복하고 거둔 불굴의 우승이었다.

김주형. <사진 AFP 연합뉴스>
물론 김수지 보다 더 심한 초반 부진에도 굴하지 않고 거둔 우승도 있다.

8월 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윈덤 챔피언십 첫날 파4홀인 1번홀에서 김주형은 쿼드러플 보기를 범했다. 티샷이 러프에 들어간 뒤 불운이 계속되더니 이른바 ‘양파’를 했다. 하지만 김주형은 이후 버디 7개를 잡고 3언더파 67타로 만회하며 1라운드를 마쳤다.

2라운드에서는 64타를 쳤고 3라운드에서 68타를 기록하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61타를 기록하면서 5타 차 우승을 이끌어 냈다.

당시 김주형은 1라운드 첫 홀 쿼드러플 보기에 대해 “샷이 잘못 된 게 아니라 작은 실수들이 잇따르면서 범한 쿼드러플 보기여서 남은 홀에서 최선을 다하면 컷통과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포기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PGA 투어 역대 두 번째 어린 챔피언이 된 김주형의 ‘20살 성공시대’는 아마도 그 때 쿼드러플 보기를 극복하면서 시작됐을 수도 있다.

그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열린 투어챔피언십에서 첫 홀 트리플 보기, 2번홀 보기를 기록하는 최악의 출발에도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우승 인터뷰에서 김주형의 불굴의 정신을 언급했다.

“얼마 전 김주형이 포기하지 않고 우승하는 것을 떠올리면서 좌절하지 않은게 역전 우승의 계기가 됐다.”

2023년은 김수지나 김주형처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계묘년’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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