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그대여 고고하여라 [2022결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4년 계약의 두 번째 해를 보낸 김하성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운과 실력이 모두 들어맞으며 메이저리그에서 ‘매일 뛰는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22 시즌 정리
150경기 타율 0.251 출루율 0.325 장타율 0.383 11홈런 59타점
가장 눈에 띈 변화는 타석에서 나왔다. 타율(0.202→0.251)과 OPS(0.622→0.708)만 봐도 알 수 있다. 조정OPS(OPS+)는 조금 더 극적이다. 2021시즌 73에 그쳤지만, 2022시즌 107로 끌어올렸다. OPS+에서 100은 리그 평균을 의미한다. 리그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렸음을 의미한다.
구단 유망주 랭킹 1위 C.J. 에이브람스가 김하성과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고 다퉜고 시즌 초반에는 플래툰으로 기용되기도 했지만, 김하성은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빅리그 적응이 덜된 에이브람스를 밀어냈다. 에이브람스는 결국 시즌 중반 후안 소토를 영입하기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김하성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면 에이브람스가 아닌 다른 선수가 트레이드 카드로 이용됐을 것이다.
김하성의 수비는 이번 시즌에도 빛났다. DRS(Defensive Runs Saved) +10, UZR(Ultimate Zone Ratings)/150 5.1을 기록하며 수준급 수비를 보여줬고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밥 멜빈 감독은 “이번 시즌 김하성보다 수비 잘하는 유격수를 보지 못한 거 같다”며 김하성의 수비 능력을 극찬했다. 아쉽게도 골드글러브는 댄스비 스완슨(당시 애틀란타)에게 내줬지만, 그의 수비는 분명 돋보였다.
선수 자신은 아직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작년과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 엄청난 경험들을 하고 있다”며 2022시즌 개인과 팀 모두 성적이 좋아진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아직 부족하고, 더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시즌 더 나이진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2023시즌은 그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한다. 팀이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며 2루로 수비 위치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4월에는 타티스 주니어까지 복귀한다. 타티스 주니어가 예전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예전 기량을 회복한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 김하성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를 맞이하게됐다.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결국은 지난 시즌의 활약을 이어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보인다.
현지 언론에서는 다른 팀에서 김하성 트레이드를 위해 파드레스와 접촉했다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트레이드가 된다고 하더라도 나쁜 일은 아니다. 샌디에이고의 햇살은 그립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트레이드는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파드레스는 활용 방안이 다양한 그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시즌 하이라이트
4월 29일(이하 한국시간) vs 신시내티
김하성은 4월 타율 0.271 OPS 0.926으로 뜨거운 활약 보여줬다. 이 경기는 뜨거웠던 4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6회 2사 만루에서 좌중간 방면 2루타로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5월 14일 vs 애틀란타
이날 7번 유격수 선발 출전한 그는 5타수 3안타 3득점 3타점 기록하며 팀의 11-6 승리를 이끌었다. 4-6으로 뒤진 7회 1사 1, 2루에서 윌 스미스 상대로 좌측 담장 넘기는 역전 스리런 홈런을 때리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8월 22일 vs 워싱턴
2022시즌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에서 여러 호수비를 보여줬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장면은 최고였다. 6회초 알렉스 콜의 뜬공 타구가 파울지역에 뜨자 이를 끝까지 추격, 펜스밖으로 몸을 던져 잡아냈다. 펜스에 강하게 충돌했지만,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10월 3일 vs 화이트삭스
샌디에이고는 이날 화이트삭스 선발 랜스 린의 호투에 눌려 1-2로 졌지만, 와일드카드 경쟁중이던 밀워키 브루어스의 패배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밀워키의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그 순간, 김하성의 타석이 돌아왔고 그는 마치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좌측 담장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이번 시즌 그가 기록한 11개의 홈런중 가장 극적인 홈런이었다.
10월 16일 vs 다저스
2022시즌 샌디에이고는 시즌 상대 전적에서 5승 14패로 절대 열세였던 같은 지구 라이벌 LA다저스를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나 3승 1패로 승리를 거뒀다. 그중에서도 시리즈 승리를 확정지은 4차전은 극적이었다. 7회초까지 0-3으로 끌려갔지만, 7회말에만 5점을 내며 역전했다. 김하성은 7회 3루 파울라인따라 빠져나가는 타구로 2루타를 때리며 1-3에서 2-3으로 따라붙는 점수를 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이후 이 2루타가 ‘역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된 계기였다고 밝혔다.
[알링턴(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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