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업다가 허리 무너진다…골병 드는 '할마' [토닥토닥 엄마건강]

김희원 2022. 12. 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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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위해 황혼 육아 뛰어든 할머니들
약해진 관절…무리한 육아에 순간 무너져
되도록 아이 안지 말고 틈틈이 운동 해야
보호대 도움되지만 장기 착용 땐 근육 약화
“부모님 건강 살피고 아프시면 병원으로”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의 80%는 조부모에 육아를 맡긴 경험이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라면 누군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육아를 하기가 쉽지 않다. 양가 어른들 중 육아에 많이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엄마의 엄마인 경우가 많지만, 아빠의 엄마인 경우도 있고, 그 외의 친인척 어르신이 돌봐주는 경우도 있다. 그도 아니면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는데 ‘이모님’들 연령대도 대부분 5060세대다.
젊은 여성에게도 육아는 고된 육체노동이다. 하물며 황혼 육아를 하는 할머니들은 어떨까. 아무리 튼튼한 노인이라도 아이를 키우면 건강이 무너지기 쉽다.

◆행복 얻고 건강 잃은 황혼 육아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임모씨는 3년 전부터 외손주를 돌봤다. 대기업에 다니는 큰 딸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딸은 육아휴직이 끝나갈무렵 엄마와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왔다. 아기 돌이 지나고부터 임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기와 함께 보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깥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노인 우울증이 늘었다고 하고, 임씨의 친구들도 “무료하다”, “우울하다” 호소했지만, 임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를 보면 즐거웠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손목, 무릎,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진 것이다. 원래도 건강체질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보챌 때마다 안아주고, 포대기로 업어 낮잠을 재우고, 허리를 굽혀 목욕시키니 관절이 버티지 못했다. 파스로 연명하던 어느날 아이를 안아주고 내리는데 허리가 찌릿했다. 삐끗했겠거니 생각했지만 서서히 팔다리가 저리기 시작하면서 마비 증세까지 왔다. 겁이난 임씨는 그제야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임씨는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조금은 호전됐지만 오래 앉아있거나 오래 서 있는 것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어렵다. 딸이 만류했지만 남의 손에 손주를 맡기고 싶지 않았던 그는 현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원 후에도 안거나 업어주지 않으면서 최대한 힘을 쓰지 않고 돌보고 있다.
임씨의 딸은 아픈 엄마를 보니 처음부터 도우미를 쓸 걸 후회가 크다고 했다. 아이 둘 결혼시키고 몸 편해진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딸의 아이까지 돌보며 남은 생을 불편하게 살게된 엄마가 너무 안됐고 죄송스럽다는 것이다.

기자도 두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있는 입장에서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엄마는 “둘이 잘 노니 별로 힘 안들다”고 말하지만 아빠는 “너희 엄마도 슈퍼맨이 아니다”라며 늘 신경쓸 것을 당부한다.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내가 실질적으로 하는 건 가끔 엄마가 아프신 데는 없는지 묻고 비타민C와 D, 관절영양제를 사드리는 것 뿐이다. 

◆허리 아프고 팔다리 저리면 디스크·협착증 의심

나이가 들면 골 밀도가 낮아져 관절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아이까지 돌봐야 한다면 골병들기 십상이다. 

손주를 돌보는 ‘할마’(할머니+엄마)들이 가장 많이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은 허리다. 아기는 적어도 두 돌까지는 자주 울고 보채기 때문에 많이 안아줄 수밖에 없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할머니들의 허리는 약해진다. 이미 디스크 탄력이 떨어져 있고 허리 주변 인대도 크게 약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아이를 드는 행동은 허리건강의 최대 적이다. 아이를 안을 때 아이 체중의 10~15배의 충격이 허리로 가기 때문이다.

아이를 계속 안고 있으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허리가 앞쪽으로 휘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 위험이 높아진다. 추간판탈출증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척추뼈 사이에 충격을 흡수하는 추간판이 제자리를 벗어나는 질환이다. 벗어난 추간판이 주변 신경을 압박하면 심한 통증이 생긴다.

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돌볼 때 많이 하는 행동이 업어주는 것이다. 특히 우리를 포대기로 업어 키운 어머니 세대들은 앞으로 아기띠를 하는 것보다 뒤로 업는 것을 더 편해한다. 척추에 과도한 하중이 실리는 것은 업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척추에 미세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손상이 누적되면 척추관협착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척추관협착증은 뼈 사이의 관절 부위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척추관을 좁게 만들어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다. 허리 디스크와 증상은 유사하지만 원인은 다르다. 디스크의 경우 앞으로 숙일 때 통증과 저림이 심해지지만,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노화로 척추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자주 업어주면 허리신경 압박이 가중되고, 아이가 업혀 움직이면 충격이 더 커진다.

노인들은 아이 목욕을 시키면서도 자주 다친다. 미끄러운 욕실에서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척추압박골절, 고관절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운동신경이 둔하고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은 여성 노인이 이런 상황에 더 취약한데 고관절은 부러지면 최소 3개월 이상 누워만 있어야 하므로 안 다치는 것이 최선이다.

허리만큼 고장나기 쉬운 곳은 무릎이다. 아이를 안거나 업을 때면 무릎 관절에 과도한 체중이 실릴 수 있다. 특히 앉을 때 무릎 각도가 140도 이상 접히면 연골에 가해지는 압력이 본인 체중의 7배에 달하는데, 여기에 아기 몸무게가 추가적으로 부담을 주면 무릎에 더욱 무리가 간다.

아이가 어릴수록 주양육자의 손목 통증도 피하기 어렵다. 아이를 안았다가 내리는 동작, 안고 씻기는 동작, 살림을 반복하다보면 손목 부위의 힘줄과 신경에 자극이 가해져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손목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연결된 힘줄을 싸고 있는 건초에 염증이 생기는 손목건초염도 흔히 나타난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손목을 굽히거나 손가락을 움직일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변재철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은 “사람이 무거운 물건을 들면 몸의 관절에 무리가 가는데 육아를 하면 아이를 안아주는 일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더 아프다”면서 “특히 허리의 경우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연히 약해지기 때문에 손주를 보면서 갑자기 악화돼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관절 부담 줄이는 육아 요령

관절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좋은 것은 관절을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아기를 돌볼 때는 관절을 안 쓰기가 어렵다. 따라서 같은 움직임이라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한다. 

허리 건강을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급적 아이를 안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을 삼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아야 한다면 허리 힘만 이용해 아이를 번쩍 들지 말고, 몸을 최대한 낮춰 무릎을 꿇고 앉은 뒤 안아 올려야 한다. 아기띠를 이용할 때는 바짝 조여 몸에 밀착시키는 것이 좋다. 또 틈틈이 온몸을 쭉 펴는 등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켜야 한다. 아이를 업어주기 보다는 보행기에 앉히거나 유모차를 이용하고, 업더라도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욕실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거나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쪼그려 앉으면 무릎에 무리가 가므로 봉 걸레나 청소기를 이용해 서서 청소하고, 손목 통증 예방을 위해 손가락을 손 등쪽으로 꺾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관절 관리를 하려면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노년에는 무리한 운동보다 걷기 운동이 좋다. 천천히 걷는 것은 운동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빨리 걸어야 허리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무릎이 아프지 않으면 등산도 좋다. 관절이 아플 때 보호대를 착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장기간 착용은 좋지 않다. 1∼2주일 정도 도움을 받는 것은 괜찮지만 그보다 오래 착용하면 오히려 근육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은 본인이 부지런히 챙겨야 하지만 주변의 도움과 관심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황혼에 다시 육아를 하게된 어른들의 뼈건강을 위해 자식들이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변 원장은 “운동을 권하고 효과가 입증된 MSM 성분이나 한약 성분이 들어간 영양제, 비타민D 등을 챙겨드리는 것도 도움이 되며, 근육을 풀어주는 안마기를 선물하는 것도 괜찮다”면서 “다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 건강을 자주 살피고, 통증이 있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 적합한 관리와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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