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중식에 현대 감각 접목… “약·음식은 근원이 같아”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2. 12. 31. 12:01
페이의 육향성 셰프
1991년 워커힐 입사 광둥·홍콩요리 배워
자극적이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 중시
지난 8월 서울드래곤시티 페이로 옮겨
첫 시그니처 메뉴는 ‘모렐 버섯 통해삼’
끓는 기름 얹어서 해삼 특유의 향 눌러
‘만한전석’ 재해석 ‘건륭사보탕’ 이색적
당시 워커힐 호텔은 광둥식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당시 업장에는 홍콩 사람이 여섯 명 있었는데, 그 홍콩 셰프들이 본토 요리인 광둥식 요리를 하면서 홍콩 요리도 함께 섞어서 메뉴를 구성했다. 육 셰프는 1991년에 워커힐에 입사해서 한 28년 정도 근무하면서 파트별로 광둥 요리와 홍콩 요리를 배우게 되었다.
1991년 워커힐 입사 광둥·홍콩요리 배워
자극적이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 중시
지난 8월 서울드래곤시티 페이로 옮겨
첫 시그니처 메뉴는 ‘모렐 버섯 통해삼’
끓는 기름 얹어서 해삼 특유의 향 눌러
‘만한전석’ 재해석 ‘건륭사보탕’ 이색적
페이의 육향성 셰프를 만났다. 육 셰프는 부모님이 외식업(중식당)을 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주방을 드나들면서 수타면을 배웠고, 자연스럽게 주방을 놀이터로 삼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워커힐에 방문해서 호텔 중식당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어릴 때부터 봐오던 중식하고 차원이 다른 홍콩 스타일의 요리를 접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새로운 중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워커힐 중식당에 입사하게 되었다.
당시 워커힐 호텔은 광둥식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당시 업장에는 홍콩 사람이 여섯 명 있었는데, 그 홍콩 셰프들이 본토 요리인 광둥식 요리를 하면서 홍콩 요리도 함께 섞어서 메뉴를 구성했다. 육 셰프는 1991년에 워커힐에 입사해서 한 28년 정도 근무하면서 파트별로 광둥 요리와 홍콩 요리를 배우게 되었다.
지난 8월 입사한 서울드래곤시티 페이는 광둥식 요리를 중점으로 선보이는 다이닝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는 중국어로 ‘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식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다시 한 번 비상하며 날아보자는 의미와 비상하는 미식 경험을 의미하고 있다. 페이의 음식들은 정통 레시피의 중심은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는 컨템퍼러리 차이니스 다이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중식과 육 셰프가 이끄는 페이의 중식이 다른 점은 향신료와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 중식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지 않고 가벼운 맛과 향을 지녔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여러 지역의 음식이 있지만, 특히 광둥식 요리는 식재료 원래의 맛을 경험하게 하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고 육수에 중점을 많이 두고 있는데 육 셰프 역시 모든 요리의 베이스가 되는 육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페이 요리 역시 간이 세지 않고 가볍고 재료 자체가 지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육 셰프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같은 가치를 중국에서는 의식동원, 우리나라에서는 약식동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의미는 모두 같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기 때문에 올바른 식습관과 요리를 통해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육 셰프는 광둥식 요리를 하면서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하고 있는데 보통 광둥 음식은 나이가 있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 혹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중식 하면 떠올리는 것은 불맛을 활용한 센 불로 볶아내는 조리법인데 그 맛 역시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광둥식은 이렇게 식재료를 센 불에서 다양한 향신료와 함께 볶아낼 때도 자극적이지 않고 식재료 원맛의 영양분을 그대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서 제공한다. 페이의 경우 특히 모렐 버섯이나 송로 버섯을 활용한 소스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육 셰프는 이러한 광둥 요리의 장점을 살려서 ‘양심’이 있는 음식을 내놓는다. ‘보양 양’자에 ‘몸 심’자에서 알 수 있듯이 몸을 보해주는 음식에 많이 집중하고 있다.
페이의 첫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모렐 버섯 통해삼’이다. 중국에서는 모렐 버섯을 양두균이라고 한다. 모렐 버섯을 불릴 때 즙이 나오는데, 이 즙과 육수, 모렐 버섯을 같이 사용해서 소스를 만든다. 여기에 송로버섯을 활용해서 소스를 만드는데, 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모렐 버섯향의 소스가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 광둥식 소스인 노란 소스를 같이 곁들여 낸다. 오리, 노계, 닭발을 종일 약한 불에 고아내는데, 노랗고 진득한 상태가 되게끔 고아서 만든다. 광둥 사람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황탕 소스다. 노계향이 많이 나는데 족발이 들어가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해삼은 살짝 데쳐서 간을 조금 하고 해삼향을 싫어하는 사람이 간혹 있기 때문에 조금 데쳐서 끓는 기름을 끼얹어서 해삼 특유의 향을 눌러서 제공한다. 요즘 홍콩에서는 건강식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버섯 종류의 음식을 아주 담백하고 라이트하게 먹는 방식으로 요리하는데 육 셰프의 철학과 같아서 레스토랑 ‘페이’도 맛과 멋, 건강, 그리고 스토리를 다 챙긴 아이템으로 모렐 버섯이라는 식자재를 선정했다.
페이의 두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건륭사보탕’이다. 육 셰프가 워커힐에서 근무할 당시 불도장을 판매했는데 요리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서 메뉴를 개발하면서 만들었던 것이 건륭사보탕이었다. ‘사보(四寶)’는 요리의 주재료인 해삼, 전복, 자연송이, 생선 부레를 의미하는데 사보탕은 청나라 건륭황제가 즐겨 먹던 ‘만한전석(滿漢全席·호사스러움이 극치를 이루는 중국 청대의 궁중음식)’을 재해석한 요리이다. 기본은 불도장과 거의 비슷하다. 여러 가지 재료를 활용해서 육수를 만들어낸다. 육수를 8시간 고은 다음, 재료를 넣고 4시간 쪄서 완성하는데 찌는 과정을 통해 재료 본연의 향을 살리고 영양 파괴는 최소화해서 제공한다. 만드는 과정 역시 불도장과 비슷한데 식자재를 조금 더 라이트하게 구성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육 셰프는 그동안 워커힐에서 오랜 시간 많은 걸 배웠고 이 부분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본인이 배우고 익힌 모든 것을 후배들하고 같이 요리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 육 셰프의 목표이다. 광둥식 요리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영 스타 셰프들을 많이 양성하고 이러한 광둥 음식을 교육하고자 한다. 또 하나는, 오직 음식만으로 승부했을 때 ‘페이’를 대한민국 최고의 중식당으로 만들고자 한다. 육 셰프만의 노하우를 함께 일하는 셰프들에게 전수해 누가 요리하든 ‘페이’의 모든 메뉴가 균일한 맛을 내도록 매뉴얼화하는 것이 육 셰프의 앞으로의 목표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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