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까지 나와 PC방 ‘게임폐인’ 된 청년…1조원 기업 주인 될 줄이야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무려 1998년에 탄생한 슈팅게임, ‘언리얼’. 이젠 잊힌 게임이지만, 한때 이 게임의 후속작인 ‘언리얼 토너먼트’는 게임계의 올림픽인 ‘WCG(World Cyber Games)’의 정식종목이기도 했다.
언리얼 토너먼트에서 국내 1위, 세계 3위 랭킹의 프로게이머가 있었다. e스포츠게임단에서도 활약했던 그는 이후 게임회사에서 일하다가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게임업체, 육아업체, 그리고.
프로게이머 시절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이제 그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이끌고 있다. 바로 센드버드(Sendbird)의 김동신 대표다.
센드버드는 대중적으론 생소할 수 있다. 온라인 채팅 플랫폼 기업이지만, 소비자 대상이 아닌 기업 대상(B2B)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센드버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다양한 채팅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기업 앱에 탑재할 수 있다.
센드버드는 최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올해 제품의 주요 신기능으로 ▷투표(Polls) ▷예약 메시지(Scheduled Messages) ▷통합관리(Unified Inbox)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 등을 소개했다.
이 같은 센드버드 플랫폼을 이용 중인 대표 기업은 크래프톤, 넥슨, KB국민은행, 딜리버리히어로 등이다. 그 외에도 다수의 국내외 기업이 이를 사용, 월 2억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엔 1억달러(약 1260억원)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는데, 당시 기업가치로 10억5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인정받았다.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 인리얼 토너먼트의 프로게이머로도 활동했다. 그 스스로도 “게임폐인”이라 표현할 만큼 게임에 푹 빠졌다.
졸업 후엔 엔씨소프트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2007년 게임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하고 이후 2012년 이 회사를 매각하고 또 창업한 게 워킹맘 육아 커뮤니티였다.
여기서 센드버드의 아이디어가 나온다. 채팅 기능을 고민하다가 직접 만들었고, 이후 이 채팅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시작한 게 바로 센드버드다. 프로게이머, 게임회사 취직, 게임회사 창업, 유아 커뮤니티 창업, 그리고 기업 대상의 채팅 플랫폼 사업. 그의 20여년이 이 우여곡절에 담겼다.
김 대표는 개인 유튜브도 한다. 채널명은 ‘존잡생각’이다. ‘존(영어명)의 잡생각’이란 뜻이다. 40여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채널명처럼 미국 음식점 소개나 시계 리뷰 등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대부분 동영상은 그의 사업 노하우와 스타트업 창업의 장단점, 미국 진출의 주의사항 등 쉽게 넘길 수 없는 경험담들이다. ‘미국 스타트업에서 임원을 채용하는 과정’, ‘실리콘밸리 VC는 과연 무엇이 다를까’, ‘성장하는 기업 조직도는 어떻게 변하나’, ‘사례로 보는 초기기업 투자유치 사업계획서’ 등이다.
그는 유튜브에서 “주중엔 평균 4~5시간씩 잔다”며 “원래는 10시간도 자는 게으른 성격인데, 회사 일을 하다보니 솔직히 잠을 많이 못 잔다”고 했다.
김 대표가 밝히는 취미생활의 기준도 있다. 하나, 속도·정확도와 상관 있을 것. 둘, 정량화가 가능할 것. 셋, 홀로 연습할 수 있을 것.
그가 슈팅게임에 빠졌던 것도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자동차 레이싱이 취미”라고 했다. 골프는 안 한다. 세 가지 조건에 충족하지만, 한 가지. “그래서 너무 빠질까 봐.”
센드버드는 작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에 선정됐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센드버드의 잠재력을 표현했다.
“센드버드가 짧은 시간에 업계 1위 유니콘으로 성장한 건 진정성과 집요함 때문입니다. 이 진정성과 집요함은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가치인 것 같아요.”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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