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언론 톺아보기] 모든 언론인을 위한 기후위기 교육에 나선 프랑스 언론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파리2대학 언론학 박사) 2022. 12. 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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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파리2대학 언론학 박사)]

▲Gettyimages.

기후변화 보도는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영역처럼 보인다. '사건' 중심이 아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가능성'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단지 '환경' 혹은 '지구' 섹션만의 이슈가 아니며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걸쳐 있다.

유럽의 많은 언론사는 모든 구성원이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을 빠른 시일 내에 갖춰서 통합적인 기후위기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의 성찰을 끌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언론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정부기관과 언론 등 사회 전반에서 기후위기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22년 10월11일, 2만5000명의 고위 공무원을 위한 '생태적 전환 교육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랑스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 임기 말까지 560만 명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할 것이라 밝혔다.

언론의 경우, 2022년 후반 들어 관련 교육이 급격히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지난 9월 발표된 기후위기 저널리즘 헌장의 공표와도 연관되어 있다. 언론인 1200여명, 언론사 150여 개가 서명한 이 헌장의 9조는 “기후위기와 그것이 프랑스 사회에 의미하는 바에 대한 글로벌 비전을 갖기 위해 저널리스트가 경력 전반에 걸쳐 관련 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장 발표 후 여러 언론사에서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곳은 공영방송 '라디오 프랑스'다. 지난 9월 중순, '라디오 프랑스'는 최대 규모의 언론인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정치 및 경제 관련 보도팀에 소속된 200여 명의 라디오 방송 진행자, 보도국장, 저널리스트, 인터뷰어를 대상으로 '기후와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첫 번째 마스터클래스를 조직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후 위기의 원인과 대응 방법에 대해 과학 및 기후 분야 거장 5인을 초대해 강의를 듣고, 관련 저널리즘 콘텐츠에 관한 토론을 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프랑스 국제방송 기구인 '프랑스 메디아 몽드' 역시 언론인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모든 언론인들을 위한 광범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3일간의 교육 프로그램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시청자에게 그 도전에 대해 알리기'는 기후변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적합한 기후변화 보도 포맷을 찾도록 언론인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번째 교육 세션은 2022년 10월26일부터 28일까지 환경 전문기자와 'RFI', '프랑스24'의 보도국 간부들을 대상으로 마련됐다.

언론사 차원의 기후위기 교육이 확산하자 저널리즘 교육 기관들도 나섰다. 디지털 전환 지원과 저널리즘 교육에 특화된 전문 회사인 '삼사'는 프랑스 메디아 몽드와 지역일간지인 '우에스트 프랑스', '미디 리브르'의 교육 프로그램을 맡았고, 미디어와 문화산업 분야, 기업의 생태 및 사회적 전환을 돕는 단체인 '이마진 2050'은 뉴스통신사인 'AFP', 민영방송인 'TF1'과 'Canal+', 경제지 '레제코'와 일간지 '르파리지엥'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유사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두 조직에서 제공하는 컨퍼런스 및 워크숍은 지구온난화를 희화화하는 방식의 '보도참사'를 피하는 동시에 저널리스트가 적합한 앵글과 전문가를 선택하고, 과학적 사실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더 나은 장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두 조직은 특히 기후위기가 언론보도에서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 교육에 대한 투자는 언론의 신뢰와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라디오프랑스'의 정보 및 스포츠 책임자 뱅상 지레는 “실시간 인터뷰나 취재 중에 최소한의 과학적 배경이 없다면 상대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지식의 싸움이 있다. 이 도전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많은 영향력과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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