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도 “미치겠다”...올해 전세금 못돌려주는 비율 4% 될 듯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2021년 ‘고점 전세’ 만기 곧 도래
주산연 “전세가 코로나 이전 복귀”
한국은행 임차가구 시나리오 분석
전세가 하락시 80% 영향 받아
집주인 4% 빚내도 전세금 못돌려줘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21]
공공기관에 다니는 30대 중반 A씨는 최근 고민이 많습니다. 신혼이었던 2021년 중반 서울 동대문구 소재 20평대 아파트에 6억원대 전세 계약을 했는데요. 만기 도래를 6개월여 앞둔 현재 해당 아파트 전세가는 4억원 중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A씨는 “집주인한테 보증금 반환을 문의하니깐 돈이 없으니 배째라는 식으로 나온다”며 “그나마 전세보증보험을 들어서 다행이지 안그랬다면 전세보증금을 다 떼어먹힐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임대차3법으로 인한 매물잠김 현상과 저금리가 합해지면서 2021년 전세가는 단기간에 이전 대비 1.5배~2배까지 폭등했습니다. 그런데 고금리로 상황이 180도 바뀝니다. 전세가가 강남선 4~5억원씩, 강북서도 1~2억원씩 하락한 단지가 속출한 것입니다. 수도권 아파트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전세가가 최고가를 찍었던 2021년 이후 2년이 지나는 2023년, 바로 내년에 전세가가 얼마나 떨어지게 될 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과연 전세가는 얼마나 떨어질까요? 그리고 집주인들은 전세금 보증 반환 여력이 얼마나 될까요?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금리로 인해서 감당할 여력이 안되는 세입자들이 아파트보다는 비아파트(빌라, 다가구)에 거주하는 것이 1차적인 원인입니다. 또한 2020년과 2021년 세입자들의 소위 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매매가 터지면서 세입자 숫자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죠.
한국은행은 전세임대가구 118만 가구를 분석했는데요. 전세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는 가구가 전체 임대 가구의 79.7%에 달한다고 발표합니다.
주산연 예측치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는 2021년 고점 대비 12.1%(지수 기준) 하락합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이 10%를 하락한다고 가정했을 때, 임대가구(집주인)의 3.7%는 금융자산 처분 및 추가 차입을 해서도 전세금 반환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즉, 있는 돈 다 끌어다 쓰고 빚까지 내도 전세금 못 마련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경매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죠.
아울러 임대가구 11.2%는 기존 자산으로 처분이 안돼서 대출을 받아서 전세보증금을 갚아줘야 했습니다.
전세가 10% 하락시 평균 전세보증금 부족분은 전국적으론 3000만원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국 주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그것도 ‘서울 아파트’로 범위를 좁히면 부족분은 훨씬 더 커집니다.
물론 아주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약 4%의 집주인만 못돌려주니깐 피해는 제한적이기 때문이죠. 다만 전세가 급등했던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내년에 경매가 많이 나올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이 같은 전세에 대출을 시작해준 건 MB정부 때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서 하방지지선인 전세를 떠받치기 위해 고안됐죠. 처음엔 1억원이던 대출 한도가 박근혜 정부 때 5억원까지 늘어납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도 급락하는 전세가를 떠받치기 위해서 전세금리대출을 인하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죠.
전세가 급락과 이로 인한 보증금 반환 분쟁 증가, 그리고 전세가 급락에 따른 매매가 동반 하락 현상. 지금 나타나는 이 모든 현상은 사실 1~2년 전만 해도 정반대였습니다. 전세가 급등, 그리고 이에 따른 매매가 급등 현상 말입니다. 그만큼 전세가 시장을 왜곡하는 정도가 심하고, 전세가 급등과 급락이 얼마나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유주택자에 대해선 전세자금대출서 DSR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죠. 한마디로 유주택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내는 이자 상환비용까지 차주 DSR서 계산해서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유주택자가 전체 전세자금대출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죠. 그다지 실효성이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파고 들었던 서영수 키움중권 이사의 주장입니다. 전세자금대출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원리금 균등 상환방식이 도입됐듯이 규제 사각지대 있었던 전세자금대출에 관해서도 일부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죠.
만일 2억원을 빌리면 30%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금리 4%를 가정했을 때 본래는 2억원을 전세자금대출로 받으려면 월 66만원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30%(6000만원)을 원리금으로 상환케끔 하면, 이 부분만 해도 월 260만원입니다. DSR 규제까지 합치면 2억원을 선뜻 대출 받을 수 있는 가구는 많지 않을 겁니다. 무분별하게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죠.
전세자금대출을 규제하면 전세가 왜곡현상을 막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전세자금대출을 규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폭등 혹은 폭락을 만들어냈죠.
부동산 폭등이 무주택자 출산율을 낮췄다는 연구결과도 최근에 나왔습니다. 무리하게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시도가 불러일으킨 결과입니다. ‘소득이 있어야 대출을 준다’는 원칙 하에 전세자금대출에 관해서도 나름의 규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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