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가 뜨아로 바뀌어도…5평 남짓 카페가 특별한 이유[쩝쩝박사]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
재료비 등 제외 모든 수익금은 장애인 복지관에 기부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가게. 조금 독특한 이 카페는 음료를 마시면 자동으로 기부가 되는 비영리 카페다. 이름은 ‘뜨랑슈아’ 함께 커피와 빵을 나누어 먹는 친구 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순댓국집 사장님이 가게 일부를 무상 임대하면서 지금의 공간이 마련됐다.
‘커피 한 잔에 담긴 관심과 사랑으로 이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라는 걸 모두가 느끼면 좋겠다’는 소개 문구를 우연히 접하고 지난 2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카페 뜨랑슈아를 찾아갔다.
가게를 지키는 직원은 두 명이었다. 두 사람은 단정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연신 메뉴를 만들어냈다. 기자가 주문한 메뉴는 아메리카노와 핫도그, 그리고 계란빵이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은 핫도그 세트메뉴가 있다며 세트로 주문하는 게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반을 갈라 속 재료를 살펴보니 두툼한 소시지에 다진 피클이 들어 있었다. 그 위로 머스타드 등 각종 소스가 넉넉히 뿌려져 있었다. 소시지에는 칼집이 나 있었다. 새콤하고 짭조름한 다진 피클이 소시지와 어우러지니 느끼하지 않고 적당히 간을 맞췄다.
이곳의 장애인 바리스타와 보조 인력들은 복지관을 통해 시에서 급여가 지원된다고 한다. 원재료비용과 일부 홍보 비용을 제외한 모든 수익금은 장애인 복지관으로 기부되고 있다. 순댓국집 사장은 어쩌다 이 카페에 공간을 무상으로 나눠주게 된 걸까.
최씨는 “처음에는 카페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라며 “주변에 워낙 대형 카페가 많아서 손님이 별로 없었다. 일하러 온 친구들 역시 종일 가만히 있다가 정리하고 들어가는 일이 많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공무원이나 관련 기관에서 아시는 분 몇몇이 방문하는 게 전부였는데 입소문이 났는지 손님이 점차 늘어났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덕분에 좋아진 점도 있는데 가게 앞이 늘 깔끔하게 정리 정돈돼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기왕 커피 한 잔 마시는 거 일종의 기부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뜨랑슈아를 방문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직업지원팀에서는 카페 외에도 경증·중증장애인의 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알선하고 직업 훈련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각종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취업 이후에는 잘 적응하는지도 꼼꼼하게 챙긴다고 한다.
이어 “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처음 배달 시스템을 접하다 보니 미숙하고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비장애인들도 하기 어려운 복잡한 일들을 장애인들이 학습해 직접 터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놀랐다”라고 덧붙였다.
민원에는 주문 사항 누락 등이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를 받을 때 가끔 누락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럴 때 흔히들 언짢은 경험이 있었을 것”이라며 “뜨랑슈아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복지관 1층에 있는 뜨랑슈아 2호점에는 아동 치료를 위해 복지관을 방문하는 부모들이 자주 찾는다”라며 “이곳에서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보며 ‘아 우리 아이도 커서 이렇게 취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들었다. 또 일할 수 있는 희망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은 어떤 무언가를 배우려면 배움의 시간이 정말 길다. 숱한 노력을 통해 학습하고 습득하는 것인데 그런 자세를 바라봐주면 아마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결실을 맺어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송혜수 (s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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