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부모가 돼주겠다는 다짐"…마음 따듯한 세탁소 부부

임채두 2022. 12. 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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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어느 날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봉사자 모집글'은 김석(51·남), 김은하(49·여)씨 부부의 삶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누군가를 돕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부부는 한부모 가정의 환경정리를 도우면서 인생을 깨우쳤다.

이것이 김씨 부부가 마주한 '딜레마'였다.

김씨 부부는 2014년 또 하나의 선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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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보육원·자립원 봉사…밑반찬 만들어 소외계층에 배달
"어른들이 아이들 감싸줘야"…2014년부터 '착한 가게' 가입해 기부
김석, 김은하씨 부부 [촬영: 임채두 기자]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집 청소 도와주실 분'

2011년 어느 날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봉사자 모집글'은 김석(51·남), 김은하(49·여)씨 부부의 삶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누군가를 돕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부부는 한부모 가정의 환경정리를 도우면서 인생을 깨우쳤다.

드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내는 커튼을 달고 손재주가 부족한 남편은 무거운 물건을 날랐다.

결핍이 있는 가정과 아동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처음으로 고민한 때였다.

이후 전북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소속으로 보육원과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자립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갓 돌을 넘긴 아이부터 사회로 나갈 채비를 하는 청소년까지 두루 돌보며 정을 나눠줬다.

가스 불 다룰 줄 모르고 청소하는 방법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알려줬다.

매월 1번 봉사원들과 함께 한부모 가정, 보육원 아이들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만들고 배달까지 도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접촉이 제한되던 때는 밑반찬을 만들 장소를 구하지 못해 봉사원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또 닭꼬치와 떡볶이, 손수 뜬 목도리 등을 팔아서 모은 돈은 보육시설에 기부했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은 이토록 큰데 세탁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라 그들과 늘 함께하지는 못했다.

이것이 김씨 부부가 마주한 '딜레마'였다.

오죽하면 도통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 보육원 아이를 입양할 생각까지도 했다.

그러던 중 "그런 마음으로는 봉사 못 한다"는 동료 봉사원의 말이 가슴에 사무쳤다.

한부모 가정, 보육원에 배달한 밑반찬 [김씨 부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은하씨는 "항상 더 못 해줘서 미안했고, 그래서 항상 마음이 쓰였다"며 "처음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날, 뿌듯하기보다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신 '봉사를 하는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자, 오늘은 내가 아이들의 엄마가 돼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봉사로 이어온 세월이 자그마치 12년이다.

김씨 부부는 2014년 또 하나의 선행을 시작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착한 가게'에 가입했다.

부부가 운영하는 세탁소 2곳의 일정 매출액을 기부하는 형태다.

부부는 매월 6만원, 지금까지 640여만원을 기부했다.

행정기관을 통해 기부 의사를 밝히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김씨 부부는 직접 사랑의열매에 전화를 걸었다.

큰돈도 아닌데 유난 떨기 싫은 소박한 마음에 소심하게 전화기를 들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덮친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파장이 버거울 법도 하지만 "통닭 2번 안 시켜 먹으면 된다"며 웃음을 짓는 부부.

부부는 "한 사람이 100만원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100명이 100만원을 만들기는 수월하다"며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한 달에 한 번 뜻깊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일지는 알 수 없지만 힘이 닿는 한 보육원, 자립원의 아이들과 꾸준히 만나고 싶다"며 "아이들이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놓여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어른들이 감싸줘야 하지 않느냐"고 미소 지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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