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장 전망] 얕은 침체 깊은 침체… 2023년 위험한 기로

강서구 기자 2022. 12. 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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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센터장의 경기 전망
1%대 성장률 엇갈린 해석
정부 경기침체 준비하고 있나
경기침체기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2023년 경제 전망은 암울하다. 주요 경제기관은 물론 정부까지 1%대 성장을 전망했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1960년대 이후 역대 다섯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공산이 크다.

# 문제는 침체의 강도다. 짧고 얕은 침체에 그칠지, 길고 깊은 침체에 빠질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경기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2023년 한국경제의 방향성을 물었다. 2023년 경기 전망 두번째 편이다.

주요 경제학자들은 2023년 한국경제를 침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한계기업, 소비둔화, 수출부진 경기를 침체에 빠뜨릴 요인이 숱하다는 게 이유다. 그렇다면 시장경제 전문가로 불리는 리서치센터장들은 2023년 경기를 어떻게 전망했을까

■ 리서치센터장들의 전망 = 대다수 리서치센터장은 2023년 한국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덴 동의했다. 소비부진과 기업의 실적악화가 확실시되고, 이를 해결할 뾰족한 해법도 없다. 하지만 침체 여부를 두곤 의견이 갈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3년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침체가 얕고 짧을지 아니면 길고 깊은 침체가 나타날지가 문제다. 이를 결정하는 요인은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이 될 것이다. 이 뇌관이 터지면 한국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한계기업은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요인이 경기침체의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얕은 침체를 예상하는 주장도 나왔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경제가 침체에 빠진 건 기정사실"이라며 "얕고 짧은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상반기까지는 고금리와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4분기 미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고,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면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하반기 이후 점진적인 회복을 점쳤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2023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3년 4분기 미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면 경기도 살아날 수 있다는 거다.

더 나아가 1%대 성장이 침체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경기가 둔화하는 건 맞지만 침체로 보긴 힘들다는 거다. 무엇보다 경기침체를 정의하는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자료|기재부‧산자부‧통계청‧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은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기준이 없다. 경기의 흐름을 판단하는 통계청에서는 정점과 저점만 제시할 뿐이다. 침체는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거나 임금 감소, 대량 실업 등이 발생해야 한다."

정 수석연구원은 말을 이었다. "한국경제에 이런 위기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실제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비교해본 결과도 비슷했다. 성장률이 1.2%로 아래로 떨어지면 침체가 맞지만 그 이상은 둔화세라고 보는 게 맞다. 성장률이 1%대 중반을 기록하면 침체가 아닌 경기둔화 국면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1%대 성장을 너무 우려한 필요는 없다는 거다.

물론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침체가 분명한 데다 그 성격도 단순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슨 의미인지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자. "글로벌 경제는 지금도 인플레이션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한 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정책 수단이 많지 않다는 거다. 인플레이션 이후 나타나는 실업률 상승, 소비감소 등의 리스크는 2023년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가 다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

■ 경기침체 대비책 = 이처럼 2023년 경기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렸다. 물론 경제를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의 방향성이 변화무쌍하고, 작은 변수에도 크게 출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레고랜드 사태, 10ㆍ29 이태원 참사 등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터질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경제를 전망하는 것은 침체에 대비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2023년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의 붕괴를 막을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침체 한파는 낮은 곳에서부터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신세돈 명예교수는 "성장률은 취약계층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경기가 나빠져도 교수나 공무원과 같은 정규직은 침체의 여파를 직접 느끼지 못한다. 이를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일용직,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등이다. 경기침체로 일자리는 줄고, 물가가 높아져 실질적인 임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펼치고 있느냐다.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정부 정책의 초점은 법인세·부동산세 인하 등의 감세정책에 맞춰져 있다.

전성인 교수는 "정부 정책의 대상인 다주택자와 대기업은 경기침체를 견딜 능력이 있다"며 "문제는 침체에 거리에 나앉게 생긴 취약계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건 더 어려운 곳을 따뜻하게 만들어 경제주체들이 침체라는 겨울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감세 정책은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완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경기침체를 앞둔 시급한 상황에선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세돈 명예교수는 "규제 완화정책이 나쁜 건 아니다"며 "문제는 보약처럼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인프라 투자와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게 더 필요한 때"라며 "단순히 성장률만 보고 정책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경기침체 문 앞에 선 한국경제는 침체의 한파를 잘 넘길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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