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소 경영난 속 화재…보험금 노린 방화범 몰린 60대 무죄

법원 "미납 보험료 납부 정황, 화재 전후 행동 자연스러워"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자동차 정비소 경영악화로 인해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건물에 고의로 불을 낸 방화범으로 몰린 6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밀린 보험료 3개월 치를 한꺼번에 낸 점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보험설계사의 독촉으로 인해 낸 점 등 정황상 A씨가 고의로 불을 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는 일반건조물방화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강릉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던 A씨는 전기 사용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디지털 타이머를 매일 자정 작동하도록 콘센트에 꽂고, 콘센트에 연결한 열풍기를 장갑 등 인화물질이 많은 선반에 놓아 2019년 3월 2일 자정께 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경영악화로 건물 임대료, 전기요금, 상하수도사용료, 보험료를 내지 못했고, 이에 건물 소유자가 제기한 건물 인도 소송에서 패소해 화재 전날 디지털 타이머를 구매해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자동차 정비업이 어려워진 상황임에도 보험을 부활시키기 위해 3개월 치 보험료를 일시 낸 점은 의심스러운 정황이지만, A씨에게 보험료를 내달라고 부탁했다는 보험설계사의 진술과 A씨의 주장이 부합한다는 점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애초 아날로그 타이머를 샀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디지털 타이머로 바꾼 경위와 타이머 작동법을 몰라 판매자에게 타이머 시간 설정을 요구한 행위도 방화 범행을 계획한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열풍기가 놓여있던 선반에는 원래 사용해오던 장갑, 엔진오일, 공기필터 등 용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인 점도 무죄 근거로 삼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도 A씨의 혐의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원심 판단에 더해 재현 실험 결과 5㎝ 거리에서 열풍기를 작동시켰을 때 장갑에서만 발화가 일어난 점으로 미루어보아 장갑과 열풍기를 의도적으로 가까이 두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발화 시점을 자정으로 특정한 공소사실과 달리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3분 이르고, CCTV 존재에도 불구하고 A씨가 범행을 감행했다고 이해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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