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지구’는 비유가 아니다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이문재 2022. 12. 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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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예방 공익광고에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성은 부, 이름은 주의.

지구 곳곳에서 빈발하는 산불이 그 구체적 증거다.

그러니 '불타는 지구'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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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울진 산불 대응을 위해 산림 당국은 하루 평균 헬기 80대를 띄우고 산림공무원, 소방관, 군인 등 진화 인력 4100명을 투입했다.ⓒ시사IN 조남진

산불 예방 공익광고에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성은 부, 이름은 주의. ‘부주의’씨.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설정인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부주의의 주체는 인간이자 인류다. 산업 문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류.

‘불타는 지구’는 비유가 아니다. 거대한 현실이다. 지구 곳곳에서 빈발하는 산불이 그 구체적 증거다. 지구를 우리가 사는 집으로 축소해보면 사정이 명확해진다. 우리는 지금 문을 다 닫아걸고 안방에 둘러앉아 연신 불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불타는 지구’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불을 지르는 인류’라고 말해야 한다. 이름도 바꿔야 한다. 성은 방, 이름은 화범. ‘방화범’. 우리의 평범한 삶이 다 ‘불에 끼얹는 기름’이다.

하루빨리 달라져야 한다. 마음에서 문명 전체에 이르기까지 전환하지 않으면 조만간 미래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방화범들이여, 제발 불을 끄고 다른 삶, 다른 세상을 꿈꾸시라. 이것이 산불이 우리에게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일 것이다.

지난 3월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울진 산불은 2만여㏊를 태웠고 봄비가 내리고 나서야 꺼졌다.ⓒ시사IN 조남진

사진 조남진·글 이문재(시인)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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