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에서 외딴 섬까지 통일현장 1년
◀ 김필국 앵커 ▶
올 한해에도 우리 주변에선 통일과 평화를 향한 크고 작은 노력이 계속됐는데요.
많은 시민이 함께 한 값진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방방곡곡, 탈북민이나 실향민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했던 지난 1년 간의 생생한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되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과거 남북분단의 상징이었던 위도 38도선이 지나는 경기도 연천의 한 도로변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쓸쓸하게 그 흔적만이 남아 있는데요. 2022년 임인년의 생생 통일현장은 이렇게 이 땅에 남아있는 38선의 흔적들을 찾아나서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폭설에 파묻혔던 강원도 양양의 38선 휴게소에서 시작된 여정.
그 서쪽으로 위치한 양양군 잔교리, 38평화마을을 지나게 되는 북위 38도선은 이후 인제의 자작나무 숲과 소양강 상류로 이어지게 됩니다.
더 서쪽으로 춘천에선 북한강의 수몰된 지역과 인근 마을.
[심순택/춘천 원평리 주민] "내의네 집이라고 이름이 내의에요. 안방은 이남이고 윗방은 이북인데, 올라갔단 내려갔다 마음대로 못했어요. (집 안에서요? 집 안에서 왔다갔다 못한다는게 말이 돼요?) 왜냐하면 도망갈까봐 남한 사람이 북한으로 온다 이렇게 되는 바람에 경비들이 여기에 서 있었죠."
그리고 경기도 포천의 38고개를 지나 연천의 경순왕릉에서 남한의 38선은 끝나게 되고, 비무장지대, DMZ에서 지금의 휴전선과 교차한뒤 북한과 서해로 흐르게 됩니다.
그 서해상의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조그마한 섬 볼음도.
북한이 지척이어서 황해도 출신 피난민들이 많이 살았지만, 지금은 그 후손들과 외지인 240여명만이 갯벌과 논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한현수/볼음도 주민] "애들이 없어요. 폐교가 됐어요. 아쉽죠. 그게 제일 아쉽죠. 학교가 있어야 발전이 되는데 그게 제일 아쉽더라고요."
800여년전 홍수때 북쪽에서 떠내려왔다는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는 여전히 그 위용을 뽐내며 이 외딴 섬의 상징이 되어 있었습니다.
호랑이 해를 맞았던 지난 설 연휴엔 백두산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 한반도 남쪽 끝, 전남 진도를 찾아갔습니다.
조선초기 말 공급을 위한 국영목장이 조성되자 호랑이들이 먹이를 찾아 헤엄쳐 건너왔다는 섬, 진도.
100년 전까지만 해도 호랑이가 많이 살았고, 이 때문에 호랑이와 관련된 수많은 전설과 지명, 그리고 호랑이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박주언/진도문화원장(향토사학자)] "전체적으로 진도에서 나온 구전되는 호랑이 이야기가 30가지정도 돼요. 옛날 호랑이가 그렇게 많았어요."
한민족의 표상, 백두산 호랑이들이 진도까지 내려가며 거쳐갔던 백두대간.
그곳에선 실제 백두산 호랑이들이 암수 3마리씩 모두 6마리가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민경록/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사육사] "(호랑이숲이) 축구장 4개에서 5개 정도 크기로 구성이 돼있다보니까 기존에 동물원에서 보신 한정된 공간에서 활동하던 호랑이들보다는 좀더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이렇게 저희가 제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호랑이)들이 스트레스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좀더 덜 받지 않을까."
남북접경지의 모습은 빼놓을 수 없는 평화와 통일을 향한 현장입니다.
2년만에 열린 금강산 가던 옛길과 천혜의 비경이라는 두타연.
"저기저기저기" "아 저기 산양" "와~~~"
그리고 국토 최북단, 강원도 화천의 백암산엔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선 처음으로 케이블카가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또 대표적인 민통선 마을, 파주 통일촌은 조성된지 반세기, 50년을 맞아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었고요.
[박경호/통일촌 커뮤니티센터장] "과거가 반목과 대립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그걸 넘어설 수 있는 과정으로 마을 주민들과 외부와 더 나아가서는 통일로 가는 길목의 베이스 캠프로서 그런 역할도"
70년 전인 1952년, 송환대상이던 북한군 포로가 수용됐던 경남 거제도 옆의 조그마한 섬, 용초도 역시 용호도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둘레길같은 정비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한반도 최동단 독도도 찾았습니다.
외국인과 탈북민까지 포함된 청년들과 함께였는데요.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울릉도에서 배를 탄지 1시간 40분 만에 이곳 우리땅 독도에 도착했습니다. 저도 독도땅 밟은게 처음인데요. 생각보다 크고 웅장합니다."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wind of peace"
탈북민과 납북자, 실향민과 이산가족.
올해 역시 생생 통일현장은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고요.
또, 문화를 통해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해본 현장도 적지 않았는데요.
영화. 연극. 그리고 춤과 노래, 또 뮤지컬.
이렇게 다양한 현장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오늘, 2022년이 저물고, 새로운 노력들이 펼쳐질 내일, 2023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평화 함께 하는 오늘과 내일을 꿈꾼다면 잊지 않는다면 이 길을 따라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땅에 다시 만날 그 곳에서"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4122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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