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는 서울에서 뭘 했을까
◀ 김필국 앵커 ▶
북한 무인비행기가 서울 상공을 날아다니고, 이에 대응해서 우리 전투기가 떴지만 격추시키지 못한 채 눈 앞에서 놓쳤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기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왜 무인기를 보낸 걸까요?
북한 무인기 개발 수준과 의도를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간 북한 무인기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김포쪽으로 넘어온 1대는 은평구에서 강북구까지 1시간 동안 서울 상공을 동서로 왕복한 뒤 북한으로 되돌아갔고, 강화도 쪽으로 넘어온 다른 4대는 강화 인근에서 교란비행을 하고 우리 레이더망에서 사라졌습니다.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륙했던 공군 KA-1 경공격기는 서울 근처에 이르지도 못한 채 추락했고, 아파치 헬기 등 공군전력 20대를 동원해 백여발의 사격을 가했지만 격추에 실패했습니다.
[강신철/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우리 군은 이를(무인기) 탐지 추적하였으나, 격추시키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 어디에서 무엇을 찍고 돌아갔는지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김영배/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그림만 보면 용산을 지나간 것 같아요. 용산 지나갔다고 보이는 이 그림 보시면.."
[이종섭/국방부장관] "다시 말씀드리지만, 용산 지역까지 온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서울로 들어온 1대의 작전을 기만하고 우리 군의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강화도 쪽으로 4대를 띄운 것으로 짐작될 뿐입니다.
왜 무인기일까?
북한이 띄운 소형 무인기는 불과 몇십만원짜리 엔진을 단 저가형입니다.
하지만 저가 무인기의 위력과 활용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입증됐습니다.
절대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과 본토를 드론으로 타격하고, 러시아도 자폭 무인기를 사용했습니다.
[신종우/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무인기에) 박격 포탄을 달아서 러시아군 참호나 장갑 차량을 공격하기도 하거든요. 무인기가 접근할 때까지는 지상에 있는 병력들은 인식을 못해요. 무인기 자체가 작고 저렴한 가격에 적국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으니까"
북한은 남한에 비해 절대 열세인 공군력을 만회하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무인기 전력화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승기/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유인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거든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무인기가) 굉장히 각광받고 효용성이 높다는 걸 알고 무인기를 개발하거나 전력화하기 위한 노력을 쭉 해왔던 건 사실입니다."
무인기에 화학-생물확 무기를 실어 살포하거나, 소형폭탄을 탑재하고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자폭공격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왜 무인기일까? - 정찰기로 활용
2021년 초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분야 5대 과업중 하나로 남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 개발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TV/2021년 1월] "500㎞ 전방 종심(작전구역 끝)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북한은 취약한 정찰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 정찰위성과 함께 고성능 무인정찰기를 개발해왔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4년 그리고 2017년 보낸 무인기도 각각 청와대와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등을 수백 장씩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무인기들은 기체 결함이나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지만 이번에는 우리 영공을 적게는 3시간, 많게는 5시간이나 정찰하고 북한으로 돌아갈 만큼 비행거리나 운행 능력 면에서 향상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승기/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개발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무인기가 그때보다 안정성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체계의 전체적인 성능이나 이런 것들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북한 무인기는 왜 고도 3km로 날았나?
북한의 무인기의 비행 고도는 약 3킬로미터.
우리군이 보유한 대공포의 유효 사거리 1km를 훨씬 벗어납니다.
[신종우/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북한이 왜 굳이 (고도) 3km로 날렸을까를 봤을 때, 3km 고도는 우리 아군의 대공포가 미치지 못하는 공격입니다 대공포가 요격을 하지 못한 거죠."
공중에서 요격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 산업시설이나 주거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응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승기/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전시가 아닌 상태에서 괜히 무리하게 요격을 시도했다가는 우리가 쏜 탄에 우리 도심지나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바로 이런 틈새를 노리는 바람에 우리 군이 3년 전 배치한 국지방공레이더로 북한 무인기 탐지에 성공하고도 대공포는 써보지도 못한 겁니다.
북한 무인기...수준은?
전문가들은 북한 무인기가 아직까지는 영상 송신 기능도 없고, 고성능 무기를 탑재할만큼 엔진 성능도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무인기 성능개선을 빠른속도로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중앙TV/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가 성대히 개막했습니다."
작년 10월, 김정은 위원장 뒤편으로 언뜻 보이는 이 무인기들은 이번에 서울에 내려온 무인기보다 더 발전된 형태로 보입니다.
[신종우/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당시) 무인기가 3종 정도 공개됐는데, 헬기처럼 소형, 수직이착륙 등 유사한 형태도 있었고, 북한의 무인기 전력은 (이번에) 서울에 침투한 무인기 수준이 아니라 더 발전된 형태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북한이 무인기의 탑재 중량을 늘리고, 고성능 폭탄이나 생화학 물질을 담을 경우 우리에게는 치명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승기/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엔진) 추력을 계속 키우고 탑재 중량을 키워나가면 거기에 맞는 다양한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협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는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하고 새로운 드론부대 창설, 타격 자산에 대한 공세적 투입 계획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저가 무인기 5대에 인천, 김포 공항이 마비되고, 이제는 새 떼와 풍선에도 전투기가 출동하면서 사회의 혼란과 국민들의 안보 불안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41222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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