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8층 주주님이 등장하셨다"…카카오 종토방에 무슨 일이 [인터뷰+]

신민경 2022. 12. 3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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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증권 MTS '토론방' 실무진 인터뷰
평단가 '층수 인증'부터 욕설 '삐처리'까지
음습한 종토방 이미지 벗어난 '카카오식 토론방'

"투자자들은 모두 공감할 겁니다. 투자를 하다보면 누구나 화가 나거나 비속어가 나오는 상황이 나오잖아요. 투자자들은 얼결에 튀어나왔다고는 하지만, 같이 보거나 듣는 투자자들은 기분 나쁠 수 있거든요. 이걸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음향처리와 흡사한) '삐' 처리를 하기로 했어요. 보기에 거부감은 없지만 투자자가 무척 화가 났다는 건 인지할 수 있게요."

주식 가격이 밀리면 함께 울고, 솟으면 함께 웃는다. 오르내림이 격할 땐 가족보다도 더 끈끈하게 뭉쳐서 그 이유를 분석한다. '피보다 돈이 진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들이 느껴진다. 주식투자자라면 놓칠 수 없는 '종목토론방'이 가진 특성이 그렇다. 같은 종목에 투자했기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 배를 탔다'는 동지의식이 있다.

(왼쪽부터) 김성진 FE개발팀 프론트엔드 개발자, 윤주희 디자인팀 프로덕트 디자이너, 박원영 주식프로덕트팀 프로덕트 매니저, 홍승돈 서비스플랫폼팀 백엔드 개발자. 이른바 '층수 기능'과 '비속어 별표 처리 기능'을 담아 MTS 종목토론방을 내놓은 이들은 "종목토론방의 가치와 재미를 높여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도 수시로 토론방을 찾아 둘러보게 하는 게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 사진=한경닷컴

종토방은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곳 같지만, 사실 일반적인 인식이 좋지만은 않다. 올라오는 글이 많아도 실속 있는 이야기가 거의 없고 비속어가 많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적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적은 일부 종목들의 종토방은 어딘가 음습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식 투자를 처음 접하거나, 건전한 토론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눈팅(읽거나 보기만 하고 참여하지 않는 경우)만 하는 이유도 이러한 분위기가 한 몫한다.

 익명성 지키면서도 깨끗한 토론 가능한 비결은…'별표 기능'

이런 가운데 최근 욕설 없는 종토방이 등장했다. 방송에서 비속어를 '삐' 처리를 하듯 토론방에서 비속어를 사용될 경우 별표(*)로 표시되는 식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디테일'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변화를 시도한 곳은 빅테크 증권사로 불리는 카카오페이증권. 최근 경기도 성남 판교 소재의 본사에서 <한경닷컴>이 '카카오식 종토방'을 만든 주역들을 만났다. 박원영 주식프로덕트팀 프로덕트 매니저, 윤주희 디자인팀 프로덕트 디자이너, 홍승돈 서비스플랫폼팀 백엔드 개발자, 김성진 FE개발팀 프론트엔드 개발자다.

박원영 주식프로덕트팀 프로덕트 매니저와 윤주희 디자인팀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들은 "'평단가' 인증 그 자체만으로도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면서 '층수 기능'을 토론방의 가장 차별화된 기능으로 꼽았다. / 사진=한경닷컴


'별표 처리'는 표면적으로는 작은 변화 같지만, 도입까지 오랜 시간 고민한 기능이었다고 한다.  비속어를 아예 못 쓰게 만드는 것과 별표 처리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높고 고민하다가 별표 처리로 가닥을 잡았다. 소통하라고 만들어 둔 공간에 제한이 많으면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막지는 않되, 건전한 토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어떤 사용자들은 오히려 그 별표 처리된 부분을 궁금해 하고, 또 그걸 가지고 유쾌하게 활용하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박 프로덕트매니저) 

결과는 좋다지만, 토론방 전용 데이터를 여과할 수 없는 데이터셋이 없다보니 과정은 험난했다. 서버 개발자와 기획자가 직접 수많은 형태의 비속어들을 살펴보면서 일일이 어떤 것을 거르고 어떤 것은 거르지 않아도 될지 결정했다.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디테일을 살리자는 목적에서였다. 단순작업으로 시작했던 이들의 작업은 수일동안 야근을 불렀다. 이제는 단순 욕설뿐 아니라 이른바 변형 비속어들도 쏙쏙 잡아낸다. 욕설 사이에 숫자를 끼워넣는다든가, 일부 자음이나 모음을 다른 것으로 바꾼 욕설을 해도 별표로 바뀌기까지 하니 말이다.

"나만 물린 게 아니네"…남일 같지 않은 '남의 층수'

'삼성전자 8층 언제 오나요', '여기 10층에 사람 있어요. 살려주세요' 등은 종토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다. 개인투자자(개미)들이 매수가격에 '층수' 개념을 도입해 대화에 녹이곤 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러한 '층수' 개념을 종토방에 도입했다. 글 작성자가 해당 종목을 평균 얼마에 사들였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다른 이의 평단가(평균매수단가)를 확인하고 '나만 물려있는 게 아니구나'하는 안도감이나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작성자의 투자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보조장치인 만큼, 글 자체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사용자들은 모두 익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주주 인증'과 '층수 인증' 기능을 통해 서로의 상황에 더 깊이 공감하고 재미있는 토론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실제로 서비스를 개시한 뒤 같은 글이라도 층수에 따라서 다른 반응이 오고가기도 했고, 층수가 대화의 주된 주제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기능이 의도한 대로 잘 작동하고 있구나, 느끼고 있어요." (윤 프로덕트 디자이너)

홍승돈 서비스플랫폼팀 백엔드 개발자(왼쪽), 김성진 FE개발팀 프론트엔드 개발자. 이들은 "어떤 증시 이슈, 종목별 이슈가 발생하면 바로 카카오페이증권 앱으로 들어와서 확인할 수 있게끔 '화제성'을 염두에 둔 것이 제 1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경닷컴


"층수 인증 기능은 우리 토론방의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에요. 다른 커뮤니티들을 보면 이용자들끼리 계좌 인증이나 수익률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간단해지기도 했죠. 층수 인증 그 자체만으로도 감정 표현이 가능해진 셈이어서, 감정 표현의 유형과 방식 자체가 다양해졌다고 생각해요." (홍 개발자)

이 과정에서 은어로만 사용돼 온 '층수'의 기준을 정했다. 정량화 작업은 업계 첫 시도다. 예를 들어 LG생활건강 '77층 주주'는 평단가가 77만원대란 의미이며, 1~9층(1만~9만원)·10~99층(10만~99만원)·100~999층(100만~999만원)의 기준을 적용해서 보면 된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다만 종목별로 주가에 따라서 층수의 기준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국내 주식은 만원 단위, 해외 주식은 10달러 단위로 일원화했다.

 목표는 '화제성'…"이슈 생기면 카카오 종토방에 오세요"

카카오페이증권이 토론방을 통해 탐내는 가치는 '화제성'이다.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가 생기면 가장 먼저 카카오페이증권 앱을 켤 수 있도록 화제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이용자들이 정보 교류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개별종목 토론방 이외에도 인기·급등·급락 토론방이나 인기글 모음 페이지 등을 따로 만들어서, '핫한 주식'이 수시로 이용자들에게 잘 드러나도록 했다. 화제성을 잡으니, 부추기지 않아도 열띤 토론이 곳곳에서 이뤄졌다고 박 프로덕트매니저는 설명했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대화할 수 있어서 좋다'거나 '이런 종목도 있었는지 토론방을 보고 처음 알았다' 등의 반응이 많이 왔어요. 실상 있어야 할 곳(MTS)에 종목토론방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기존 증권사들이 이를 구현하지 못했던 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이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 이용자가 급락 종목에 대해 그 이유를 묻자 다른 이용자가 '유상증자를 해서 그렇다'는 답변을 남겼고, 질문을 남겼던 이용자가 다시 '유상증자를 하면 왜 주가가 떨어지는지’를 묻자 답변을 남겼던 그 이용자가 또 '이러이러한 이유로 주가가 떨어진다'면서 소통하는 등 건전한 문답이 오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용자 연령대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회사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토론방'은 개시 약 일주일이 지난 12월 23일 기준 주식 거래를 많이 하는 30대(39%), 40대(27%)의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20대(19%)와 50대 이상(11%) 이용률도 뒤를 이었다.

이들의 디테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해외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서 '동전주'로 불리는 낮은 단가의 주식들까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투자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건전하고 즐거운 소통과 교류의 장이 꼭 필요해요. 토론방이 하게 될 역할이 향후 계속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고요. 저희 팀도 그 흐름을 계속해서 이끌어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이용자 혼동을 줄이기 위해 '동전주'를 층수 계산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요. 이 동전주들도 층수 인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에요." (김 개발자)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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