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토스한 Toss의 성공 [창업자의 생각법]

김기철 기자(kimin@mk.co.kr) 2022. 12. 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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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임금, 혹독한 추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의 수개월, 상시적인 위험, 한전하게 귀환할 수 있을지 미지수, 성공할 경우 명예와 인정이 뒤따름.
토스의 창업자 이승건은 2013년 처음으로 온라인 구인광고를 내면서 한 세기전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 경의 남극 탐험대 모집 공고 문구를 인용했습니다.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험난한 여정이 눈 앞에 펼쳐져있다는 점에서 남극 탐험대와 토스의 첫걸음은 닮았습니다. 그리고 이승건도 섀클턴 경을 닮았습니다. 섀클턴 경이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탐험대를 이끌었듯이 이승건 역시 ‘핀테크’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황무지에서 오늘의 토스를 일구었으니까요.
남극탐험대
◆실패가 쌓여 꽃핀 성공

‘치과 의사’ 이승건이 처음 창업을 결정한 순간부터 1400만명이 이용하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로 성장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 <유난한 도전>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성공 스토리와 성공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찼을 이 책을 두고 저자인 정경화 토스 콘텐츠 매니저는 ”대체로 실패하고 가끔 성공하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의례적인 겸양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오늘의 토스를 만든 35명의 주역들을 심층 인터뷰한 뒤 정경화 매니저가 결론내린 토스의 성공비결이 바로 ‘제대로 실패하기’였습니다.

정 매니저는 ”토스에는 실패를 도전을 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인식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 실패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실패를 통해서 앞으로 해야만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을 구분할 수 있고, 또 더 중요한 것은 성공에 대한 더 간절한 마음을 실패를 통해 얻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토스에서는 실패를 선언할 때는 팀원들이 함께 모여 무엇이 부족했 반드시 실패를 반추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성공의 길을 찾는 것이죠.

빠르게 실험해 실패하고, 또 실패한 끝에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 토스팀이 경험한 유일한 성공 방정식이었다.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스웨덴의 승려 출신 작가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I may be wrong)>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내가 틀릴 수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해질 방법은 흔치 않다”고 말합니다.

현자의 ‘행복법’이 이승건의 ‘성공법’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정경화 매니저는 창업자로서 이승건이 가진 최대의 장점으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꼽았습니다. ”승건님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계속 상기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토스가 실패를 하고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했고 더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승건의 이런 태도가 이제는 토스의 수평적인 기업 문화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스스로 틀릴 수 있다는 자각을 갖게 되니 팀원들 하나하나의 의견을 존중하게 되고 그런 존중이 다시 팀원들이 책임감이 되고, 책임감이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죠. 창업멤버 중 한명인 이태양의 토스 소개글처럼 말이죠.

기민하고, 책임감 있고, 논쟁을 즐기며, 그 끝에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우리는 실패하지만 결국 성공한다
◆아하 모먼트(Aha moment)

2013년 12월 세밑, 서울 강남역 사거리를 걷던 이승건이 구세군의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어쩌면 최초의 핀테크 유니콘 ‘토스(Toss)’는 태어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해 10월 ‘송금과 결제를 frictionless하게(마찰없이)’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사업화 계획을 세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how)’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들려온 구세군의 종소리는 구원의 손길이었습니다. 구세군 냄비에 쌓여있는 기부약정서에 눈길이 갔고 자신의 통장에서 매달 봉사단체로 기부금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입니다. “아하! CMS 자동이체 방식을 활용하면 되겠구나.”

누구에게나 ‘아하 모먼트(Aha moment)’는 불쑥 찾아옵니다. 문제는 그 순간을 포착해내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느냐는 것이죠. 토스 창업자 이승건과 그가 이끈 토스팀은 그것을 해낸 사람들입니다.

이승건이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한 것 자체가 ‘아하 모먼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던 바로 그 순간입니다. 치과의사로 살아야할지 아니면 세상을 바꿀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이 쌓여갈 그 때 ‘아이폰’이 바로 이승건의 마음을 붙잡은 것이죠.

정경화 매니저는 “이승건님이 아이폰을 경험하면서 기술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인식했고 자신이 기술로 세상을 선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유난한 도전은 계속된다

섀클턴 경이 이끈 남극 탐험대의 도전에는 분명 그 끝이 있지만 이승건이 이끄는 토스의 도전에는 끝이 없습니다. 사실 도전을 멈추는 순간 “기술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목표마저 사라지게 되죠.

정경화 매니저는 토스 앞에 펼쳐진 도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토스의 현재 월이용자수(MAU)가 대략 1400만명 정도입니다.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토스를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이 많고 다른 거대 빅테크 기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죠. 그분들에게 더 나은 금융 생활을 선사해 주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도전입니다.”

<유난한 도전> 저자인 정경화 토스 콘텐츠매니저
※유튜브 채널 ‘매경5F(youtube.com/channel/UCOVR1GNM8BDgL2bUSSg1xwg)’에서는 더 많은 ‘창업자의 생각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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