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따돌림’ 의심되는 이혼 가정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행동은? [이슈+]

구현모 2022. 12.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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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육 부모에 적대적…‘어른의 용어’로 무조건 비방
아이에 미움·증오심 심어주는 “전형적 가스라이팅”
“네가 엄마 만나면 아빠 섭섭해…” 포기하는 아이들
최근 이혼 가정에서 자녀가 정당한 사유없이 비양육 부모에게 등을 돌리는 ‘부모 따돌림’으로 인한 갈등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법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육 부모에 의해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자녀가 비양육 부모와의 만남을 무조건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부모 따돌림’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 따돌림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은 표면적으로 다른 부모를 만나기 싫다고 의사표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법원에서 아이가 왜 만남을 거부하는지, 양육 부모의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닌지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부모 따돌림으로 의심되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한 쪽 부모는 무조건 나쁘다는 ‘흑백논리’

영국의 경우 법원에서 ‘부모 따돌림’이 의심되는 가정을 선제적으로 가려내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양육권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영국의 아동·가정법원 자문 및 지원기구 CAFCASS(Children and Family Court Advisory and Support Service)에서는 부모 따돌림 행위를 경험한 아동이 나타내는 전형적인 행동 10가지를 제시했다. 해당 항목은 다음과 같다. 

△일방적으로 한 쪽 부모 편을 든다 △거부하는 부모를 비방한다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들며 반감을 정당화한다 △자신이 거부하는 부모에 대한 반응, 인식이 정당하지 않고 불균형적이다 △한 쪽 부모의 단점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자신이 거부하는 부모와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거부하는 부모의 친척들에게도 거부감을 보인다 △자신이 거부하는 부모에 대한 죄책감이나 양가감정이 없다 △자신이 거부하는 부모에 대한 말은 마치 대본처럼 인위적으로 들린다(성인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사용한다) △자신이 거부하는 부모에게 공격적이고 적대적이다.

즉 아이들이 두 부모 중 일방적으로 한 쪽 부모 편을 들거나 비양육 부모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자신과 비양육부모와의 경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양육부모의 조종과  세뇌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성인이 쓰는 표현이나 단어를 사용해 한 쪽 부모를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이 역시 함께 살고 있는 부모와 친척들의 말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9년간 가정법원에서 가사상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송미강 지인정신상담연구소장은 “이혼에 이르기까지 반복된 가정불화로 인해 부모간 반목이 심하면 아이도 불안감이 커지고 어느 부모의 편을 들어야 하나 충성 갈등을 느끼게 된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같이 살고 있는 부모가 아이에게 다른 부모에 대한 미움과 증오심을 계속 심어주다보면 아이들은 그 생각이 곧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이라고 착각한다.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에게 “아빠 만나면 서운하다”고 말해도 부모 따돌림?

‘CAFCASS’에는 부모가 전 배우자를 배제하고 따돌리는 전형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기재되어 있다. 예컨대 자녀에게 다른 부모의 결점을 비난하고 과장하거나 긍정적인 면은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자녀가 다른 부모와 있었던 부정적인 경험을 전문가와의 상담과정이나 법정에서도 이야기할 것을 지시하거나 압박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전 배우자가 자녀에게 주는 선물, 편지나 전화 등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도 부모 따돌림에 해당된다. 

자녀가 다른 부모와 만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부모 따돌림 행위로 규정한다. 다른 부모를 만나면 사랑과 애정을 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아이를 압박하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한 쪽 부모와 긍정적인 관계를 쌓지 못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 우려하지 않고, 이런 결핍이 자녀의 발달과 정체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따돌림을 주도하는 부모들에게서 보이는 특성이다.

송 박사는 “이혼으로 인한 배신감, 상처 등을 아이를 통해 보상하려는 심리”라면서 “아이가 다른 부모를 만나러 갈 때마다 ‘너 엄마랑 있어야지’, ‘섭섭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이고 아이는 이런 말들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비양육 부모를 만나러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결국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단독] “너 아빠 만나기 싫다고 말해”… 면접교섭 방해에 우는 부모들
https://www.segye.com/newsView/20221229512951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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