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임 다했지만…” 경영난 벗어나지 못한 성남 터미널 31일 끝으로 폐업
터미널 수요 감소와 코로나19 등 겹쳐 운영난…이달 초 성남시에 폐업 신청
성남시, 건물 바깥에서 ‘임시 버스 터미널 승차장’ 운영…교통 체증·승객 불편 등 예상
터미널 내 상인들도 시에 대책 마련 요구…‘답답함’ 숨기지 못해
2004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문을 연 성남시의 유일한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인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매표실과 버스 출발·도착을 기다리던 대합실, 승·하차장은 내년 1월1일부터 모두 출입할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대중교통 산업과 KTX·SRT 등 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한 버스 승객 감소, 여기에 최근 몇 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운영사의 안타까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단 성남시는 터미널의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시버스터미널 승차장을 근처에서 운영할 계획이지만, 승객 불편과 함께 터미널 내 입점 상인들의 생계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30일 오후 찾은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지하 1층 시외버스 승차장 곳곳에는 12월31일을 끝으로 터미널을 폐업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성남시 대중교통과는 안내 현수막에서 “2023년 1월1일부터 터미널 정상화 시까지 임시터미널을 운영한다”며 “터미널 운영 중단에 따른 시민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터미널 운영사인 ㈜NSP가 설치한 현수막은 “터미널 수요·매출이 급격하게 급감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묵묵히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했지만, 사회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기노선을 기반으로 하는 시외·고속버스 등 지역 간 대중교통 산업의 한계점이 노출됐다”고 버스 관련 산업의 어려운 현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토로했다.
KTX와 SRT 개통 등으로 인한 버스 이용객의 감소 그리고 여러 자구책을 마련했어도 경쟁력 약화에 따른 어려움을 결국 넘지 못해 운영사가 줄어든 수요를 어쩔 수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터미널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매점을 운영해온 A씨의 생각도 관련 산업의 한계점과 맥락이 통한 듯했다.
A씨는 “SRT에 경강선(판교↔여주)까지 개통되면서 터미널에서 버스 타는 사람들이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몇 년간은 코로나19가 겹쳐 시외·고속버스 타는 사람이 더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영업 전 서울 강남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장사를 했다는 A씨는 ‘터미널’은 자신에게 삶의 터전이었다면서, “시에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오늘 다른 상인들과 함께 의견을 전달했는데, (해결책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감소와 그로 인한 버스 운행 감축 등은 터미널 내 전국 각지로의 운행시각을 알리는 안내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강원·충청·경상·전라도 등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일부 노선에 ‘코로나19로 인한 결행’이 적혔고, ‘코로나19 관련 버스 이용객과 좌석 공급량에 차이가 발생하는 관계로 일부 노선에서의 감회운행이 불가피하니 출발 전 해당 차량의 운행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는 취지 안내문도 붙은 지 오래된 듯했다.
터미널 바깥에는 내부 시설 출입이 불가능해질 것을 대비해 ‘임시버스터미널 승차장’이 일찌감치 설치됐다.
터미널 1층 출입문을 나오면 바로 마주하는 승차장은 버스 5~6대 정도가 한꺼번에 설 수 있게 자리가 마련됐는데, 버스가 승객들을 태우고 내릴 경우 다소 교통체증이 예상됐다.
특히 기존에 택시승차장으로 쓰이던 곳이어서인지 도로에 새겨진 ‘택시’를 지우고 ‘버스’로 글자를 고친 흔적도 뚜렷이 드러났다.
이곳이 임시버스 승차장으로 쓰이면서, 손님 태우던 택시는 왕복 7차로 도로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이를 알리듯 “임시버스터미널 운영을 위해 현 위치의 택시승차장은 잠정 이전·운영한다”며 “택시 운수종사자 여러분께서는 맞은편 승강장을 이용해주시길 바란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시는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운영 업체인 ㈜NSP 측이 적자 운영을 이유로 신청한 폐업 허가를 이달 초 받아들였다.
운영사는 지난해 12월 성남시에 1년 휴업 신청서를 냈다가 철회했으며, 경영 정상화를 돕기 위해 시가 16억8000만원(도비 4억4900만원 포함)의 여객자동차 터미널 특별지원금과 시설개선 지원금을 편성하고서 최근까지도 운영 업체에 내년도 재정지원 의사를 타진했음에도 더 이상 사업 유지·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결국 이달 2일 시에 폐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성남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하루 평균 6700명이던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승객 수는 올해 3500명을 기록,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운수업체와 운행 노선도 크게 줄어 20개 운수업체가 전국 33개 노선에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266대를 운행 중인데, 터미널이 야탑동에 문을 연 2004년 당시만 해도 시외버스만 20개 운수업체가 전국에 100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었다.
성남=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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