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역사문화공원’으로 탄생[주말엔]
영일만에 전해오는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소재로 조성한 일월문화공원이 최근 완공돼 일반시민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해맞이 고장 포항(옛 영일)을 배경으로 엮은 이야기로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신라 아달라왕 4년(157년) 동해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신라왕이 일본에 사자를 보내 세오녀가 짠 비단을 받아와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 다시 빛이 되살아났다. 비단을 보관하던 창고를 ‘귀비고’라고 하고, 하늘에 제사 지내던 곳을 ‘영일현’ 또는 ‘도기야’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포항의 옛 지명도 ‘영일(迎日)’이다. 영일군 포항읍이 1949년 분리되면서 포항시로 승격했고, 1994년 도·농 통합으로 현재의 포항시로 성장했다. 영일은 한자 뜻대로 ‘해를 맞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월공원은 영일의 뜻을 담고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스토리텔링’한 시민휴식공간이다.
지난 29일 찾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 세계리 소재 일월문화공원은 겨울바람 속에 다소 휑한 모습이었지만, 영일만 주변의 다양한 문화유적과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느낄 수 있는 각종 조형물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윷판형 고인돌’을 비롯해 포항지역에서 발견된 여러개의 고인돌과 암각화·선돌 등 고대유물을 본뜬 조형물이 공원 입구에 줄지어 있다. 영일만 일대는 영남권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과 선돌·암각화 등 옛 제천(하늘에 제사를 올림)문화 유적이 집중된 곳이다.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품은 연못인 ‘일월지’ 주변에는 청동기 시대 석검을 본떠 만든 높이 1~2m의 큰 석검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또 초승달 모양의 대형 ‘곡옥’ 여러개가 돌담 위에서 반짝였다. 곡옥 옆으로는 금빛 왕관을 쓴 연오랑·세오녀 동상이 해와 달이 되어 영일만을 환히 비추는 듯 하다.
일월기념관 앞에는 마치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고 돌로 쌓은 듯한 ‘제단’ 위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둥근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됐다. 기념관에는 ‘일월문화’에 관한 안내문과 함께 돌칼·토기 등 청동기 유물이 유리전시관 속에 전시돼 있다.
관광객 김형철씨(54·대구) 부부는 “일월문화란게 어떤 것인지 잘 몰랐는데,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과 안내문을 둘러보니 옛 영일만 주변에 살던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조금 더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월문화공원은 해병대 교육훈련단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해병대 입소자와 그 가족들의 쉼터로도 널리 애용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는 2019년 9월부터 남구 오천읍 세계리 일대 2만3300여㎡에 국비와 도비 등 125억원을 들여 일월문화공원을 만들기 시작해 12월 25일 정식 준공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일월문화공원이 인근 동해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과 장기면 유배문화체험촌과 잘 연계되는 포항의 새 관광명소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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