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성적표 받은 무역수지…올해 500억달러 적자 육박
내년 무역상황 올해보다 악화 전망에 정부 총력 지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무역적자가 500억달러에 육박하며, 1996년 외환위기 당시 성적보다 적자폭이 커진 것은 물론,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가 국제적으로 수요가 줄어들며 주력상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이 가격이 잇따라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상품 수출이 감소하며 10~11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원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격이 급등한 점도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된 요인이다.
수출상품과 수입상품과의 교환비율인 교역조건 역시 20개월 연속 내림세를 걸으며 국내 수출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높은 에너지원 수입가에 무역적자 역대 최대치…경제 역성장 전망도
높은 에너지원 수입가 여파에 이어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올해 무역적자가 50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인 9개월 연속 적자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1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6억38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4.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9월 -4.9%, 10월 -16.4%, 11월 –28.6%에 이어 이달에도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은 주력 품목이 흔들리며 3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12월에도 감소세를 기록하면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은 2020년 11월 이후 올해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10월 전년 동기 대비5.7% 감소한 데 이어 11월에는 14%로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489억6800만달러로 종전 최대치였던 1996년(206억달러)의 2배가 넘는 것은 물론,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가장 많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400억6400만달러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원유(15.4%), 가스(100.7%), 반도체제조장비(29.9%), 석탄(14.1%) 등이 수입액 증가를 견인했다.
교역조건은 20개월 연속 하락하며 우리나라 수출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4.04로 1년 전과 비교해 4.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과 비교해도 0.8% 하락한 수치다.
교역조건은 수출상품과 수입상품과의 교환비율로 우리나라에 수입된 품목이 많고, 수출품이 적을수록 악화된다고 평가한다.
전월 기준으로는 지난 7월 역대 최저치(82.71)까지 떨어졌다가 8월(83.95) 약간 개선됐고, 9월(83.46) 하락했다가 10월(84.69) 반등한 상태였는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반도체가 2021년 5월부터 지난 10월까지 100억달러 수출 기록을 쓰며, 올해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6800억달러를 넘어서며 이전 사상 최대 수출액인 지난해 6444억달러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낮은 경제성장률의 원인이 수출에 있기에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경우 감소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내년에도 어두운 무역상황…정부 총력 지원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1.8로 올해 4분기(84.4) 대비 2.6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EBSI가 두 분기 연속 90점대를 밑돈 건 2012년 4분기(77.4)와 2013년 1분기(78.4)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연구원 역시 최근 내년 1월 수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83으로 전망했다.
내년 무역상황이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수출 플러스' 강화를 위해 범정부 역량을 총결집 한다는 목표다. 중국 중심의 교역 의존도에서 벗어나 자원부국 및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민간 주도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3대 수출애로(무역금융, 인증, 마케팅) 해소에 집중한다. 차질 없는 정책 추진으로 오는 2026년 수출 5위, 제조 3위, 경제영토 1위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내년도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는 먼저 내년에도 이어질 경기둔화 전망 속 '수출 플러스'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무역금융, 인증, 마케팅 등 당면한 3대 수출애로 해소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인 36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수출초보기업 저리융자(2.7%p, 이차보전)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원스톱 지원체계로써 국가기술표전원에 해외인증지원단을 설치, 국내기관을 통해 해외인증 획득을 지원하는 품목도 현행 120개에서 150개까지 확대한다. 해외 인증은 수출의 첫 관문이다.
여기에 벤처 및 수출초보기업에 대한 수출바우처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증·마케팅·물류 예산의 ⅔(약 9000억원)가량을 내년 상반기 중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교육·취업·창업을 연계하는 청년 무역인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해 매년 청년 무역인 1500명을 야성하는 등 '청년 수출붐' 조성에도 나선다.
중국 중심의 교육 의존도에서 탈피, 신흥시장과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저변 확대를 위해 맞춤형 지원도 이뤄진다.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중간재와 한류·할랄을 연계한 소비재 수출 지원 확대를 추진한다. 중동 시장에서는 '한-사우디 경제정상 외교'에 따른 원전수출, 수소, 재생에너지 분야 등 포괄적 에너지 파트너십 구축의 후속조치를 철저히 이행해 나가면서 플랜트, 인프라 진출 지원을 확대한다.
중남미 시장의 경우 신규 FTA 체결을 통해 한류 붐을 활요한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고, 자원부국과의 광물협력에도 강화해 나간다. 아프리카 시장에는 의료·스마트팜·ICT 진출을 확대한다.
수출 저변 확대를 위한 직접 투자 외에도 우리 무역의 10대 주력업종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설비투자도 꾸준히 이어간다.
정부는 내년 고금리 및 수요감소 등 악조건 하에서도 전년과 유사한 수준인 모두 100조원의 설비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다.
자동차, 철강, 소부장 등 주력산업은 디지털·그린 신속 전환을 통해 신주력산업으로 키워간다.
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제1회 수출·투자 금융지원 협의회를 열고 경제위기 극복에 나선다. 또 수출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행정력을 기울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내년도 우리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과 투자의 위축, 자국우선주의, 에너지위기 등으로 매우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기업이 목표로하는 100조원의 투자계획과 6800억원 이상을 수출이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융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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