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이모'라 부른 이웃에게 술병 들고 다가간 40대…그 끝은

구진욱 기자 2022. 12.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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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68)는 이웃 박씨(46)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씨는 평소 김씨를 "이모"라 부르며 따랐다.

그런 박씨의 눈에 오전부터 아파트 앞에서 술을 마시며 기분을 풀던 김씨가 들어왔다.

그날 오후 김씨가 일을 하기 위해 나서자 박씨는 김씨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 서랍과 장롱을 뒤지며 금품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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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자고 접근…동선 파악 후 집 뒤지다 들키자 살인
법정에서도 발뺌…징역 27년형 나오자 지나치다며 항소
이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6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박모씨가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4.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이모 술 한 잔 할래요?"

김씨(68)는 이웃 박씨(46)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씨는 평소 김씨를 "이모"라 부르며 따랐다.

김씨는 혼자 살지만 매일 폐지를 주우며 한 푼 두 푼 모아 저축하는 등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런 김씨가 유일하게 느끼는 여유는 아파트 앞 공터에서 술로 하루를 푸는 것이다.

박씨는 일용직 건설 근로자로 일하며 수입의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김씨와 사는 방식이 달랐다.

당시 박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가야 할 처지였다. 임차인이던 모친이 숨진 뒤 더 이상 거주할 자격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사를 하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데 박씨는 비용 마련에는 관심이 없는 듯 그저 시간만 보냈다.

그런 박씨의 눈에 오전부터 아파트 앞에서 술을 마시며 기분을 풀던 김씨가 들어왔다. 그 순간 김씨의 현금과 귀금속을 훔쳐 이사 비용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박씨는 소주 한 병을 들고 김씨에게 다가가 함께 마시자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하루 일과와 동선을 물어봤다.

그날 오후 김씨가 일을 하기 위해 나서자 박씨는 김씨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 서랍과 장롱을 뒤지며 금품을 훔쳤다.

시간이 가는지도 모른 채 금품을 찾던 박씨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씨와 마주쳤다. 그 순간 범행이 발각됐다는 생각에 김씨를 숨지게 한다. 그렇게 해서 박씨는 현금 53만원과 금반지 등 총 192만원 상당을 훔쳤다.

강도살인과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피해자를 조용히 하기 위해 테이프로 입만 막으려 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살해 의도가 확정적이었다며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박씨가 피해자 사망의 책임을 피하려 한다"며 "경찰 수사과정에서 3만원만 훔쳤다고 했다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53만원을 훔쳤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귀금속 절취는 수사가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재판을 받으면서야 인정했다"며 "고작 192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 27년형을 선고했다.

박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는데 항소심은 1월12일 열린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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