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마침내 검찰시대는 완성되었다

천남수 2022. 12.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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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퇴시킥 위해 감찰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 12월 16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검찰총장이지?” “한동훈인가?” “아, 그는 법무부 장관이구나” “그럼 누구지?” 바보같은 질문 같지만, 실제로 누가 검찰총장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막강한 검찰시대의 대표선수 이름을 모르다니. 검색을 통해 확인한 주인공은 지난 9월 16일 취임한 이원석 검찰총장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이 된 그는 이미 5월 23일 대검찰청 차장으로 총장 직무대리로 7개월 넘게 검찰조직을 이끌고 있다. 다만 이전의 검찰총장과 달리 세간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다. 이전의 검찰총장이 논란의 중심이 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야당과의 대척점에 서 있는 한동훈 법무장관의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인 듯싶다.

법치가 강조될수록 검찰의 힘도 커진다. 보이스피싱 문자도 검찰의 사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우리에겐 정권이 바뀌면, 검찰의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역사가 있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검찰이 수사에 나선 순간, 부질없는 일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했다. 오죽하면 없는 죄를 만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까.

역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정부 요직에 법조인 출신들이 대거 등용됐다. 법무부는 물론 행정안전부와 통일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정부 부처 장관직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장, 국가보훈처장도 법조인을 발탁했다. 이에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툰 국정운영에 회의감을 보이는 국민도 적지 않다. 집권 초기 개혁 드라이브로 국정동력을 삼았던 지난 정부와는 달랐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검찰이 있었다. 전 정권에 대한 집요한 수사가 진행됐다. 전방위적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역시 검찰이었다. 이제 시간은 검찰의 것이 됐다.

▲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월 28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송정시장 일원에서 ‘검찰독재 야당탄압 규탄 연설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새해 가장 눈길이 쏠리는 뉴스의 주인공은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될 것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 12월 28일 출석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셈이다. 그가 누구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주인공이자, 현역 국회의원으로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원내 제1당의 대표다. 그가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은 각종 의혹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여권에서는 의혹에 대한 당연한 수사라고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정적에 대한 사법처리라는 시각도 엄존한다. 서슬 퍼런 검찰의 칼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검찰의 수사력이 매우 집요하고 공세적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이 정부의 힘이 아니던가.

돌이켜 보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아무래도 ‘검수완박’ 프레임에 갇혀버린 전 정권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5월 3일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부패와 경제범죄로 축소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위를 다시 확대했다. ‘검수완박에서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한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꼼짝 못하는 지경까지 몰리고 말았다. 검수완박의 명분을 잃고 허둥지둥하는 사이 검찰의 수사는 거침없이 야당을 옥죄고 있다.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7일 단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기개를 선보였다.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 윤석열의 검찰은 “피고인이 저지른 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한다”면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에 사면 복권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정농단으로 처벌받았던 이들에 대해서도 죄다 사면 복권했다.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 검찰은 죄를 짓지 않으면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법을 어겼을지도 모르는 국민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통화기록과 계좌 등을 털면 나는 무사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잡아넣을 수도 있고 풀어줄 수도 있는 검찰의 막강한 위력은 일반 국민들조차 주눅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검찰은 국민을 향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인다. 지은 죄가 없는 사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량한 국민들은 오히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 아니라 ‘법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일반 국민이다. 이제 발을 쭉 펴고 살 수 있겠다. 검찰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니까. 그런데 한편으로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죄짓지 않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단횡단이나, 과속 운전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지만,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법을 어겼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만약 통화기록과 계좌거래 내역, CC-TV, 주변 사람들의 증언 등을 통해 탈탈 턴다면 온전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오해 마시라,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다시 한번 걱정하지 말라고 친절하게 얘기해 준다. 다행이다. 그런데 이 말이 ‘잠자코 있으면 다칠 일이 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자비로움인가, 으름장인가. 모르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집권함으로써 우리는 법치를 통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뇌리에도 검찰의 존재가 분명하게 각인됐음을 깨달았다. 마침내 검찰시대가 완성된 것이다.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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