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축구 결산] '꺾이지 않는 마음' 안고 내달린 한국축구
(MHN스포츠 금윤호 기자) 올 한 해 한국축구는 최고의 단어로 떠오른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로 정리될 듯하다.
2022년 한국축구는 앞서 말한 대로 꺾이지 않는 마음과 자세로 도전한 끝에 열매를 맺은 한 해였다.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달린 선수들과 이를 지켜본 팬들은 모두 성적과 행복을 모두 누렸다.
그 시작은 여자축구가 문을 열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인도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대망의 결승전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비록 전반전에 두 골을 넣고도 후반전에 내리 세 골을 먹혀 아쉽게 역전패로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으나, 여자대표팀은 지난 2003년 기록했던 3위를 넘어 최고 성적을 거뒀다. 또한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성공했다.
여자대표팀의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끈 '지메시' 지소연의 국내 복귀도 화제를 모았다. 8년간의 영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소연은 첼시FC위민의 재계약을 비롯해 여러 해외 구단의 제안에도 국내 여자축구리그 발전과 팬들을 위해 수원FC위민행을 택했다.
여자축구에서 지소연이 활약했다면, 남자축구에서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개인적으로도, 팬들에게도 최고의 한 해를 선사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은 2021-2022시즌 리그에서만 23골을 터뜨려 이집트 출신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골든부트(득점왕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 걸쳐 득점왕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공격에서 손흥민이 날아오르자 수비에서는 '괴물' 김민재가 떠올랐다. 김민재는 지난여름 페네르바체(터키)를 떠나 나폴리(이탈리아)로 팀을 옮겼다. 이적 직후 김민재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민재는 9월 세리에A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면서 '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아 무대를 평정했다.
손흥민과 김민재가 유럽 축구에서 새 시즌을 맞이해 달리는 동안 K리그는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치열한 '집안싸움'이 펼쳐진 결과 K리그1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가 22승 10무 6패(승점 76)로 전북 현대(승점 73)를 단 3점 차로 제치고 구단 통산 세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리그 정상에 오른 울산은 그동안 준우승만 10회를 기록하며 '준산'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씻어낸 데 이어 홍명보 감독과 주장 이청용이 각각 시즌 최우수 감독, 최우수선수(MVP)로 꼽히는 기쁨까지 누렸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각종 기록이 쏟아진 2022년 한국축구의 방점은 월드컵이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벤투호는 '중꺾마'의 자세를 그대로 보여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득점 없이 0-0으로 비긴 데 이어 가나전에서 2-3으로 분패하면서 토너먼트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최종전을 앞두고 1무 1패(승점 1)인 상황에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9%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한국은 선제골을 내주고도 동점을 만들었고,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결승골로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 오른 한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과 만나 1-4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까지 달린 선수들의 모습에 팬들은 질타가 아닌 박수를 보냈다.
특히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안와골절 부상으로 보호 마스크를 쓰고 풀타임 활약하며 결승골을 도운 손흥민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과 희박한 확률을 뚫고 12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을 거둔 선수들이 경기 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적힌 태극기를 흔들면서 이 문구는 단순히 축구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전국민에게 큰 울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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