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 꿀벅지’ 함부로 못쓴다…정부가 명문화한 이 조항 뭐길래?

법무부, 퍼블리시티권 신설
누구나 유명인되는 시대
얼굴·음성 재산으로 보호

배우 수지(왼쪽)와 배우 유이. [사진제공=tvN, 쿠팡플레이]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일반인도 자신의 이름, 얼굴 사진, 목소리 등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법으로 보장될 전망이다. 이 권리는 이름과 얼굴 생김새, 목소리 같은 인물 고유의 특징인 ‘인격표지’를 재산권으로 인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간 이 권리를 별도로 인정하는 법 조항이 없었고 판결도 엇갈려 권리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존에 보호되던 초상권보다 개인을 나타내는 인격표지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어서 침해될 경우 손해배상액도 커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최근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인격표지영리권’은 사람이 초상·성명·음성 등 자신을 특정 짓는 요소(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로, 흔히 ‘퍼블리시티권’이라 불린다. 창작물이 아니라, 사람의 인격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과 다르다.

법무부는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다”며 “유명해진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타인이라도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인격표지를 허락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 생중계 때 일반 관중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거나 언론 취재 과정에서 시민 인터뷰가 방송되는 등 정당한 활동 과정에서 인격표지가 불가피하게 활용되는 것은 허용한다.

퍼블리시티권은 법에 명문화돼 있지 않은 탓에 연예인들도 이를 인정받기 쉽지 않았다. 배우 민효린(36·정은란)은 ‘민효린의 인형 같은 코는 타고나야만 하는 걸까요. 연예인 부럽지 않은 명품 코를 만들어 드립니다’라며 사진과 이름을 무단으로 광고에 활용한 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2014년 5월 2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의 의미, 범위, 한계가 아직 명확히 정해졌다고 볼 수 없고, 연예인 사진과 이름으로 사람을 유인했다는 사정만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가수 겸 배우 유이(34·김유진)도 한 한의원이 부분 비만치료 프로그램을 홍보하면서 사진·이름을 이용, ‘멋진 유이의 꿀벅지로 거듭나세요’라고 홍보하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5년 3월 2심에서 패소했다.

배우 수지(본명 배수지)도 한 인터넷 쇼핑몰이 ‘수지 모자’라는 이름으로 상품 광고를 하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2015년 당시 “이름과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성명권과 초상권에 포함된다. 별도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산상 손해도 없다며 손해배상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격표지가 명문화된 만큼 향후 이 같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향방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일반인 낚시 유튜버의 콘텐트를 본 낚시용품점 주인이 해당 유튜버의 이름이나 얼굴, 유행어 등을 상품 마케팅에 이용한 경우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인격표지영리권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권리가 소멸하지 않고 다른 재산권처럼 상속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상속 후 존속 기간은 30년으로 설정됐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 등 개정 절차를 진행해 2023년 초 이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