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韓경제 어디로①]3高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역대급 위기 도사린다
기사내용 요약
지속되는 복합위기 속 세계경제도 암울…북한 도발도 악재
역대급 경제위기에 내년 1%대 저성장 예상…경기 둔화 본격화
장기침체냐 재도약이냐 기로…규제 완화·민간 활력·구조 개혁
추경호 "정부 허리띠 졸라매고 위기 극복 솔선수범 앞장설 것"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하루 앞으로 다가온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한국 경제가 토끼처럼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안팎에 놓인 상황은 가시밭길이다.
올해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가 싶더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짓눌렀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마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겨우 되살아난 소비도 꺾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 국면이고,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고조시키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중되고 있다. 경기후행지표인 고용도 다시금 빙하기를 맞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지속되는 복합위기 속 세계경제도 암울…위기감 고조
펜데믹 기간 시장에 풀린 유동성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9.1%나 상승하며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소비자물가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6.3%까지 상승했다.
성난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적으로 끌어 올렸다. 한국도 연거푸 빅스텝을 밟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달러화가 요동쳤다. 지난 9월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큰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했다. 10월부터는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마저 맥을 못 추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무역수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것도 모자라 그 규모가 역대 최대인 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종전 최대치인 1996년 206억2400만 달러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대내외적인 위기는 2023년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여전히 5%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고 2021년 12월 물가가 이미 3% 중후반을 넘어섰던 것을 감안하면 수치 이상의 물가 부담이 작용한다.
현재 진행형인 금리 인상은 민생경제에 가장 큰 악재다. 코로나19 이후 2년 가까이 유지하던 제로금리가 막을 내리자마자 시작된 이자 부담은 서민·취약계층을 궁지로 몰고 있다. 주머니를 닫으면서 민간 소비도 급격하게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 상승세가 누그러지긴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환율과 관련해 "대외 부문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내년에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면서도 "시장 흐름에 따라서 결정되고 불확실성이 많아 (환율 수준 등을) 전망하는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 러-우크라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위기와 공급망 교란이 에너지와 원자재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장기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역대급 경제위기에 내년 1%대 저성장 전망…경기 둔화 본격화
이는 앞서 한국은행(1.7%), 한국개발연구원(KDI·1.8%)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IMF(2.0%) 등 대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낮은 수치다.
정부가 그 만큼 새해 경제 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수출·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고금리 영향 등이 소비 회복세를 제약 할 것이란 분석에 기반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개발 계획에 따라 고도성장을 거듭한 이래 2%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 사례는 손에 꼽는다.
오일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한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19 펜데믹이 있었던 2020년(-0.7%) 뿐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1%대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지는 않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는 원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낙관적으로 한다. 비관적으로 하면 국민이 불안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렇게 발표한 것은 그 정도로 경제가 심각해서다. 경기 침체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여건이 개선되면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LG경영연구원이 내놓은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새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보다 더 낮은 1.4% 수준이다.
올해 4% 수준에 머물렀던 수출 증가율은 새해에는 0%에 그치고, 소비 증가율도 4.4%에서 반토막(2%) 날 것으로 봤다. 더욱이 정부 기대인 '상저하고'와 달리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더 낮은 '상고하저' 흐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3.5%로 올해 예상치인 5.1%보다는 낮겠지만 상반기까지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마저도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확대되고, 원자재 가격 변동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해 안심할 수 없는 수치다.
장기침체냐 재도약이냐 기로…규제 완화·민간 활력·구조 개혁
정부는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대내외 리스크 관리와 경기 등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조합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경기흐름을 감안해 전체 예산 중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인 65%를 조기 재정 집행한다. 주요 사업은 회계연도 개시 전 예산을 배정하고, 코로나19 계약특례와 건보급여 조기지급 조치를 연장한다.
유동성 공급 확대와 중소기업 수출지원 등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495조원에서 540조원으로 45조원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수출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무역 금융 규모를 역대 최고 수준인 360조원으로 확대해 환변동, 고금리, 지정학 불안 등 3대 리스크에 대비한다.
중견·중소기업 전용 수출 다변화 특별 우대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금리나 보증료 등에서 우대한다. 내년도 해외 건설 수주 목표를 500억 달러로 설정해 세계 4대 건설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재도약을 위한 날갯짓도 시작한다. 초일류국가 달성과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신성장 4.0 전략'을 마련, 미래산업 중심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성장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집중한다. 이 가운데 연금 개혁은 내년 3월 국민연금 기획안과 연기금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8대 공적연금 사회보험 통합재정 추계를 실시한다. 아울러 금융·서비스·공공 등 3대 혁신도 동시에 추진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내년은 해외발 복합 위기가 경제 전반에 걸쳐 본격화하며 상당 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복합위기 상황 극복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어 정부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위기 극복에 솔선수범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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