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돋보기](25) 강릉엔 정동진·인천엔 정서진…해넘이 명소
[※편집자 주 =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유산만 보더라도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는 이처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린 박물관·전시관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30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강원도 강릉에 해돋이 명소 '정동진'이 있다면 인천에는 해넘이 명소 '정서진'이 있다.
정서진은 연말이면 지는 해와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국내 대표 해넘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정서진 옆 경인아라뱃길 아라타워 전망대에서는 일대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광화문 서쪽 정서진…랜드마크 '노을종'
정서진은 '광화문에서 말을 타고 서쪽으로 달리면 다다르는 육지 끝 나루'라는 의미다.
인천시 서구는 현 정서진 위치인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일대(서구 오류동 1539의 6)가 정확히 광화문 서쪽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2011년 이곳을 정서진으로 지정했다.
정서진은 실제 위치정보시스템(GPS) 측정에서도 광화문의 정서 방향 34.526㎞ 지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광화문과 정서진의 위도는 37도 34분 08초로 동일하다.
매년 12월 31일 이곳에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방문객들이 수만명에 이른다.
정서진의 랜드마크로는 2012년 설치된 가로 21.2m, 높이 12m 조형물 '노을종'이 꼽힌다.
서해안 조약돌 모양을 형상화한 이 시설 중간에는 종 모양이 표현됐다.
해가 질 때 노을종 중앙에 해가 걸리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정서진은 해넘이 명소로 이름을 높였다.
시와 함께하는 노을…해넘이 낭만
정서진을 대표하는 노을종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바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다.
이 전 장관은 '모순과 대립을 감싸고 아우른다'는 뜻으로 이같이 작명했으며 '정서진의 노을 종소리'라는 시도 썼다.
'저녁노을이 종소리로 울릴 때/ 나는 비로소 땀이 노동이 되고/ 눈물이 사랑이 되는 비밀을 알았습니다.// 지금 내 피가 생명의 노을이 되어 땅 끝에 번지면/ 낯선 사람이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되고 가족이 됩니다/ 빛과 어둠이 어울려 반음계 높아진 노을종이 울립니다.'
정호승 시인이 쓴 '정서진' 시비도 이곳에 설치돼 있다. 그는 이 시에서 '해는 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찬란하다. 해는 지기 때문에 영원하다'고 했다.
정서진을 배경으로 고려시대 때 로맨틱한 사랑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고려 때 정서진 인근 서구 시천동은 '장모루'라는 지명으로 불렸고 이곳에 여러 개 여관이 있었다.
당시 개경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대갓집 젊은 선비는 이곳에 머물다가 여관 주인의 딸과 사랑에 빠졌고, 신분 차이 등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실을 보았다고 한다.
이런 배경 덕분인지 연말이면 사랑을 약속하려는 많은 연인도 정서진을 찾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 종주 자전거길 시작점인 정서진은 자전거 여행의 설렘을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서덕현 인천서구문화원 사무국장은 "정서진에서 매년 12월 31일이면 개최하던 해넘이 행사를 코로나19로 2년간 중단했으나 올해는 '위로와 희망'이라는 테마로 다시 열 계획"이라며 "정서진 방문객들이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넓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서진 옆 아라타워…홍보관·전망대 갖춘 명소
정서진 인근에는 경인아라뱃길 홍보관과 전망대 등을 갖춘 아라타워도 자리 잡고 있다.
홍보관 '아라리움'에 가면 고려시대 때부터 추진된 운하 건설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직접 선박을 몰아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 배경을 선택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갑문 체험 시설 등도 갖춰져 있다.
타워 23층(지상 76m)에 있는 전망대는 정서진을 포함한 경인아라뱃길 일대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시설이다.
영종대교·서해갯벌·풍력발전기 등이 조화를 이룬 풍경은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조한정 경인아라뱃길 홍보위원은 "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최초 뱃길로 우리 민족의 멋과 얼, 정서와 문화가 흐르고 있다"며 "카약 체험 등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고 크루즈 여행도 할 수 있는 명소"라고 설명했다.
아라타워 홍보관은 매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 30분, 전망대는 오전 9시30분∼오후 9시에 운영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1월 1일과 설·추석 당일에만 휴관한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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