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와인] ‘달지 않은 샴페인의 시작’ 佛 뽀므리의 ‘브뤼 로얄’

배동주 기자 2022. 12.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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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샹파뉴의 스파클링 와인인 샴페인은 ‘시작의 술’로 통한다. 파티의 시작에서 터트려지는가 하면, 무엇보다 식전 ‘아페리티프’(식전주)의 대명사로 올라섰다. 상큼한 맛과 과일향, 여기에 따스한 황금빛으로 유리잔에서 끊임없이 피는 버블(거품)이 식욕을 돋아주는 덕이다.

샴페인의 시초는 흔히 17세기 프랑스 상파뉴의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에 있던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에 딴 포도로 만든 와인이 겨울 지나 재발효되는 봄, 당분을 더해(2차 발효) 탄산을 꽉 채우고 단단하게 병을 막은 게 샴페인이 됐다.

이후 샴페인은 독특한 규정을 갖는다. 프랑스의 상파뉴 지역에서 난 포도만을 사용해, 상파뉴에서 생산한 와인에만 샴페인이라 이름 붙일 수 있으며, 2차 발효, 도사주 등 전통 제조법을 따라야 한다. 제조법은 따르지만, 샹파뉴에서 만들지 않은 와인은 ‘크레망’이 된다.

그래픽=손민균

하지만 샴페인이 시작의 술이 된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인 19세기에 들어서다. 프랑스 상파뉴의 랭스 지역에 자리한 샴페인 하우스 뽀므리가 단맛이 덜한 브뤼(Brut·단맛이 없다는 뜻) 샴페인을 내면서다. 뽀므리 이전까지 샴페인은 단맛으로 식전보단 식후 디저트 와인으로 올랐다.

뽀므리는 샴페인의 단맛을 과감히 빼버렸다. 지금이야 샴페인 하면 단맛이 적은 브뤼가 일반적인 맛이 되었지만, 당시는 더없이 단맛이었다. 전통에 따라 2차 발효 후 병에 남은 찌꺼기를 제하고 다시 당을 채우는 ‘도사주’를 진행했는데, ℓ당 잔당 함량이 300g을 넘기도 했다.

뽀므리의 대표 와인인 ‘브뤼 로얄’의 경우 ℓ당 잔당 함량이 6~9g 정도로 낮다. 덕분에 전에 없던 산뜻함이 샴페인에 부여됐고, 단맛에 가려지지 않은 풍미와 버블로 샴페인은 재평가 됐다. 고급스러운 맛으로 샴페인은 시장의 술인 동시에 ‘와인의 왕’이라는 수식어도 갖췄다.

19세기 뽀므리의 단맛 제거는 샴페인 하우스들 사이에서 혁명으로 통했다.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샹파뉴 지역 포도가 충분히 익기가 어려워 산미가 많은 탓이다. 도사주를 통해 많은 경우 ℓ당 300g의 잔당을 남겼던 이유도 덜 익은 포도가 주는 산미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뽀므리는 지역 최고의 포도밭들을 매입하며, 당 첨가가 필요 없는 샴페인 생산의 근간을 만들었다. 또한 지하 30m에 18km에 이르는 숙성 셀러를 건설하기도 했다. 현재 뽀므리는 랭스 남부에 19만㎡(약 5만7000평) 규모 포도밭을 직접 소유한 단 하나의 샴페인 하우스다.

뽀므리 지하 와인 숙성고. /뽀므리 홈페이지

뽀므리 브뤼 로얄은 랭스 지역 석회 토양 포도밭에서 자란 피노 누아, 샤르도네, 피노 뫼니에 세 품종으로만 만든다. 피노 누아로 와인의 구조를 잡고, 샤르도네가 가진 신선한 과일 풍미에 피노 뫼니에가 가진 약간 씁쓸한 맛을 더했다. 비율은 각각 45%, 35%, 20% 수준이다.

알코올 도수는 12.5%다. 밝은 금빛에 희미하게 연둣빛을 띠는 뽀므리 브뤼 로얄은 복숭아 향, 시트러스 향이 등이 더해져 있어 식전주로, 혹은 각종 샐러드, 과일과 잘 어울린다. 텁텁하지 않고 깨끗하게 마무리되는 덕에 회나, 도미 스테이크 등 흰살 생선 요리에 더해도 좋다.

뽀므리는 달지 않은 브뤼 샴페인을 처음 시장에 낸 샴페인 하우스로 뵈브 끌리꼬, 모엣 샹동과 함께 세계 3대 샴페인 하우스로 통한다.

전 세계 80개국에서 팔리며 1956년 모나코의 왕비가 된 미국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식에서 축하주로 쓰이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과거 국내 한 제약회사의 와인 수입 계열사가 뽀므리 수입을 멈추면서 국내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뽀므리 브뤼 로얄은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스파클링 와인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 부문에서 대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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