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발 토시가 아니다…세련미 더해 돌아온 ‘라떼는’ 패션
그해의 유행을 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 바로 연말 시상식 무대다. 지난 16일 <2022 KBS 가요 대축제>에서 걸그룹 ITZY의 멤버 유나가 선보인 이효리의 ‘유고걸(U-Go-Girl)’ 커버 무대가 그랬다.
화려한 퍼포먼스만큼이나 주목받은 의상은 ‘크롭트 셔츠’와 ‘로 라이즈 진’이다. ‘배꼽티’와 ‘골반 바지’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이 패션은 패리스 힐튼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당대의 스타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짧은 플리츠 스커트, 벨벳 트레이닝복과 함께 즐겨 입던 ‘Y2K’ 패션의 대표 아이템이다. 온라인 쇼핑몰 에이블리는 “2022년은 사계절 내내 Y2K 열풍이었다”며 “올해 최다 검색어 1위는 ‘크롭트’였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2000년대 초반의 문화와 패션은 거대한 유행으로 번졌다.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와 블루마린은 2022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과감하고 독창적인 디테일을 살린 로 라이즈 진을 선보이며 호평을 끌어냈다. 이어 디올, 돌체앤가바나, 막스마라, 샤넬, 베르사체 등이 로 라이즈 미니스커트를 선보이며 복고 유행을 견인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 붐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30대 직장인 최연화씨는 “복근이 없고 하체가 짧은 사람들은 따라 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바프(보디 프로필 촬영 유행’에 이은 또 다른 시련”이라고 말했다.
크롭트 셔츠와 로 라이즈 진이 상반기 패션을 주도했다면 쌀쌀한 날씨와 함께 찾아온 겨울의 ‘추억템’은 어그 부츠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어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4% 증가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아바타용 어그 아이템이 하루 평균 6000개씩 판매됐다. 어그의 매력은 ‘꾸안꾸’(꾸미지 않은 듯 꾸민) 패션에 제격이라는 점에 있다. 세계적인 패션모델 벨라 하디드가 어그 부츠와 흰색 레그워머로 이를 증명했다. 넉넉한 티셔츠에 레깅스, 목이 긴 양말과 매칭한 어그 부츠는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나설 때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발목을 덮는 롱부츠보다는 목이 짧은 울트라 미니, 슬리퍼 같은 뮬 스타일이 대세다. 스타일리스트 출신 한 유튜버는 “어그의 인기는 짧아도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지금 사도 늦지 않는 템”이라고 추천했다.
핑클의 인기와 함께 1990년대 소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던 ‘발 토시’ 역시 레그워머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아이브 장원영, 블랙핑크 제니, 뉴진스 다니엘 등이 이 유행에 힘을 싣는 중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소재와 길이가 다채로워졌다는 점이다. 신발을 덮는 고전적인 니트 스타일부터 패딩 부츠 형태까지 레그워머는 진화 중이다. 소셜미디어에도 ‘레그워머 활용법’ 등의 해시태그가 꾸준히 등장한다.
튀지 않는 스타일링을 원한다면 발레리나 스타일의 레그워머가 무난하다. 다리가 굵어 보일까 염려된다면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 레그워머를 더하거나 신발과 비슷한 색의 레그워머를 착용한다. 이 스타일링은 다리가 길어 보이는 ‘키높이 효과’를 준다. 이때 의상과 조화를 이루는 색상의 레그워머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년에겐 아련한 추억의 아이템이지만 Z세대는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의상학과 재학생 박서윤씨는 “뉴진스처럼 인기 아이돌의 영향으로 큰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평소 콤플렉스였던 종아리를 감출 수 있으며 퍼 소재의 레그워머는 보온성이 뛰어나 겨울철 치마를 입을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소리 없이 사라졌던 추억의 브랜드들도 다시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톱스타의 등용문으로 통하던 ‘스톰’, 넉넉한 주머니의 워크 팬츠로 유명했던 ‘디키즈’, 말발굽 모양의 로고가 인상적인 ‘트루릴리전’ 등이 대표적이다. 유행은 홀연히 사라졌다가도 불사신처럼 등장한다. 옷장 속 엄마의 ‘라떼는’ 아이템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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