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역사의 잔인한 역설…'유대인, 발명된 신화' [신간]

유대인, 발명된 신화.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인종주의 광기 때문에 집단수용소에서 죽어간 이들의 피와 뼈로 세운 이스라엘은 인종주의 범죄 경력이 있는 인물이 치안장관이 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둘러싼 역사는 잔인한 역설이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증오'인 유대인 문제를 통해 차별과 혐오, 타자화의 논리와 문제점을 고발하는 책 '유대인, 발명된 신화'가 출간됐다.

'한겨레' 국제부 선임기자로 오랫동안 국제 분야를 취재한 정의길 작가는 시간상으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공간적으로는 유럽과 미국, 러시아, 팔레스타인을 넘나들며 유대인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했다.

저자는 유대인에게는 고대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통일왕국을 세워 영광을 누렸지만 로마에 의해 추방된 뒤 낯선 땅에 흩어져 살면서 많은 차별과 박해를 당하고 2000년 만에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와 '유대 국가'를 건설한 민족이라는 하나의 '신화'가 따라다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유대인에 대한 신화들을 해체한다. 성서에 기록된 다윗과 솔로몬의 이스라엘 통일왕국은 궁벽한 산악 부족 국가에 불과했고, 로마가 생산자이자 납세자인 유대인들을 대거 추방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없으며, 유대인들이 흩어져 사는 것은 애초에 다양한 지역에 살던 토착 주민들이 유대교로 개종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책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이런 신화는 기독교 문명 세계가 유대인을 박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만약 유대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반유대주의자가 유대인을 고안해낼 것이다. 유대인은 반유대주의가 만든다"는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기독교 문명 세계는 기독교도를 더욱 단단히 결속할 목적으로 유대인이라는 타자를 발명했다는 것이다.

◇ 유대인, 발명된 신화 / 정의길 / 한겨레출판 / 2만4000원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