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시계 12시 넘었다”···“12월 고용보고서 연초 좌우”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022년 마지막 거래일인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하락 마감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90%를 넘어서면서 나스닥이 0.11%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25%, 0.22% 떨어졌는데요. S&P500은 올해 19% 넘게 하락해 2008년 이후 최악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10년 물 미 국채는 이날 3.826%로 마감했지만 유럽 국채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가 2.55% 가까이 갔습니다. 시카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수축을 뜻하는 50 아래인 44.9임에도 예상치(40.5)를 웃돈 게 증시 하락 요인(긴축지속)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시장이 불안했습니다.
종목별로는 테슬라가 1.12% 올랐고 애플도 0.25% 상승했는데요. 오늘은 경기침체에 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고 내년 미 경제와 증시 전망을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침체 관련 보고서부터 하나씩 살펴보죠. 지난 28일 세인트루이스 연은이 내놓은 ‘주(state)의 경제상황이 국가적 경기침체의 전조인가?’라는 이름의 글은 미국 각 주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연은의 ‘주 코인시던트 인덱스(State Coincident Indexes·SCIs)’를 분석했는데요.
SCIs는 필라델피아 연은이 매달 50개 주의 비농업 일자리와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임금 등을 추적한 지수입니다. 경기침체 시기에는 SCIs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주들이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세인트루이스 연은이 1980년 이후의 주요 경기침체를 SCIs 수치로 분석해봤더니 침체가 시작될 때 SCIs가 마이너스인 주의 수가 △1980년 2월 30개 △1981년 8월 30개 △1990년 8월 26개 △2001년 4월 24개 △2008년 1월 9개 △2020년 3월 35개 등이라고 합니다.
해당월은 경제활동이 피크(정점)을 찍은 바로 다음 달이 기준인데요. 예를 들어 2007~2009년 금융위기 기간 때의 피크가 2007년 12월이었기 때문에 바로 그 다음 달인 2008년 1월을 조사한 겁니다. 평균이 26개라는 거죠. 2008년은 시작이 조금 특이한데 어쨌든 2008년 10월에는 47개 주가 마이너스, 나중에는 50개 전체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경기침체도 모든 주가 마이너스를 보였는데요.
중요한 것은 그래서 지금은 얼마냐겠죠. 세인트루이스 연은은 올 10월 기준으로 27개 주의 SCI가 마이너스라고 합니다. 평균 26개를 넘는데, 2008년 사례를 빼면 평균 29개여서 이보다는 낮다고 하는데요. 29개가 넘으면 침체 확률이 확실히 커지겠죠.
이보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실업률을 고리로 침체 가능성을 짚어봤습니다. 글을 쓴 샌프란시스코 연은 경제연구부의 토마스 메르텐스는 “연준은 12월 경제전망에서 내년에 실업률이 (4.6%까지) 오를 것 같다고 했는데 이는 실업률을 근거로 한 침체 예측에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며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것이 오른다고 예상될 때 침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연준의 12월 경제전망을 보면 현재 3.7%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 미국의 실업률이 내년 4.6%까지 급격하게 오르는 것으로 나오죠.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삼은 최근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동안 실업률이 가장 낮았던 때보다 0.5%포인트(p) 높으면 경기침체라는 ‘삼의 법칙(Sahm’s rule)'을 만들었는데 그것과 비슷한데요.
메르텐스는 실업률 변동을 이용한 침체 시계 개념을 도입, 2007년 6월에 실시간 침체시계가 8시3분에서 12시19분으로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침체 시계가 12시를 넘어가면 몇 달 뒤 침체로 간다는 건데요. 2007년의 경우 6개월 뒤에 침체가 시작됐다는 말입니다. 그래프의 2분면에서 1분면으로 넘어가면 나오는 일인데요.
그는 정확한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가장 최근 숫자가 12시를 넘었는데 3개월 이동 평균은 아직 아니”라면서도 “앞으로 몇 달 안에 실업률이 급격하게 오르면 이 평가는 바뀔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아직은 징조 수준이며 추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침체 시계가 빨간불을 가르킬 수 있다는 뜻인데요.
두 가지 보고서는 연준 내 실무진들이 경기침체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위원들끼리는 침체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지역 연은, 그리고 아래선에서는 논의가 활발한 것이죠. 팀 듀이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원하는 대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략 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야 한다”며 “1991년과 2001년과 비슷한 침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모두가 침체를 보는 건 아닙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많은 이들이 침체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내년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9%가 될 것으로 점치지만 이 기관도 인플레이션에 따라서는 작지만 연착륙의 길이 열려 있다고 했었죠.
그래서 각각의 실제 확률은 다르겠지만 내년 미국 경제를 볼 때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연착륙) △생각보다 심한 침체 △특정분야만 침체 등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는 게 CNBC의 분석인데요. 이중 연착륙은 상대적으로 강한 고용에 소비가 버티는 와중에 인플레이션은 하락하는 모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계속 연착륙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죠.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견고한 노동시장과 구매력을 유지한 소비자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빠져 나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최근에는 실제로 이것에 더 낙관적”이라고 했는데요.
두 번째는 연준이 더 강한 긴축을 해야 하는 경우고, 세 번째는 자동차와 가전 같은 내구재 산업은 수요가 급감하고 부동산은 침체에 빠지는 반면 일부 서비스업은 침체는 아닌 불균등한 침체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겁니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셉 부르셀라스는 “경제의 일부분은 침체인 반면 다른 곳은 아닐 수 있다”고 했죠. 업종과 기업, 산업별로 온도차가 클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이렇게 되면 올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도 경기침체가 아니었듯 내년에도 상황이 애매해질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가,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실제로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 연준이 얼마나 매파적 성향을 유지할지, 인플레이션과 노동이 얼마나 둔화할지가 2023년 리스크인데요. 코로나19의 경우 미국은 국제선 항공기의 하수를 검사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중국이 변이 식별을 위해 필요한 유전자 서열을 거의 공유하지 않아 방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반면 크리스 머레이 워싱턴대 보건리서치 센터 디렉터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수십 억 건의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있었을 것 같지만 새로운 변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직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만 발생했다. 그게 내가 중국에서 새 변이가 나타날 위험을 낮게 보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지켜봐야죠. 추가 감염확산도 보통 일은 아니니까요.
또다른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인 노동은 명확히 둔화는 하지만 충분하지 않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소기업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650명 중 25%가 올 초보다 직원을 구하는 것이 쉽다고 밝혀, 어렵다(20%)는 답보다 많았습니다. 쉽다는 게 어렵다보다 많은 건 7월 이후 처음이라는데요. 그럼에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비농업 일자리, 구인건수 등을 보면 갈 길이 멉니다.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CNBC가 월가에서 활동하는 약 400명의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주식전략가,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에게 5개 기술주에서 주식을 산다면 어떤 종목을 사겠느냐는 질문에 아마존과 알파벳이 37%로 첫 손에 꼽혔는데요.
설문 대상은 아마존과 알파벳, 테슬라, 넷플릭스, 메타였습니다. 공동 1위인 두 종목을 빼면 테슬라가 17%로 3위, 넷플릭스와 메타가 각각 6%와 3%로 뒤를 이었는데요. 테슬라에 대해서는 61%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장의 불신이 꽤 심각하다는 얘기인데요.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CIO는 “아마존 같은 일부 기술주는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겠지만 나머지는 절대로 직전의 정점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 응답자의 72%는 새해에 성장보다는 가치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는데요. 에너지주를 선호한다는 말도 많았습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4명은 내년에 S&P500이 6~10%, 10명 중의 2명가량은 11~19% 뛸 수 있다고 답했다는데요. 시장의 가장 큰 우려로는 73%가 연준의 정책을 꼽았다고 합니다. 과잉긴축에 따른 침체를 우려하는 건데요.
어제죠. 목요일 옵션 거래에서 테슬라 비중이 11%로 평소 수치(8%)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투자자들은 올해 테슬라 옵션 구매(프리미엄)에 5500억 달러 이상을 썼다고 하는데요. 올해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풋옵션(put option·매도 권리) 프리미엄이 콜옵션(매입 권리)을 살짝 앞질렀다고 합니다. 옵션 거래는 변동성이 더 커지는 이유 중 하나겠죠.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 주식의 평균 매입단가가 225.85달러로 이날 기준 -45.4%의 수익률입니다. 애플의 평균매입 단가는 151.27달러라고 하는데요. 이날 기준으로 -14.1%죠.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시장은 올해 중국에서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심각한 일들을 겪었다”며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이 하는 일이 가장 심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원한 낙관론자인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내년에 어닝이 감소한 뒤 2024년에 반등한다는 전제 아래 “평균적으로 주식시장은 어닝이 바닥을 쳤다고 보이기 전에 바닥을 친다”며 “투자자들이 내년에 주식이 상승할 이유를 너무 간과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펀드스트랫은 내년 말 S&P 전망치를 4750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내년 S&P가 4400까지 간다고 보는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푸스 전략가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멈출 수 있음을 증명한다면 증시는 여기에서 10~12% 더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의 말은 반대로 거시경제 리스크가 많다는 뜻도 됩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BOJ)이 물가 상승을 반영해 1월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는데요. 인플레 예상치가 오르면 장단기 금리를 따라 인상할 수 있고 글로벌 채권과 주식시장에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년 분위기는 6일에 나올 12월 고용보고서가 결정할텐데요. 30일 블룸버그통신 집계치가 20만 개 증가, 실업률 3.7%, 시간당 평균 임금 전월 대비 0.4% 증가입니다. 다우존스는 21만7500개 증가에 실업률 3.7%, 평균임금 0.4% 상승인데요. 일자리 증가치가 다우존스가 좀 더 높습니다. 11월 고용은 26만3000개 증가였죠.
1월4일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 5일의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와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민간고용 자료도 고용보고서의 전초전인데요. 에버코어 ISI의 줄리안 이매뉴얼은 “연준이 노동시장 둔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좋은 소식(일자리 강세)은 주식 시장에 계속 나쁜 소식(증시하락)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2022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시장 환경이 크게 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공급망 이슈도 불거졌구요. 크고 작은 일이 정말 많았던 해 같습니다. 독자 여러 분들의 격려와 성원으로 ‘3분 월스트리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봅니다. 올해 마지막 ‘3분 월스트리트’ 방송은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한국시간 토요일 오전7시55분에 방송됩니다. 새해 첫 3분 월스트리트 기사와 방송은 미국시간 1월2일(한국시간 3일)이 휴장인 만큼 한국시간 4일 수요일 오전에 찾아 뵙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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