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폭스바겐·아우디… 차 받았는데 바로 할인

박찬규 기자 2022. 12. 3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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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독일차의 고민③] 뒤통수 맞은 소비자들, 집단 소송 움직임

[편집자주]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 브랜드 판매량을 압도하며 국내 수입차시장을 휘어잡았지만 각종 할인에 자체 금융사 프로모션도 강화해 배경이 주목된다. 소비자들에 혜택을 제공하는 줄로 알지만 실상은 재고 소진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다. 엄청난 판매량 속에 숨은 독일차 각 브랜드의 이면을 살펴봤다.

6만대 판매를 넘어선 폭스바겐 티구안 /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기사 게재 순서
①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근심 가득
②벤츠·BMW, 치열한 선두 경쟁의 이면
③못 믿을 폭스바겐·아우디… 차 받았는데 바로 할인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이른바 '디젤게이트' 이전만 해도 '독일 빅4'로 불리며 판매의 큰 축을 형성했지만 현재는 판매량이 크게 떨어지며 독일차 브랜드로만 인식된다.

판매가 주춤한 배경은 먼저 디젤게이트 여파가 컸다.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는 서비스쿠폰 등을 제시하며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 나섰다. 게다가 회사는 신차 판매가 중단됐고, 당시 마지막 재고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판매도 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판매를 다시 시작한 이후에도 싸게 파니까 당연히 소비자가 지갑을 열었지만 브랜드 충성도도 역시 신차 할인율만큼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정상적인 가격에 차를 사면 안 되는 브랜드로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줄어든 판매량 어쩌나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22년 1~11월 1만3113대가 팔리며 2021년 같은 기간 1만3444대와 비교해 2.5% 판매량이 줄었다. 신차 점유율도 함께 낮아졌는데 2021년 5.33%에서 2022년 들어 5.17%로 하락했다. 아우디 판매도 신통치 않다. 2022년 1~11월 1만8761대로 2021년 2만1242대보다 11.7% 감소했다. 점유율도 8.42%에서 7.39%로 낮아졌다.

제품별 판매대수를 살펴봐도 브랜드의 고민이 드러난다. 폭스바겐은 2022년 11월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트림별 톱10'에 티구안 올스페이스가 574대로 이름을 올렸는데 연간 판매량은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다만 모델별 기준으로는 티구안이 올해 총 4594대가 팔려 판매량 10위에 턱걸이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ID.4 등을 내놓으며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디젤 라인업을 주력으로 앞세우고 있다. 특히 2022년 11월 수입차 연료별 베스트셀링카 통계를 보면 '2.0ℓ TDI' 엔진을 탑재한 차종이 디젤 판매 베스트 10 중 절반이나 이름을 올린 반면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부문에서는 전무하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선두 경쟁을 벌이면서도 전기와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린 것과 대조된다.

소비자들의 디젤차 선호도가 떨어진 데다 고금리 환경이 겹치자 폭스바겐은 디젤차 재고정리를 위해 '할인' 카드를 꺼냈다. 2022년 12월 구매자를 대상으로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과 신형 제타 1.5 TSI 프리미엄에 대해 '잔가보장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선수금 30%로 36개월 잔가보장 할부 조건이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 모델에 대해선 36개월 무이자 할부금융 프로그램도 내놨다.

2022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고성능·친환경모델 내놓은 아우디 /사진=뉴스1
아우디는 가솔린과 전기 등 다양한 라인업을 판매하지만 간판 모델인 세단 'A6'를 제외하면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린 차가 없다. A6는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트림별 2022년 누적 판매에 A6 45 TFSI 콰트로가 2776대로 베스트셀링 10위에 올랐고 모델별로는 6519대로 메르세데스-벤츠 GLE에 이어 6위다. 전기SUV Q4 e-tron 40은 95대가 팔려 2022년 11월 전기차 판매 10위에 올랐다.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아우디도 A4·A5·A6·Q3 등 주요 모델을 대상으로 할부·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A4·A5·A6·Q3 모델은 12%~18.5%를 할인해주며 대표 세단 A6는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내걸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2022년 폭스바겐은 대중차 브랜드임에도 디젤차 할인판매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며 "아우디는 그나마 전기차 라인업이 다양해졌지만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너무 떨어져서 존재감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차 받고 나니 할인판매… "속았다"


두 브랜드에 대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202년 11월에 차를 인도받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1월 중순 2023년형 폭스바겐 차를 인수한 A씨는 "금리가 높은 시점에 할부가 부담돼 할인도 없이 현금 일시납으로 차를 샀다"며 "구매한지 1~2주 만에 폭탄할인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피해자들 중엔 할인 하루 이틀 전에 차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대적인 할인판매 이전에 폭스바겐-아우디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신차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할인이 없다" "지금 차 받지 않으면 오히려 내년엔 가격이 오른다" 등의 말을 믿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할인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 변호사는 "출시하자마자 할인판매 한 게 아니어서 법적으로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금액이 크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는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두 브랜드는 국내 소비자 배려 없이 재고떨이에만 급급한 전략을 펴왔다"며 "앞으로 디젤이 아니어도 가솔린이든 전기든 뒤늦게 할인 가능성이 있는 만큼 판매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시 때와 달리 여러 상황이 변해 할인 등 프로모션을 할 수 있다"며 "소비자 스스로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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