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빈곤·차별' 코로나로 드러난 홈리스의 현실…"남의 일 아냐"
"한국 사회 시스템은 주거 중심…실패한 사람으로 봐선 안돼"
[편집자주] 거리는 흐름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엔 언제나 ‘정체’된 사람들이 있다. 경찰과 검찰, 지방자치단체 등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절망감을 안고 돌아섰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절박함은 30도 폭염에도, 영하 10도 한파에도 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만든다. 이들에게 거리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마지막 절규 같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한국 사회 모든 시스템은 주거 중심이에요."
6개월차 초보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홍수경씨(25)의 첫 마디다. 일자리에서부터 무료급식까지 모든 복지와 생활이 주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 사회에서 홈리스가 차별과 빈곤의 극한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홈리스행동이 2001년부터 주최해온 '홈리스 추모제'를 끝내고 23일 뉴스1과 만난 홍씨는 사람들이 홈리스를 타자화하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거듭 언급했다.
홍씨는 "홈리스를 실패한 사람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며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고 그때 직면할 빈곤에서 기댈 곳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사회는 주거 중심"…코로나 시대 홈리스의 현실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주거가 없는 사람들의 문제가 수영장 물이 빠지듯 드러났습니다."
팬데믹 기간 사람이 모이는 공간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내야했기 때문에 홈리스들은 기본적인 식사·의료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이 기간 서울시는 지원기관을 이용하고자 하는 홈리스에게 주 1회 이상 PCR 검사 음성 결과 제출을 요구했다.
홍씨는 "홈리스가 PCR 검사를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매주 검사 결과를 제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상당수 홈리스는 밥을 굶었다. 그렇게 매주 '코를 찌르지' 않으면 밥을 못먹는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졌다.
이들이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도 팬데믹 시기 드러난 현실이다.
2011년 제정된 노숙인복지법에 따르면 홈리스도 의료급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만 이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급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으로 제한돼 있다.
노숙기간 3개월 이상, 노숙인복지시설(노숙인자활시설·노숙인일시보호시설) 입소 대상자 등 인정의 기준 또한 높다. 주거가 없다는 현실이 홈리스를 의료 사각지대로 내몬 것이다.
홍씨는 "의료급여를 받는 홈리스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홈리스가 줄어드는 게 아닌데도 의료급여 대상이 줄어드는 것은 사각지대가 얼마나 큰지를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쪽방촌 29.3%가 15년이상 거주…"발판 아닌 가난 고착"
홍씨가 활동을 하면서 주목한 공간이 쪽방이다. 주거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열악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임시 거주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씨는 "3~6개월 동안 주거비를 보태주는 임시주거 지원을 받아 쪽방에 거주하는 홈리들이 주거 상향으로 이어져야 선순환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서울시 쪽방촌 거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주민 29.3%가 15년 이상 이곳에 거주한다. 5~15년 거주하는 주민도 39.5%다. 5년 미만은 30.3%에 불과하다.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고 임시주거 지원이 끊기면 다시 거리로 나가기도 한다.
홍씨는 "쪽방이 사람을 흐르게 하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가난을 고착시키는 공간으로 존재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도시연구소·홈리스행동이 홈리 1014명의 실태를 조사해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88.9%가 임시주거지원을 가장 필요한 지원책으로 꼽았다.. 주거지가 있어야 정부의 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씨는 "열악한 노숙인 생활시설이 홈리스 생활을 벗어나는 과정의 유일한 선택지가 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 "청년층 홈리스도 많아…우리의 이야기, 거리에 나선 이유"
대학 시절 인연이 닿은 홈리스행동에서 올해 사회의 첫발을 내디딘 홍씨에게 가장 안타까운 것은 홈리스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다.
홈리스의 삶이 자신들과 다르다고 인식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키우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홈리스의 현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고시원이나 쪽방에 사는 청년층도 결국 홈리스"라고 설명했다.
홍씨는 "홈리스 청년에게 인생의 실패자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홈리스는 삶에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타자화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려준다면 시스템이 바뀌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홍씨는 "홈리스들이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시민사회가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을 뿐"이라고 작은 각오를 드러냈다.
홍씨는 "집이 없어졌을 때 누구라도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생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거리로 나선다"고 말했다.
k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한달 120 줄게, 밥 먹고 즐기자"…편의점 딸뻘 알바생에 조건만남 제안
- 지퍼 열면 쇄골 노출 'For You♡'…"이상한 옷인가?" 특수제작한 이유에 '반전'
- "순하고 착했었는데…" 양광준과 1년 동고동락한 육사 후배 '경악'
- 숙소 문 열었더니 '성큼'…더보이즈 선우, 사생팬에 폭행당했다
- 미사포 쓰고 두 딸과 함께, 명동성당 강단 선 김태희…"항상 행복? 결코"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
- '나솔' 10기 정숙 "가슴 원래 커, 줄여서 이 정도…엄마는 H컵" 폭탄발언
- '55세' 엄정화, 나이 잊은 동안 미모…명품 각선미까지 [N샷]
- "'누나 내년 35세 노산, 난 놀 때'…두 살 연하 예비신랑, 유세 떨어 파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