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간이 부은 유리개구리, 온몸 투명해진다

송복규 기자 2022. 12.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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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개구리(glass frog)가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적혈구를 간에 모아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듀크대의 야오 준지에 교수와 카를로스 타보아다 박사 연구진은 "중남미 코스타리카와 파마나의 열대우림에서 발견되는 유리개구리(학명 Hyalinobatrachium fleischmanni)가 잠을 잘 때 간에 몸속 적혈구의 89%를 흡수해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위장술을 사용한다"고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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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유리개구리, 투명도 34~61% 올라
붉은색 내는 적혈구를 간에 저장
가시광선 통과해 근육·피부 투명
“인간 혈전 치료제 새로운 단서”
잠든 수컷 유리개구리. 근육과 피부가 가시광선의 90%를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몸속 장기와 뼈와 훤히 드러났다./Jesse Delia, 미 듀크대

유리개구리(glass frog)가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적혈구를 간에 모아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유리개구리의 투명 위장술을 잘 분석하면 사람의 혈액 응고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고 혈관 질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미국 듀크대의 야오 준지에 교수와 카를로스 타보아다 박사 연구진은 “중남미 코스타리카와 파마나의 열대우림에서 발견되는 유리개구리(학명 Hyalinobatrachium fleischmanni)가 잠을 잘 때 간에 몸속 적혈구의 89%를 흡수해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위장술을 사용한다”고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밝혔다.

◇잠자는 동안 투명하게 위장

중남미 일대에 주로 사는 북부 유리개구리는 몸이 2~3㎝ 정도에 불과하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잠을 잔다. 북부 유리개구리는 잠을 자는 동안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거미나 뱀과 같은 천적의 눈에 띄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 낮 동안 잎사귀 위에서 수면하는 유리개구리는 투명 위장술 덕분에 이슬방울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리개구리 근육과 피부는 가시광선의 90%를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몸속 장기와 뼈와 훤히 드러났다. 왼쪽은 수컷이고 오른쪽은 암컷이다./Jesse Delia, 미 듀크대

바다 생물 중에 해파리와 장어 유충도 피부가 투명해지거나 색이 변하는 위장술을 쓴다. 하지만 육지에서는 물속보다 공기와 수분에 따라 빛의 굴절이 심하기 때문에 육지 동물들은 몸을 투명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 특히 피부가 불투명하지 않은 이유는 혈액 속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빛을 흡수해 진홍빛을 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유리개구리 수면과 운동, 울음, 마취 상태에서 투명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유리개구리는 활동할 때마다 34~61% 더 투명해졌다고 밝혔다. 정맥에 흐르는 적혈구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유리개구리가 잠잘 때(왼쪽)와 활동 중일 때(오른쪽) 사진 비교. 혈액 흐름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잠잘 때 혈액세포를 간에 저장해 몸이 투명해진다. 덕분에 가장 취약한 시간에 천적의 눈을 피할 수 있다./Jesse Delia, 미 듀크대

연구진은 ‘광음향현미경(PAM)’으로 적혈구가 빛을 흡수할 때 생성하는 초음파를 측정해 적혈구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낮에 자는 유리개구리의 적혈구는 간으로 이동했다. 수면 상태의 유리개구리의 간은 활동할 때보다 40% 정도 부풀어 올랐다. 이때 간으로 들어간 적혈구는 전체의 89% 정도였다. 유리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면 간의 크기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타보아다 박사는 “유리개구리가 잠을 잘 때 거의 혈관에 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깨어났을 때는 다시 혈액순환이 시작돼 투명도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미국 자연사박물관 제시 델리아 연구원은 “유리개구리는 기본적으로 하루 12시간 동안 산소를 거의 운반하지 않는다”며 “이런 극단적인 적응 방법의 원리가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짝짓기를 한 유리개구리 한 쌍이 앞 뒤에서 잠자고 있는 모습./Jesse Delia, 미 듀크대

◇새로운 항응고제 개발에 도움

일반 상식은 적혈구가 세포 조직에 산소를 공급해야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리개구리가 잠을 자는 동안 간에 적혈구를 모아 놓는 현상은 이런 상식에서 벗어난다. 또 간에 모인 혈액이 응고되지 않다가 개구리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 혈관을 통해 몸 전체로 퍼지는 현상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보통 혈구가 서로 부딪히면 응고가 일어나고, 피가 굳은 덩어리인 혈전이 생긴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연구진은 이날 사이언스 논평 논문에서 이번 유리개구리 관찰에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혈액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새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리처드 화이트 수석연구원은 “유리개구리에 대한 관찰은 인간 혈전 치료제에 대한 단서가 된다”면서 “유리개구리의 위장술은 새로운 항응고제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리개구리들이 잎 뒤에 모여 있는 모습. 몸이 투명해 빛이 잎과 개구리를 모두 통과한다./Jesse Delia, 미 듀크대

참고 자료

Science, DOI: 10.1126/science.abl6620

Science, DOI: 10.1126/science.adf7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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