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페이지짜리 美 노조 회계공시 보니… 억대 대표자 연봉부터 리조트 비용까지 나와
금속노조와 유사한 전미자동차노조 회계 연차보고서에
노조 간부들 억대 연봉 공개…골프 비용 등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처럼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지난해 전국 노조 조직 현황을 보고받은 뒤 “노조 부패 방지와 투명성 강화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복리 증진에 필수적”이라면서 내린 지시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단 1원도 회계상 지정된 항목을 벗어나 집행될 수 없다”(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재정 투명성 강화를 넘어, ‘공시’ 제도를 이용해 노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자 한다.
노조 회계 공시는 이미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 항만노조가 마피아와 손잡고 부두 노무자 공급을 독점하고, 트럭운수노조가 마피아와 결탁해 조합 공금을 횡령하는 등 불법·부패 사건이 잇따르자 1959년 ‘랜드럼-그리핀법’(노조운영보고공개법, 공개절차법, Labor-Management Reporting and Disclosure Act)을 제정해 노조의 회계결산 보고와 공개 의무를 규정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노조는 수백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회계 자료를 공개하고 있으며,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美 노조, 1만달러 이상 받은 임원·직원 관련 정보 공시해야
미국 노동부가 운영하는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Labor-Management Reporting and Disclosure Act)에는 미국 기업들이 회계 보고서를 공시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시스템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많은 자료가 올라와 있다. 한국의 금속노조와 유사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2021년도 회계 연차보고서는 592페이지에 달한다.
방대한 공시를 해야 하는 것은 랜드럼-그리핀법에 따라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연차보고서에는 노조의 자산과 부채, 수령금과 그 출처, 총액 1만달러(약 1200만원) 이상을 수령한 노조 임원과 직원에게 지급된 봉급과 기타 지불금, 노조 임원이나 직원 또는 조합원에 대한 250달러 이상의 직·간접적 대출금 등의 정보가 담겨야 한다.
노조는 회계 연차보고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며, 보고서는 누구나 열람하고 사본을 받을 수 있다. 보고서 제출 의무자는 진위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록과 자료를 5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UAW, 뇌물 받아 수감된 전 부회장 두 자녀에게 억대 연봉 지급
회계 자료 분량이 방대한 만큼, 외부에서 노조가 재정을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다. ‘월드소셜리스트웹사이트(WSWS)’는 지난 4월 UAW의 2021년도 회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했다.
WSWS에 따르면 UAW의 지난해 조합원은 37만2254명으로, 전년(39만7073명)보다 6% 줄었다. 2002년까지 UAW 조합원은 70만명이 넘었다. WSWS는 “조합원 수 감소에도 UAW의 금융자산은 수십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노조 관료의 이익과 노동자의 분리를 반영한다”고 했다.
UAW의 파업기금은 지난해 말 8억1500만달러로 전년(7억9000만달러)보다 늘었다. UAW가 조합원이 파업을 벌일 때 기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3347만달러다. WSWS는 “볼보트럭 노동자 3000명, 존디어 노동자 1만명 이상 등 상당수 파업에도 파업기금이 늘었다”며 “UAW는 일주일에 275달러의 비참한 파업 수표를 나눠줬다”고 했다.
UAW 임원들은 한화로 억대의 고액 연봉을 받았다. 급여와 경비 등으로 지난해 레이 커리 회장은 27만2726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았고, 신디 에스트라다 부회장은 31만9321달러(약 4억원)를 받았다. GM 노동자 측 협상 대표인 테리 디테스 부위원장은 23만8144달러(약 3억원)를 받았다.
UAW가 준 급여를 받은 명단에는 크라이슬러로부터 뇌물을 받아 수감 생활을 한 노우드 제월 전 부회장의 두 자녀가 포함돼 있다. UAW는 저스틴 제월, 데릭 제월에게 ‘서비스 담당자’ 명목으로 각각 12만5001달러(약 1억5000만원)와 12만8613달러(1억6000만원)를 지급했다.
UAW는 노조 간부에게 억대의 급여를 준 것 이외에도, 다양한 항목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했다. ▲호텔, 컨퍼런스 센터 및 리조트 316만달러(약 39억원) ▲가구 대여 31만5528달러(약 4억원) ▲조경 5만3056달러(약 6600만원) ▲음식 서비스 3만5017달러(약 4400달러) ▲골프 코스 1만5655달러(약 1900만원) 등이다.
또 UAW는 지난해 법률 비용으로 수십만달러를 지불했다. 이 금액은 기업 경영진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조합원을 보호하는 데 쓰인 게 아니라, 대부분은 조합원으로부터 UAW 관료를 보호하는데 사용됐다는 게 WSWS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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