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 반등, 확신 어려워"…부동산 '한파' 새해 더 깊어진다[위기의 주택시장]②
"상반기 하락 폭 클 것…하반기 집값 반등은 '글쎄'"…양극화 전망↑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우려, 집값 고점 인식까지 겹치며 올해 부동산 시장에는 역대급 빙하기가 찾아왔다. 새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얼어붙은 매수세가 회복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31일 한국부동산원의 올해 마지막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2월 넷째주(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71.0)보다 낮은 70.2로 조사됐다. 부동산원이 2012년 7월 매매수급지수를 조사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11월28일 이래 매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2월 첫째주(99.2) 이래 1년째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3.1으로 역대 두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6대 광역시는 67.4, 지방은 74.9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까닭은 금리 요인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사태로 0.50%를 유지하던 우리나라 기준 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1월 말 3.25%까지 급격하게 올랐다.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 고점 인식,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집값은 하락했다.
◇"상반기 하락 폭 클 것"…집값 급등했던 경기·인천 수도권 내림세 본격화 전망
주요 연구기관들도 내년 집값 하락을 점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실거래가 기준)은 8.5%, 수도권 아파트값은 13.0% 하락할 것으로 봤다. 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전국 주택가격 변동률을 2.5%로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내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3~4%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상반기까지는 하락 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지니스학과 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있고, 글로벌 경제 위기와 우리나라 경제 침체 우려도 여전해 주택 구매 심리가 저조할 것"이라며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집값이 급등했던 수도권 내림세가 가파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경기의 경우 의왕, 안양 등 GTX 개발호재 지역들과 미분양 증가 지역인 안성, 평택의 하락이 커질 것"이라며 "인천은 내년에만 입주 물량이 약 34만 가구로 전셋값 하락과 이로 인한 매맷값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내려갔던 지방 도시 하락세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2022년 상대적으로 낙폭이 덜했던 지방 도시 하락 폭은 커질 것"이라며 "급락 지역 중심으로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세를 보일 테지만, 반등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 가격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반등 가능성엔 의견 분분…지역·상품별 양극화 현상도 심화 관측
전문가들은 내년 집값 하락 폭이 상고하저(上高下低)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금융 혜택까지 마련하며 연착륙에 안간힘을 쓰는 만큼, 대책으로 인한 효과가 하반기에는 일부 드러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하반기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분분했다.
우선 경기 침체와 같은 거시경제에서의 시스템적 위기가 없다면 하반기엔 집값이 상승 반전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 정책 효과에 따라 거래량이 늘고, 이에 따라 상반기 급매물이 거래되면 가격 정체기를 지나면서 하반기 중에 상승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반기에도 상승은 어렵다는 관측도 있었다. 서진형 대표는 "(내년 시장 반전은) 없다"며 "부동산은 실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시장이 반전되려면 저금리로 돌아설 때나 돼야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하반기에는) 하락 폭이 줄긴 하겠지만,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꽉 막힌 거래에 숨통이 트이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나 추후 시세 차익 이득이 비교적 클 것으로 보이는 물건에만 수요자가 몰릴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이에 따라 하락 폭도 양극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은 "수요가 제한된 저거래, 양극화 시장에서 시장 회복기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 선호가 빌라보다 높을 것"이라며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와 초과이익환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서울 주요 지역의 재건축 사업지에 대한 선호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교수도 "내년 부동산 거래에서는 비교적 똘똘한 주택으로 얼마 없는 수요가 몰리고, 지역 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양 시장에서도 입지가 좋은 대단지 아파트나 구축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나 시세 대비 저렴한 곳만 청약에서 선방하고, 나머지는 마이너프 프리미엄 매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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