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고 싶으면 Z세대 마음 읽어라, 유통가 대학생들에 러브콜[똑똑!스마슈머]

박시진 기자 2022. 12.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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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주축 떠오른 Z세대 타깃으로
대학생들과 손 잡고 주기적 협업
톡톡 튀는 아이디어 반영해 마케팅
젊은 사내 직원들로 Z세대 공략도
롯데마트가 선별한 ZRT 1기 참여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서울경제]

유통업계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Z세대를 타깃으로 대학생들과 손을 잡고 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뜻한다. 이들은 먹는 것도 색다를 뿐 아니라 경험, 소비 등 모든 측면에서 재미를 원한다.

특히 Z세대는 ‘펀슈머(Fun+Consumer)’와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 비중)’을 추구하는 소비를 지향한다. 이에 유통가에서는 대학생을 영입해 새로운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을 논의하는 가하면 사내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Z세대를 공략하는 콘텐츠 등을 선보이며 보다 ‘영(Young)’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대학생들에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Z세대와 더 가까이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가 ‘Z세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대학생 디자이너들과 손을 잡았다. GS25는 11월 초부터 한양대학교 에리카 디자인대학 학생들 63명을 선발해 아이스 파우치 음료 패키지 디자인을 주로 하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산학협력 프로젝트는 28개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 기간 중 GS25 디자인 실무자들이 한양대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을 GS리테일(007070) 본사로 초대해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어 한양대 교수진과 GS리테일 실무진들이 사전 평가를 통해 최종 4개 팀을 선발해 지난 22일 GS리테일 본사에서 최종 발표회를 진행하며 시상식을 개최했다. 최종 발표회 후보에 오른 4개팀 ‘리노베이션(RE:novation)’, ‘초고추장’, ‘인스퍼(INSPIR)’, ’GS22.3’은 20대가 재미를 추구하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등 특성을 거론하며 다양한 디자인 콘셉트를 제안했다.

리노베이션팀은 커피가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음료로 인식해 ‘커피 수혈’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했고, 초고추장팀은 ‘눈’을 콘셉트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인스퍼팀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Z세대에게 휴식을 제안하기 위해 ‘쉼표’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파우치를 선보였다. 대상을 받은 ’GS22.3’팀은 최근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세계관’, ‘웹툰’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단순한 파우치 디자인을 넘어 통합마케팅을 제안했다. 초고추장팀이 금상, 리노베이션과 인스퍼팀은 각각 은상을 수상했다.

GS25가 지난 22일 본사에서 한양대학교 에리카 디자인대학 학생들과 진행하는 산학협력 프로젝트 최종 발표회를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이정표 GS25 플랫폼마케팅부문장은 이날 참가한 학생들에게 “크리에이티브는 정답이 없고, 논리가 아닌 가슴속에서 시작되는 그 무엇"이라며 “회사는 보이지 않는 틀(Box)에 갇혀 ‘틀을 깨는 사고 (Out of Box)’를 하라고 강조하는 곳인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틀을 깰 수 있도록 도와준 한양대 학생들에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과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대학생 싱크탱크 프로그램인 ‘ZRT’ 1기를 운영 중이다. ‘ZRT’는 롯데마트 2030세대 사원들이 주축인 ‘관심급구 프로젝트’의 4번째 활동으로 기획됐다.

지난 4일부터 시작한 ZRT 1기 모집은 9배수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렸고,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20대 대학생 15명이 선발됐다. ZRT 1기는 지난 22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약 3개월 간 매주 1회 씩 잠실 롯데마트 본사와 영등포 리테일 아카데미 등 실무자들이 근무하는 공간에 직접 방문해, 정기적인 FGD(Focus Group Discussion)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10월 롯데마트가 새롭게 선보인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요리하다’와 친환경 캠페인 브랜드 ‘리얼스(RE:EARTH)’ 등 롯데마트의 5가지 브랜드를 Z세대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강산 롯데마트 광고마케팅팀 담당은 “ZRT 1기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관심급구 프로젝트’의 시너지를 통해 Z세대가 좋아하는 롯데마트를 만들고자 한다”며 “ZRT의 모든 활동은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픈 소스로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펀슈머’ 위한 덕후···"20대 마음은 20대가 안다"

CU는 가 Z세대를 대상으로 편의점 체험 및 아이디어 제안 활동을 하는 고객 서포터즈 참여단인 CU 덕후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7년부터 CU가 업계 최초로 운영한 편의점 전문 프로슈머 활동으로 이번 기수가 37번째로 120명을 뽑았다.

‘CU덕후’는 정기적으로 신상품들을 먼저 맛 보고 품평한다. CU덕후들의 솔직 담백한 의견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은 실제 제품 개발과 프로모션 기획 등에 적극 활용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015년부터 남서울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학과와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마케팅·상품 디자인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해오고 있다. 또한 방학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80여 명의 학생들이 세븐카페 활성화를 위한 광고 프로모션과 김좌진장군체를 활용한 장군브랜드 포지셔닝 전략 등을 논의한 결과 세븐일레븐은 국내 최초로 김좌진 장군 독립서체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사내 젊은 직원들을 뽑아 Z세대 공략에 나섰다. 명품 대신 스트리트 패션을 선택해 Z세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게 주요 목표였다.

첫 시도는 지난 2019년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 ‘피어’였다. 하지만 피어는 생각처럼 Z세대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입점한 브랜드부터 인테리어까지 다른 편집숍과 이렇다 할 차별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이에 착안해 다음해 피어 전담팀을 5년차 이하 팀원들로 속속 채웠다. 피어 전담팀은 젊은 피를 수혈해 상품본부 전체 팀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을 뿐 아니라 절반이 비유통사에서 영입한 외부 인재로 채워졌다. 이들은 피어에 입점한 브랜드를 60% 가량 교체했고, Z세대가 동경하는 문화를 가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나 재미있는 소품 브랜드로 피어를 꾸렸다. 덕분에 론칭 3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현대백화점 신촌 유플렉스관 지하 2층에 위치한 편집숍 ‘피어’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120만 팬덤을 보유한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역시 젊은 사내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8년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벨리곰이 등장했다. 지난 4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15m 크기 대형 벨리곰의 전시 이후 독자적인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유통·식품 업계를 비롯해 공기업 등 다수의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고 팝업스토어 및 자체 쇼핑몰을 통해 20억 원이 넘는 금액의 굿즈가 판매됐다. 최근에는 ‘2022년 대한민쿡 콘텐츠 대상’에서 유통업계 캐릭터로는 이례적으로 캐릭터 부문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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