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가 사람잡네'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선수들… 동남아 월드컵 맞나[초점]

허행운 기자 2022. 12.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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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로 해당 지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는 대회다.

느린 장면을 확인해본 결과 오른발이 인조잔디에 미끄러지면서 왼쪽 무릎에 큰 무리가 온 것이었다.

경기 전부터 여러 우려를 모았던 인조잔디 구장이 결국 일을 낸 것이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명성있는 대회를 애칭으로 갖고 있는 수준임에도 인조잔디에서 한 나라의 A대표팀들이 뛸 수밖에 없는 미쓰비시컵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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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로 해당 지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는 대회다. 하지만 아직 세계 축구의 뒤를 쫓아가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나라를 대표해 뛰는 선수들이 밟는 구장이 심지어 인조잔디라는 점부터 여러 우려가 있었고, 결국 한 차례 사달이 났다.

부상으로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며 불만을 표출하는 싱가포르의 일한 판디.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싱가포르에 위치한 잘란브사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2022 B조 조별리그 싱가포르와의 맞대결에서 0-0으로 비겼다.

B조 최강 베트남을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된다는 목표로 극단적 수비를 꺼내든 싱가포르에 고전했던 박항서 감독이다. 무려 슈팅 20개를 기록하며 상대를 두드렸지만 끝내 바라던 득점에 실패해 무승부에 그쳤다. 다만 조 1위를 유지한 박항서호는 다가올 미얀마전에서 최종 1위 확정에 도전한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이날 눈에 띈 장면은 사실 따로 있었다. 전반전에 나온 싱가포르의 2002년생 신성 일한 판디의 심각한 부상이 그것이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싱가포르의 전반전 콘셉트는 확실했다. 뒤를 굳게 잠근 후, 상대 공격을 차단했을 때 확실한 역습으로 기회를 엿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반 38분 그 기회가 왔다. 최전방에서 동료의 롱패스를 받은 일한 판디는 순식간에 베트남 페널티박스까지 진입했다.

그러나 그는 슈팅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갑작스레 그라운드에 넘어졌다. 느린 장면을 확인해본 결과 오른발이 인조잔디에 미끄러지면서 왼쪽 무릎에 큰 무리가 온 것이었다. 일한 판디는 넘어지자마자 왼쪽 무릎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울기 직전의 표정을 지었다.

의료진이 곧바로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됐다. 적이지만 베트남 골키퍼도 옆에 서서 그의 상태를 지켜볼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는 그라운드 바깥으로 나가 임시 테이핑을 하면서까지 출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재투입된 지 2분 만에 도저히 뛸 수 없다는 듯 다시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결국 교체됐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경기 전부터 여러 우려를 모았던 인조잔디 구장이 결국 일을 낸 것이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명성있는 대회를 애칭으로 갖고 있는 수준임에도 인조잔디에서 한 나라의 A대표팀들이 뛸 수밖에 없는 미쓰비시컵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비단 일한 판디의 부상 장면이 아니고도 이날 베트남과 싱가포르 선수들은 모두 인조잔디에 불만을 드러내는 듯한 제스처를 수시로 보여줬다.

이번 미쓰비시컵에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을 비롯해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까지 총 3명의 한국인 감독이 참가하면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동남아시아 축구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민낯을 세계에 알리는 꼴이 돼버렸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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