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위기 앞에서 당신은 슬기로운가요"

김태희 기자 2022. 12.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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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브레이킹바운더리스 저자 오웬 가프니 스톡홀름대 교수
이지사이언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덥고, 더 많은 비가 올 것이다. 2022년 여름 한국에 쏟아진 폭우와 유럽 대륙을 40℃까지 달군 폭염이 일상이 된다는 말이다.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폭염과 폭우의 증가를 공식화했다. 

기후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를 ‘뉴노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새로운 표준을 뜻하는 뉴노멀은 폭염과 폭우가 일상화될 미래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는 변화의 원인은 돌아보지 않은 채 기후변화에 적응하길 요구하고, 피해를 막는 데만 눈을 돌리게끔 만든다. 기후변화에 대해 안다는 것은 그 심각성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기후 위기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는 책이 있다. 2022년 8월 26일 한국에서 출판된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다. 약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의 진화와 문명의 탄생을 차례로 소개한다. 그렇게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1950년대부터 급격하게 파괴되는 지구를 만날 수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정말 슬기로운 사람인가?’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지난 70년간 빠르게 한계에 다다른 지구 환경 요소를 하나씩 소개한다. 폭염과 폭우 같은 현상을 넘어 기후변화에 대한 총체적인 과학지식과 마주하며 우리는 지금의 내가 현명하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떤 동물도 살고 있는 집을 파괴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동아는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저자 중 하나인 과학 저술가 오웬 가프니와 e메일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지혜로운 인간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과학 저술가 오웬 가프니(사진)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지구과학과 교수인 요한 록스트륌이 저술한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기후변화에 대한 총체적인 과학지식을 제공한다. 과학동아 DB

“아직도 불편하고 싶지 않나요?”

1992년 6월 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초대형 국제회의가 열렸다. 회의의 주제는 기후변화였다. 처음으로 지구 환경을 주제로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댄 기념비적 날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을 문제 삼는다면, 더 이상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부유한 국가들은 화석 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에 더 큰 책임이 있다.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화석 연료를 선점했고 탄소 배출을 통해 부를 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지구 정상회의가 개최된 이후 30년이 지났다. 현재 우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반으로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생활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강과 호수, 지하수에서 끌어오는 물의 70%를 농작물을 위해 사용한다. 합성 비료는 음식물 쓰레기와 배설물 형태로 강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농경지나 목초지를 개간하기 위해 계속해 숲도 파괴하고 있다. 인간의 주요 식량인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은 먹이를 소화하며 트림과 방귀로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스웨덴의 민간단체 이트-랜싯위원회(The EAT-Lancet Commission)은 이런 상황에서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주요 실천 방법으 로 제안한다. 식재료에서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의 효율성을 높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의 6%를 감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가프니는 30년 전에 고기를 먹는 것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의 실천 양식으로 채식을 꼽지 않았다.

오히려 ‘24시간 채식주의자’가 돼 2끼에서 3끼 정도만 일상의 불편을 나눠보자고 권한다. 생활 방식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뜻한다. 탄소 배출 문제와 기후 위기의 책임이 개인의 생활 방식에만 집중돼서는 안되지만, 탄소중립까지 27년 남짓 남은 지금 생활 방식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하나의 현상이 발생하면, 다른 효과들이 서로 가세해 그 현상이 점점 증폭된다’고 말한다.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궤도에서 벗어나는 지혜로운 실천이 거대한 탄소 배출 시스템과 산업 구조의 변화까지 끌어낼 수 있다.

과거와는 다른 지구의 온도 변화. 과학동아 DB

● 경제란 단어가 숨겨온 것들

1983년 극지방 연구 전문 기관인 영국 남극연구소는 남극 하늘에 커다란 오존층 구멍이 생겼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오존층이 뚫렸다는 연구결과는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각국의 정상들을 불러 모았다. 정상들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화합물의 생산과 사용 규제를 합의하고 ‘몬트리올 의정서’를 발표했다. 오존층은 2060년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경제 발전이 야기한 환경 문제를 과학자와 정치인들이 협력해 해결한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1992년 리우 회의 이후 30년 동안 오존층 재건 경험이 쉽사리 재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프니는 두 가지 원인을 꼽았다. 첫 번째는 세계의 정치 시스템이 과거에 비해 더 약해졌다. 국제 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해결책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오존 문제는 해로운 화학물질을 덜 해로운 화학물질로 대체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기후변화는 전체 경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사회와 경제에서 같은 논리를 추구한다. 효율과 이윤이다. ‘경제성’이란 단어는 어떤 분야에서든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항상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만, 아무도 ‘무엇의 성장’인지 묻지 않습니다.” 가프니는 효율과 이윤을 쫒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성장시키고자 하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을 파괴하며 경제성을 추구하는 것을 멈추고 지혜롭게 다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경제란 단어를 성장을 위한 경제(지속가능한 경제)와 수축을 위한 경제(지속불가능한 경제)로 구분해야 한다고도 얘기했다. 이때 성장과 수축의 주어는 인류와 문명이 된다.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산업이 더는 돈을 벌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양적인 성장이 아닌 질적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에 우리의 미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 모두를 위한 과학의 필요성

기후변화는 과학과 과학자들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한다. 누구보다 슬기로운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 우리 문명을 안전하게 이끌 수 있는 과학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동참한 ‘2050 탄소중립’이 현재 가장 큰 가이드라인이다.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숨 가쁜 탄소 중립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가능성을 보인 기술을 과감하게 상용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류가 맞이한 대전환에 모두를 위한 과학이 새로운 지혜가 돼줘야 한단 뜻이다.

“과학기술과 과학지식이 선진국을 넘어 경제개발국으로 이전돼야 하나요?” 급진적일 수 있는 질문에 가프니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네.”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기후변화가 낙후된 사회를 더 발전시키기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짚고 있다. 마샬 버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팀이 2015년 발표한 논문은 이를 뒷받침 한다. 버크 연구팀은 경제 활동이 기후와 밀접하게 연결돼 온난화가 세계 소득 불평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때문에 가프니는 “기술 이전이 더 빨리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특허와 같은 장벽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전 지구 평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414ppm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년 2.4ppm씩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350ppm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구의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변화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슬기로운 사람이냐고. 그 답은 각자가 알고 있다.

지구 회복 계획. 과학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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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12월, 당신은 슬기로운 사람인가요?

[김태희 기자 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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