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경찰 100명이 못찾은 실종자, 드론 한 대로 찾았죠"

김도균 기자 2022. 12.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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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장비관리계 드론수색팀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29만건(2020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장비관리계 드론수색팀이 투입된 한 수색 작전 화면 갈무리. 나뭇가지들 사이로 희미한 사람의 형상이 보이지만 식별하기 매우 어렵다./영상=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사람 보이세요? 저희 눈에는 보이거든요."

이진호 경기남부경찰청 장비관리계 드론수색팀장(40·행정관)은 드론 촬영 영상을 보여주며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화면을 들여다봤지만 초겨울 산자락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이 팀장이 화면을 수차례 확대하고 나서야 나들이객으로 보이는 사람 2명의 형상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지난 28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경기남부청 드론수색팀은 2020년 꾸려져 이 팀장을 포함한 4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지수 장비관리계장(50·경정), 최상호 경장(36) 등 2명의 경찰관과 이 팀장, 윤상우 행정관(32) 등 2명의 전문요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소속된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드론 수색으로 실종자 5명을 발견해 전국 17개 지방청 중 1위(충남·경북과 동률)에 올랐다.

전문요원의 조종기술과 일선 경찰관의 노하우가 합쳐진 결과다. 이 팀장은 "조종만 잘한다고 실종자를 잘 찾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기체를 운용하고 화면을 식별하는 전문요원의 역할과 현장에서 경찰관이 내리는 판단이 더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위원회가 2019년 드론의 활용범위와 개인정보 수집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영규칙'을 의결하면서 경찰은 2020년부터 △18세 미만 아동·지적 장애인·치매환자 수색 △자살위험자 수색 △테러상황 구급활동 △재난상황 구급활동 등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8일 경기남부경찰청 장비관리계 드론수색팀. 왼쪽부터 최상호 경장(36), 김지수 장비관리계장(50), 윤상우 행정관(32), 이진호 드론수색팀장(40). /사진=김도균 기자

전문요원 조종기술과 경찰관 노하우 합쳐진 '시너지'
경기남부청 드론수색팀은 지난해 6월1일 경기 안양시 삼성산에서 약물을 복용한 채 쓰러진 실종자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같은 해 5월31일 배우자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낸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기동대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된 경험이 있는 최 경장의 노하우가 수색을 도왔다. 경찰·소방 인력 100여명이 투입돼 24시간 가까이 일대를 수색했지만 A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 경장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이들의 심리 특성을 떠올렸다. 자신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모습을 다른 이들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숨는다는 것이다.

드론수색팀은 최 경장의 조언을 듣고 수색인력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등산로 바깥을 드론으로 수색하기 시작했다. 실종 신고 26시간여만에 이 팀장은 합동수색팀에게 "여기요"라고 외쳤다. 최 경장의 추측대로 A씨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삼성산의 절벽 밑에 몸을 숨기고 쓰러져 있었다.

드론수색팀의 팀워크는 최근 대회 수상이라는 성과도 일궜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한 '제4회 공공분야 드론 조종경진대회' 수색·탐색분야에서 지난달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대회 사상 최초로 국산 기체를 사용해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28일 오후 경기남부경찰청. 장비관리계 드론수색팀이 사용하는 드론 장비의 모습.(좌)GCS(Ground Control System·지상관제시스템. (우)드론 기체/사진=김도균 기자

28일 오후 경기남부경찰청. 장비관리계 드론수색팀이 사용하는 드론 기체의 전원이 켜진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사망자 발견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드론 폭넓게 활용 가능"
지난해 5월20일에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 팔당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도 발견했다. 우울증을 앓던 B씨는 PC방을 간다고 외출한 뒤 하루 가까이 연락두절 상태였다. 수색팀은 광동호 물길을 따라 수 ㎞를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물에 빠진 시신은 사망한 뒤 몇 시간 안에 떠오르지만 몸에 물이 들어가면 다시 가라앉는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시신은 통상 3~4일이 지나야 다시 떠오르기 때문에 사망자 발견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드론수색팀의 리더인 김 계장은 교통조사, 여성청소년과 등 수사 일선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경찰관으로 현장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수색팀은 김 계장의 말대로 현장에 다시 눈을 돌렸다. 김 계장은 "물길 아래에도 지형이 있어서 사람이든 물체든 떠오르는 곳에서만 떠오른다"고 말했다.

수색팀은 떠내려온 부유물이 대부분 모이는 곳이 어딘지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광동교 바로 아래를 지목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라 광동교 아래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인 결과 다리에서 40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B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김 계장은 "수색에 중요한 것은 빠른 판단"이라며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생각하면 빠른 시일 안에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위로와 안도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서는 드론이 업무 전반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경찰은 실종자 수색과 테러·재난 대응 등 제한된 상황에서만 드론을 활용할 수 있다. 범인 추적과 집회·시위 관리 등에 드론이 도입되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

김 계장은 "드론의 유용성이 널리 알려진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더 많은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쌓은 노하우가 경찰 조직 곳곳에 전달돼 경찰 드론 발전의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경기남부경찰청. 장비관리계 드론수색팀이 사용하는 드론 기체에는 30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광학카메라가 내장돼있다. 해당 카메라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벽에 걸린 경찰 헌장을 확대해본 모습. /사진=김도균 기자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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