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끝났다? 흥미로운 행보 보이는 마이애미[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마이애미가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12월 29일(한국시간) FA 내야수 진 세구라와 계약에 합의했다. 2년 1,700만 달러.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3년 2,500만 달러까지 규모가 상승할 수 있는 계약이다.
1990년생 베테랑 세구라는 통산 두 차례 올스타에 선정된 경험이 있는 선수. 거포는 아니지만 2할 후반대의 타율과 1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가진 선수다. 마이애미는 세구라에게 새 시즌 주전 3루수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마이애미는 3루수로 기용할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베테랑 미겔 로하스와 1998년생 젊은 스타 재즈 치즘 주니어가 키스톤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조이 웬들, 존 버디 등 3루수를 맡을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웬들과 버디는 비록 올해 대단한 성적을 쓰지는 못했지만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웬들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한 타자였고 버디는 올해 102경기에서 41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1위를 차지한 선수다. 웬들과 버디는 모두 1990년생으로 세구라와 동갑내기다.
세구라의 영입은 내야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것.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마이애미는 팀 성적 향상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 단순한 '현상 유지' 이상을 원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마이애미는 올겨울 트레이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는 팀이다. 승률 0.426에 그쳤고 포스트시즌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지만 사이영상 수상자 샌디 알칸타라를 배출했고 파블로 로페즈, 헤수스 루자도, 브랙스턴 가렛, 에드워드 카브레라, 트레버 로저스 등 다양한 선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 2위에 올랐지만 올해 부진한 로저스를 제외하면 다른 투수들은 모두 올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로테이션 보강을 원하는 팀에서는 마이애미가 가진 선발 자원들이 탐날 수 밖에 없다.
마이애미 역시 트레이드를 꺼리지 않는다. 구단 친화적 계약이 2026년까지 이어지는 알칸타라를 트레이드 할지는 미지수지만 2선발인 로페즈는 충분히 팀을 옮길 수 있다. 마이애미가 누구와 거래를 하느냐가 새 시즌 판도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그리드의 크랙 미시에 따르면 마이애미는 여러 구단들과 선발투수 트레이드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유망주를 대가로 원하지는 않는다. 미시는 "마이애미는 유망주를 찾지 않는다. 2023시즌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는 트레이드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하위권 팀의 경우 즉시 전력감인 선수를 내주고 좋은 유망주를 얻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이애미가 유망주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는 기다리기만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2023시즌부터 당장 성적을 내겠다는 것이다.
마이애미는 단축시즌 승률 0.517(31승 29패)을 기록하며 깜짝 포스트시즌을 치른 것을 제외하면 162경기 풀시즌 기준 벌써 한 세대(10년) 이상 위닝시즌을 거두지 못한 팀이다. 마이애미가 162경기 풀시즌에서 마지막으로 승률 5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0.537).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모든 풀시즌에서 루징시즌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 4번의 풀시즌은 모두 승률이 0.430 미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가 아닌 현재를 본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마이애미 입장에서도 '믿는 구석'은 있다.
MLB.com에 따르면 마이애미는 2022시즌 부진이 실력보다는 불운이 많이 겹친 탓이라고 보고 있다. 좋은 선발투수들을 다수 보유했음에도 치즘, 호르헤 솔레어, 아비세일 가르시아 등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타자들이 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건강하게 기대만큼의 성적을 쓴다면 올해 하위권이었던 팀 공격력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구라를 영입하며 포지션 업그레이드를 시도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1점차 승부에서 무려 40패(승률 0.375)를 당하며 떨어진 성적이 공격력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불펜을 조금 보강할 경우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맹활약한 콜 설서를 시즌 종료 직후 웨이버 공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로 보내고 시장 개장 직후 트레이드로 JT 샤그와를 영입한 것도 불펜 업그레이드를 위한 행보였다. 에이스 알칸타라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전성기에 접어든 것도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다시 강팀의 위상을 회복했고 뉴욕 메츠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악의 제국'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올해 월드시리즈 진출을 발판삼아 더욱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애미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함께 '2약'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볼티모어가 그랬듯 마이애미도 얼마든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순위표를 뒤흔드는 팀이 될 수 있다. 과연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마이애미가 남은 오프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다음시즌을 어떻게 치를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론디포트 파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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